갑진년 청용의 해에 갖는 소망

이제 2024년 갑진년 새해다. 잠시 갑진년의 조합을 알아 보면, ‘갑’에 해당하는 푸른색과 ‘진’이 나타내는 용의 결합으로 푸른 용의 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신 분이라면 익숙한 고구려 사신도에 나오는 동청용, 서백호, 남주작과 북현무에 등장하는 그 청용의 해인 것이다. 2022년은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였고, 2023년은 계묘년 검은 토끼해였다. 각 연도의 띠와 동물의 색은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에 의해 결정된다. 잘 아시다시피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가 천간이며,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가 지지이다. 그런데, 갑/을은 푸른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황금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은색을 나타낸다. 그래서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와 조합하면 60개의 짝이 만들어 지며, 60번째가 되면 다시 처음인 갑자가 시작된다. 그래서 2024년은 갑진년이고, 25년은 그 다음 조합인 을사년이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항상 이 때가 되면 한 켜 늘어난 나이만큼 쌓인 지혜에 비례하는 뭔가 새로운 꿈을, 이상을, 장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사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간의 구분이 뭐 그리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랴마는, 이 때를 기화로 작년과는 조금은 다른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어릴 적 가졌던 꿈은 고사하고, 지난 해 이 맘 때쯤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조차 생각날 겨를없이 그저 하루 하루 목적없이 바쁘게 살고 있었다면, 이제 바쁜 일상의 여정을 잠시 멈추고 우리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다.

소리없이 홀로 떠나는 묵은 해와 새롭게 밝아 오는 새해에 대한 감회에 잠기다 보니,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레, 공자님이 논어의 “위정편”에서 논하신 나이에 걸맞는 인간의 적절한 위치에 관한 구절들로 옮아간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吾十有五而志于學), 30에 확고히 섰고 (三十而立), 40에 미혹되지 않고 (四十而不惑), 50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五十而知天命), 60에 귀가 순해졌고 (六十而耳順), 70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연세는 어디에 속하시는지?

새해에 공자님 말씀의 참뜻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나이가 한 살 많아진다고 저절로 마음의 눈이 좋아져 안 보이던 것이 보이게 되고, 노력없이 ‘不惑(불혹)’의 상태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일년이 지났다고 해서 하늘의 뜻을 알게 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물론 성경 말씀에 따르면, 크리스천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면,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와 같은 극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으리라. 비신자의 경우에는, 각자가 자신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가다듬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어렵고 힘이 들지만 좌절하기 보다는 한 순간 한 순간을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젊을 적 우리가 죽을 만치 고통스럽게 느꼈던 순간의 상황들은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 잔상조차 사라져 버렸다. 2020년 초 시애틀의 커크랜드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 발생했던 때에 가졌던 두려움과 절망은 이제 굳은살처럼 일상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니 어제 밤에 우리를 잠 못들게 한 그 걱정의 크기는 아침 햇살에 녹아 내린 고드름처럼 그 크기가 벌써 절반이나 줄어져 있지 않은가? 마음을, 생각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삶에는 바른 관점을 갖는 것이 요긴하다.

새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금년에는 꼭 이것만은 지켜야지 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많은 소망이 있을 것이다. 만약 비전이 없다면, 새해를 맞아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고등 학교 학생이라면,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다음의 몇가지 사항들에 대한 결심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올 해에는 되도록이면 우리 학교에서 제공하는 과목들 중에서 제일 어렵고 나에게 도전이 되는 과목들을 선택하여 수강하며, 이 과목들에서 최선의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능력에 과도한 과목을 듣는 것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 과목 한 과목 숙제를 밀리지 말고 예복습을 철저히 하며, 모르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수업 후 과목 선생님의 튜토리얼에 가서 꼭 그 날 문제를 해결하고 지나 가자.

2) 올 해에는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위해 가능한 한 시간을 투자하여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할 것이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병원이나 한글학교에 가서 다른 자원 봉사자들과 잡담을 하고 놀며 시간을 때우기 보다는 솔선하여 주어진 일에서 열심을 내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되도록이면 일이 쉬운 장소보다는 힘이 더 들더라도 나보다 어려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자원봉사를 할 것이다. 또한, 자원하여 봉사하는 의미와 목적을 항상 생각함으로서 내 자신이 누리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로 살아 갈 것이다.

3) 컴퓨터 게임, 틱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는 교만과 방종을 지금 이 순간부터 끊을 것이다. 몇시간 게임을 해도 충분히 내 할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교만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방종은 죄악이다. 새해에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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