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사정에 관한 루머들 3: 시험 점수

     독자께서 이 칼럼을 읽으시는 주말에도 “아직 원서 마감일이 며칠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쉬고 조금만 더 자자”라고 게으름을 피우는 고교 시니어가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하루 이틀이 지난 11월1일에 대부분의 조기 전형 원서가 접수를 마감하니, 그야말로 마감일이 예고된 “도적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혹시 조기 전형에는 원서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지원자들도 마저도, 그 2주일 후인 11월 15일에 우리 퓨젯 사운드 지역의 주민 자녀라면 거의 모두가 지원하는 유덥에 원서 접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행군에 고교 시니어 자녀들과 함께 부모님들도 덩달아 심신이 미리부터 피곤한 상태이시리라. 그리고 그로부터 또 2주 후인 11월 30일에는 버클리와 UCLA 등이 포함된 UC 대학들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마감을 맞으니 정말 쉴 틈이 없는 고난의 행군이 다가 온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면 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이러한 시기를 맞아, 좀 쉬어 가는 의미에서 US News & World Report가 게재한 “여섯 가지 미국 대학 입시에 관한 신화”를 중심으로 필자의 의견을 가미해 소개하고 있다. 그 여섯 가지 중에서 지금까지 ‘고교의 모든 수업에서 A를 받는 것이 가장 입시에서 중요하다’와 ‘가능한 더 많은 클럽이나 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라는 신화가 과연 사실인지를 해부해 드린바 있고,

이번주에는 시리즈의 세번째 주제로 ‘시험 성적이 불/합격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라는 신화를 해체해 드린다.

     미국의 학부모님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능 시험’이나 ‘가오카오’와 같은 대학 입학 시험들이 불/합격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경험한 분들은 SAT 나 ACT와 같은 표준 학력 고사를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오해(?)가 있다 보니, 유수한 명문 대학들의 입시 요강이 발표된 웹사이트를 보면,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사항이 하나 있다. “우리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이 표준 시험의 점수는 많은 다른 요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이다. 이것을 보시고도, 반신반의 하시며 그래도 이 시험 점수가 많은 다른 사정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고 받아 들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은 학창 시절에 겪은 시험 성적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밴더빌트 대학의 입학 부총장인 더글라스 크리스찬슨 역시 시험 성적이 많은 요소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도 상당수 떨어 뜨립니다. 왜냐하면, 이 학생들 중에는 시험 점수 이외에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학생들이 꽤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시험 점수가 많은 사정 요소들 중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코비드의 영향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의 숫자가 아직도 이어지는 경우가 생겨나자, 미국 대학들의 3분의 2 이상은 입시에서 시험 점수의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격하했다. 즉, 점수를 내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정책을 사용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시험 점수의 제출을 필수로 요구해, 시험 점수가 없으면 대학에 원서를 제출할 자격이 아예 없는 것으로 여겼으니, 참 상전벽해라 아니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러한 정책에도 여러 가지 다른 유형이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Test Optional은 문자 그대로, 시험 점수의 제출을 지원자의 선택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말의 이면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시험 점수를 제출하고, 그 점수가 해당 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의 점수와 비슷하거나 높으면, 합격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거꾸로 뒤집어 보면, 점수가 낮거나 점수가 없어서 내지 않은 학생들은 앉아서 손해를 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덥은 이 점수들이 사정 과정에서 중시되지 않지만, 이 점수가 없었으면 불합격되었을 수도 있는 지원자가 좋은 시험 성적이 있으면 합격될 수도 있다는 일견 모호한 입시 요강을 내놓은 상태이다. 다음에는 UC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과 같이 Test-blind 정책을 사용하는 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들은 입학 사정에서 시험 점수를 제출하더라도 점수에 곁눈질도 전혀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니, 이 경우에는 괜히 점수를 제출하려 생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같은 명문 공과 대학인 MIT와 조지아텍 같은 경우에는 올 해부터 다시 이 시험 점수의 제출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는데, 수학 시험 점수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분들은 이러한 테스트를 안 보는 정책들이 팬데믹 때문에 오롯이 생겨난 것이라 오해 하시지만, 실상은 코비드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는 것이 이러한 정책들이다. 이 전에는, 입학 시험이 어떤 지원자의 능력을 확실히 대변하는 도구가 아닐 수도 있으며, 공부 능력이 있어도, 시험에는 유독 약한 학생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덧붙여, 이러한 대학 입학 시험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며, 이러한 시험 준비는 경제력이 높은 가정의 자녀일수록 더 잘할 수 있기에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몇몇 진보적인 학교들만 사용했었으나,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명문 시카고 대학이나, 보도인 대학, 스미스 대학 등의 명문 사립 대학들도 이 대열에 동참한 바 있었다. 결론적으로, 과거에도 이 시험들은 합격 여부의 결정적 요소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점점 그 세력이 약해 지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점수가 높으면 당연히 합격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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