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때문에 손해, 아니 나때문에 득을 보네

이번 주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국을 잠깐 다녀왔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한국에 계신지라 가능하면 추석이나 구정같은 명절에는 인사를 드리고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한 성도가 사무실에 들렀다. “아니, 요즘 안색이 안 좋아 보이고,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은 것처럼 보이시네요. 혹시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무슨 일이라도?” 지인이 염려에 가득찬 목소리로 미간과 입술을 모으신다. 필자와 같은 칼리지 카운슬러들에게 가장 바쁘고 신경이 쓰이는 계절이 왔다는 신호가 나도 모르게 얼굴과 대화에 나타난 모양이다. 성경 말씀을 빌릴 필요도 없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이는 마음의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 (누가복음 6:45). 시월이 오면, 고등 학교 시니어들이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니 대학 진학 과정을 돕는 카운슬러도 덩달아 마음과 몸이 바쁘다. 특히, 11월1일에 미국 전역에 있는 대부분의 명문 사립 대학들과 몇몇 주립 대학들이 조기 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 녀석들을 재촉하고 저 녀석들을 격려하노라면 입에 침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온다. 오래 전 대학 시절에 학교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때, 마감을 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기사를 쓰며, 취재에 동분서주하던 오래된 기억이 PTSD처럼 꿈에 나와 잠을 깨게할 정도이다.

물론 11월 마감일이 다가 옴은 필자만이 아니라 고교 시니어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가기도 한다. 올 해 대학에 원서를 내기 위해 노심초사, 걱정과 조바심으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실감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을 말함이다. 이 조바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주범은 자녀가 지금까지 한 준비, 즉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행여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가 합격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인 경우도 상당하다고들 하신다. 그 중에 가장 그럴듯한 걱정을 모아 보니 다음의 세가지 정도이다:

첫째, 우리 아이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워낙 발군인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다 보니 지레 걱정이 앞설 수 있다. 올 해부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학생들이 받는 소수계 우대가 없어지기는 하지만, 그 반사 이익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롯이 돌아 오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백인 지원자들이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에게 돌아 갈 것이니 오히려 아시아계 중산층 이상 학생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 걱정에 기름을 끼얹는다. 둘째, 부모가 우리 아이가 지원하는 대학 출신이 아니어서 그 대학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이 걱정도 근거가 충분히 있는 사항이다. 명문 사립 대학들일수록 부모나 친척이 그 학교 출신일 경우, 우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물론 올 해 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계 우대를 금지하면서 덩달아 이 레거시 정책도 폐지의 압력을 받고 있기는 하나 아직 대학 동문을 우대하는 장점을 대학들이 폐지할 것인지의 여부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자학적인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이러한 걱정도 무리가 아닌 것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시며 눈쌀을 찌푸리신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아니 내가 대학을 못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정말 그럴까? 이번주에는 먼저 세번째 우려에 대한 대답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부모님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우, 이 경력은 지원자의 합격에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지원자가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가정 출신이라면 (those who are applying to college as a first-generation student), 이 학생에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학을 못 가서 우리 아이가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먼, 참,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시며 기뻐하셔야 될 일이다. 이 제도는 학교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부모가 출신국이나 미국에서 4년제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데, 형제 자매의 대학 진학 여부는 상관이 없다.

통계를 살펴 보면,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전국 대학 입학자들 중에서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나 되었고, 우리 지역의 유덥의 경우도 2022년에 전국 평균에 조금 밑도는 28%를 보였다. 아이비 리그 대학들인 다트머스의 경우 2009년에 전체 합격자의 14%인 310명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지원자가 합격했고, 2012년에는 합격자의 10%를 차지했다. 하버드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거의 비슷한 비율인 15%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는데, 다음주에 조금 더 설명드리도록 한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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