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혹시 나때문에 손해, 아니 나때문에 득을 보나? 2

벌써 10월도 말로 치닫는 시점이다.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시니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는, 거의 만삭이 되어 이제나 저제나 해산일을 기다리는 임산부의 마음과 견줄 수 있을 것 같다. 해산일까지 일초 단위로 뒤바뀔 기대감과 불안감으로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운가 하면, 해산 일에 맞닥뜨릴 뼈가 한 조각씩 분해되는 것과 같은 고통의 순간에 대한 예감으로 쉽지 않지만 해야할 일을 앞둔 전사의 감정으로 충일해 있으실 것이다.

이 때가 되면 덩달아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안절부절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떤 경우,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자학적인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도 만든다.

이러한 걱정도 무리가 아닌 것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시며 눈쌀을 찌푸리신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 “아니 내가 대학을 못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사실은 어떨까?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먼저 세번째 우려에 대한 대답을 소개한다. 짧게 요약하면, 대부분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부모님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우, 이 경력은 지원자의 합격에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지원자가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세대 출신이라면 (those who are applying to college as a first-generation student), 이 학생에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학을 못 가서 우리 아이가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먼, 참,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시며 기뻐하셔야 될 일이다. 이 제도는 학교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부모가 출신국이나 미국에서 4년제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데, 형제 자매의 대학 진학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즉 그 가정에서 첫 대학에 진학하는 첫 학생이 아니라, 첫 세대를 규정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통계를 살펴 보면,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전국 대학 입학자들 중에서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나 되었고, 우리 지역의 유덥의 경우도 작년에 전국 평균에 조금 밑도는 30%를 보였다. 아이비 리그 대학들인 다트머스의 경우 2009년에 전체 합격자의 14%인 310명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지원자가 합격했고, 2012년에는 합격자의 10%를 차지했다. 하버드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거의 비슷한 비율인 15%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고 UC 대학들의 경우도 약 30%를 차지한다는 통계이다.

위에 지난 주에 소개한. ‘부모님이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경우에 혹시 대입 사정에서 자녀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요약해 드렸는데, 못다한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인다. 이 “대학에 진학하는 첫 세대 (First Generation Students)”가 어떤 학생들을 의미하는 지는 모든 대학에서 똑 같은 것은 아니고, 대학마다 조금은 다른 해석을 한다. 어떤 경우는 이 규정을 “지원자의 양부모님이 대학의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한 경우”를 말함에 반해, 보다 보편적인 규정은 MIT의 경우와 같이 그 규정을 좀 더 넓게 해석한다. 즉, MIT는 “지원자의 부모님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니 부모님이 2년제 대학 출신이거나, 4년제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은 경우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의 경우는, 이 용어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당신의 직계 가정에서 당신이 4년제 대학이나 그에 준하는 대학을 졸업하게 될 첫번째 세대인 경우를 말한다 (We consider you a first-generation college student —or “first-gen” for short— if you will be in the first generation of your immediate family to graduate from a four-year college or the equivalent).

또 다른 예인 UCLA는 보다 구체적인데, 부모가 미국 대학 졸업자가 아니라면 이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도 한다: “처음 세대 대학생”이란 학생의 부모가 4년제 미국 대학의 졸업장을 받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A “first-generation college student” is defined as a student whose parent/guardian has not received a four-year U.S. bachelor’s degree).

그러니, 이 범주에 속하는 지 아닌 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각 대학의 입학처에 문의해 확실한 규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규정의 목적이 경제 능력이나 학력 등이 좀 뒤진 가정들에 혜택을 줌으로서 평등한 사회의 구현에 뜻을 둔 것이니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겠는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격언이 빛을 바래 가는 시대라 하지만, 아직도 우리네 개천에서는 미꾸라지가 점점 용으로 자라 가는 일들을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 남을 보고 있지 않은가?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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