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티 블루스가 끝나고

애독자들께서도 잘 아시는 대입 비리 사건인 ‘Varsity Blues’를 기억하실 것이다. 이 명칭을 직역하면 ‘대학/고교 (운동팀)의 우울함’ 정도일 텐데, 왜 대입 부정 사건을 이리 부르는지 이해가 갈듯도 아닌 듯도 하다. 이 이름은 검찰이 이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할 때, 이 건을 “Operation Varsity Blues”라고 이름 붙인 것에서 기인한다. 릭 싱어라는 칼리지 컨설턴트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을 위해 SAT/ACT 시험을 불법적으로 대리해 보게 하거나 운동 선수가 아닌 지원자들의 경력을 탁월한 운동 선수로 조작해 예일, 스탠포드와 USC 등의 명문 대학에 합격시킨 사건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지 검은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싱어는 2019년 3월에 연방 검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지난 1월 4일 검찰이 6년을 구형했으나 연방 재판부로부터 3년반의 징역형과 천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이 재판의 선고를 계기로,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단순히 공부 열심히 하고 과외 활동을 심도있게 하는 것이라고 믿어 온 우리네 보통 부모와 자녀들이 알게 된 몇몇 곁가지 대학 입학 방법을 살펴 보자. 미국에서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방법들은 정상적이거나 합법적인 것들만 포함하는 것은 아닌데, 첫째는 정문(front door)을 통해 당당히 합격해 들어가는 것이요, 둘째는 뒷문(back door)으로 슬쩍 들어가는 것이고, 셋째는 옆문(side door)을 통해 몰래 들어 가는 것이다. 정문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터이고, 뒷문은 기부금 입학자나 졸업생의 자녀가 사용하는 문이라면, 옆문은 부정 행위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비유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을 문지기(Gate keeper)라고 부르는 것과 교묘하게 맞아 떨어져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 웃음이 진정 씁쓰레한 이유는 이 세가지 문이라는 비유가 바로 위에서 나온 사건의 주범인 싱어가 보스턴의 한 법정에서 옆문 불법 사용죄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는 자리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번째인 정문은 문자 그대로 정상적인 입학 사정의 과정을 통과해 대학에 정상적으로 입학하는 것이다. 정식의 입학 사정에서 고교 성적과 시험 성적, 그리고 과외 활동 경력 등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당당히 합격한 학생들이 들어 가는 좁은문이다. 근래 상위권 명문 대학의 합격률이 10% 내외이고 5%대에 이르는 대학들도 적지 않음을 보면 좁은문이라기 보다 바늘 구멍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정도이다.

     이러한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 가기의 어려움이 있다 보니, 다른 방식의 입학 가능성을 찾는 이들이 생겨 난다. 두번째인 뒷문은 대학에 발전 기금을 기부하거나 졸업생 자녀로서의 특혜를 입학 사정에서 부여 받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가리킨다. 발전 기금을 내고 건물을 지어 줌으로서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그로 인해 다른 학생들도 혜택을 본다는 대학측의 변명이 일말의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으나 돈있는 분들의 자녀들이 쥔 금수저 밑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해당 대학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금 모금에 충성스런 졸업생들의 자녀에게 약간의 가산점을 부여하여 입학 사정에서 특혜를 주는 것도 사립 학교의 특성상 온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는 않으나, 분명히 다른 경쟁자들의 관점에서 공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뒷문 이용자들의 경우가 옆문 이용자들의 경우와 판이하게 다른 점은 이 경우는 꼭 합격된다는 보장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에, 한 연구에 따르면, 유펜의 졸업생 자녀 합격율은 16%로 상당히 높은 편이나 이 합격자 대부분의 경우 다른 합격자들에 비해 적어도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자격을 갖춘 학생들이라고 하니, 별 다른 특혜를 본다고 꼭 손가락질 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싱어가 개구멍처럼 만든 옆문을 사용하는 경우는 합격이 완전 보장된다. 싱어가 사용한 옆문 사용 방법을 크게 대별하면 두가지인데,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하나는 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적당한 구실을 만들고, 시험관을 매수해 SAT/ACT 시험 성적을 조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체육 특기생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개구멍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방식이다. 첫째 방식은 학생에게 조작된 서류 등을 통해 따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뒤 (SAT/ACT는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있을 경우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하고 따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함), 시험 도사인 하버드 졸업생 마크 리델이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시험을 자신도 보고 학생의 답안지를 고쳐 제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두번째의 방식은 해당 스포츠에 잼뱅이인 학생이라도 지원 대학의 특정 종목 코치를 매수해 체육 특기자로 입학 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대상이 된 체육 종목은 소위 취약 스포츠로 풋볼이나 농구처럼 선수 스카웃이나 선수로서의 활동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종목이 아니어서, 입학 후에 그 종목의 선수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이목도 끌지 않는 종목을 선택해 그 코치를 돈으로 매수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대학의 입학처들은 해당 종목의 코치가 추천하고 선발하는 경우, 거의 문제를 삼지 않기에 이런 방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온라인 상에 떠도는 다른 유명 선수의 사진이나  프로필을 변조해, 지원하는 학교의 해당 종목 코치에게 보내 자료로 제출하게 하는 등의 문서 변조까지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여학생의 경우, 그 부모가 싱어에게 백이십만불을 주었고, 싱어는 이 중 예일 대학의 여자 축구 헤드 코치인 루돌프 메레디스에게 40만불을 주고 이 학생의 경력을 남가주의 한 클럽 축구팀의 공동 주장으로 변모시켜 축구팀의 특기생으로 입학시킨 바 있다.

     새해의 첫 달을 보내는 시점에 과거의 잘못된 일들을 구태여 되씹어 본 것은 이것이 우리네 사정과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원들에서 SAT 시험지를 빼내거나 시험을 보고 문제를 사진 찍어 나와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팔거나 문제를 연습시켜 쪽집게라는 소문을 내 장사에 활용하는 행태들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짓된 과외 활동 경력을 조작해 입시에서 활용하는 행태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횡행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새해에는 하나님이 우리의 전 인생을 감찰하고 계시다는 생각으로 살아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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