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대입 에세이

애독자 여러분이 한인 마켓에서 이 칼럼이 실린 신문을 집어 드시는 7월 말이 지나고, 곧 8월 1일이 되면 미국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받아 주는 공통 원서가 열린다. 이 소식을 초두에서 환기시키는 것을 읽으시며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초초해 질 필요는 없다. 아직도 조기 전형 마감일 까지는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원서에서 물어 보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에세이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약 1시간 반 정도 내외에 마칠 수 있는 정도이다. 가족이나 본인의 신상에 관한 질문들과 출신 학교, 성적 등 비교적 즉답할 수 있는 사항들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달리, 각 대학의 원서들에서 가장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단연 대입 에세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에세이가 문제인 것이다. 공통 원서의 경우, 필수로 요구하는 250-650 단어 정도의 에세이와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요구하는 보충 원서 에세이 (약 150-300 단어 내외) 두, 세편을 추가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보통은 고교 주니어인 11학년 때 수강하는 AP Language and Composition 클래스에서 미리 연습을 시키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직 원서에 필요한 에세이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 후자의 경우가 자신이라면 오늘 당장 에세이 쓰기에 들어 가는 것이 좋다. 과연 대입 에세이는 어떻게 써야 할까?

글쓰기라는 힘든 일을 생각하노라면 독자들께서도 잘 아시는 이민진이라는 작가가 떠오른다. 예일 대학 재학 중에 처음으로 구상한 “파친코 (Pachinko)”를 지난 2017년에 출판했는데, 완성에 무려 30년이 걸렸으니 한 문장이라도 고치고 또 고치는 스타일이다. 작년 한 한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것처럼, “아버지가 붙여준 별명이 거북이다. 늘 느리고 먼 길로 돌아 간다.” 이 작가는 글을 쓰는 이유가 “삶이 싫기 때문이다. 나는 54세 착한 ‘아줌마’지만 혼돈과 불공평으로 얼룩진 세상을 못 참겠다.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인 글로 불의에 맞서기로 결심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 정도의 단호함은 아니더라도, 대입 에세이를 쓰는 우리 자녀들의 마음가짐이 그저 대충이 아닌 자신에 대해 좋은 글을 쓰려는 이유 있는 결심은 있어야 하리라. 물론 이러한 결심에 걸맞도록, 대입 에세이를 쓰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고치고 또 고쳐 적어도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에세이를 완성하기를 바란다. 특히 근래에 SAT/ACT와 같은 표준 시험이 선택 사항으로 바뀌면서 그 중요성이 덜해 지고, 올 해는 인종을 입학 사정에서 고려하지 못하게 되며 개인적 장점을 고려하는 것조차 어려워 지면서 대입 에세이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최선을 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대입 에세이를 어떻게 시작할 지 몰라 고민하며 마음 고생이 많을 시니어들을 위해 USA Today가 펴낸 글, ‘입학 사정관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에세이 쓰는 요령 9가지’는 필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으로 판단이 되어 때마다 인용하는데, 올 해도 시기적절하다 여겨 여기 간단히 필자의 의견과 대학 입학 처장들의 의견을 가미해 소개한다:

1. 일화로 시작하라: 처음부터 재미가 없는 내용이라면 누가 읽을 것인가? 특히, 단 몇 분 정도만이 에세이 읽기에 할당된 시간이라면! 지원자들은 몇 달에 걸쳐 정성을 들이지만, 읽는 사람들은 몇 분도 채 할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기억하라. 제프 샐린저의 “누가/왜 대학에 합격하는가”라는 책에서 밝힌 것처럼, 유덥의 경우 한 지원자의 원서 전체를 읽는데 평균 8분이 할애된다고 하니 과연 에세이 읽기에는 얼마나 시간이 할당될 것인지를 명심하며 사정관의 눈길을 확 잡아 끌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할 일이다. 그러므로, 학생 자신의 지난 17년간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순간의 묘사에서 시작해 보라. 그 뒤에, 그 일이 어떻게 지금과 미래의 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간결하게’를 항상 자신에게 주지해야 한다. 명문장으로 꼽히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272 단어로 이뤄졌음을 기억하라

2. 자신을 학교측의 입장에 두고 보라: 대학측은 자신의 학교에 도움이 되는 지원자, 즉 재학중에는 학업과 과외 활동에 열심이고, 졸업 후에는 학교를 빛 낼 그런 학생을 뽑고 싶을 것이다. 이런 학생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에세이에 지적 호기심과 어떤 일 (무슨 일이든지)에 대한 열정, 그리고 건전하게 비판적인 사고 방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지원자의

입장에서 왜 그 학교가 자신에게 최적의 학교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과외 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필요도 있는데, 이것은 보충 원서의 “왜 우리 학교에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때 요긴한 사항들이다. “Why me?” 에세이가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위해 서로의 궁합을 맞춰 보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나는 네가 왜 좋고, 네가 원하는 이러 이러한 장점을 나는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에세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3. 너무 무리를 하지 마라: 똑똑하고 재치가 있는 17살의 학생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지 너무 튀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흥미 있고 튀는 소재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의미를 주는 그런 소재를 찾아서 쓰는 것이 오히려 더 감동을 준다. 그러니 막판 역전승의 이야기나 남미의 오지에서 집을 지었다는 것은 이제는 오히려 진부하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가 그런 종류의 이야기라면 무리해서 안 쓸 이유 또한 없다. 그런 소재를 사용하되 좀 더 진솔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면 될 것이다.

4. 평소에 쓰던 대로 써라: 전문가들은 에세이에서 무리해서 평소에는 입에도 담지 않는 SAT 수준의 단어들을 맞지도 않는 자리에 구겨 넣은 에세이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일기에 쓰는 글과 언론에 배포하는 공식 문서 사이에서 헤맬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마켓팅하는 광고문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접근 방법이다. 물론 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고등학생들만이 이해하는 줄임말이나 속어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될 일이다. 나머지 다섯 가지는 다음주에 소개한다.

| 벨뷰 EWAY학원 원장 민명기 Tel.425-467-6895 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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