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압감 털어 내기

     이제 8월도 중순에 접어 들고, 개학이 아직 몇 주 남기는 했지만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마음이 점점 바빠진다. 특히 올 가을에 고등 학교 시니어가 되는 가정들은 가슴 저 깊은 곳에 무겁게 자리 잡은 대학 입시에 대한 걱정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머리를 처들고 가슴을 아리게 파고 든다. 벨뷰 교육구의 학교들은 9월 1일에 개학을 하고, 에버렛 교육구는 9월7일에 가을 학기를 시작하는 등, 차이는 있으나 곧 학기가 시작하는 것은 다름이 없고, 각 대학의 원서 마감일은 11월 1일을 시작으로 도둑처럼 다가 오니 마음에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이러한 부담을 반영하듯,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SAT  수업을 위해 학원에 자녀를 떨구시며 적어도 세명 이상의 어머님께서 거의 동일한 걱정을 하신다: “어제 아이와 대판 싸웠어요. 자기는 보통 아이니까 큰 기대를 접으라는 거예요. 이제는 머리가 커서 말도 안 듣고, 대들기 까지 한다니까요,” “게임을 못 하게 했더니, 자기의 감정은 생각도 안하고 점수만 올리라고 몰아 부친다고 문을 쾅 닫으며 반항을 하는 거예요.” 다른 한 어머니는 수화기 너머에서 “아니, 우리 애들은 도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하나같이 저에게만 못마땅한 감정을 퍼부어 대요. 제가 감정 쓰레기 하치장도 아니고 …” 불평을 하시다가도 “하지만, 저한테라도 그러니 다행이지요” 하시며 감정이 격해지신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과민한 불안 증세를 잘 알고 해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하다 보니 작년 이 맘 때 열린 올림픽의 바일스 선수가 생각난다. 작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미국 올림픽 팀 내 최고의 기대주는 단연 시몬 바일스였다. 미국 체조, 아니 세계의 체조계를 대표하는 이 24살의 체조 선수는 당시 올림픽에서 그녀가 획득한 금메달 숫자가 아닌 다른 것으로 세계인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잘 아시는 것처럼, 체조의 전종목인 6개 부분에서 금메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바일스는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받고 나머지 종목에서 기권을 한 뒤 마지막 종목인 평균대에서 동메달을 받는 것으로 경기를 마쳤다. 예상치 못한 기권의 이유에 대해 예선을 마치고 인스타 그램에 남긴 그녀의 심경,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기분”에서 기인한 메달에의 중압감으로 생각된다 (전문을 보시는 것이 그녀의 중압감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어 길지만 여기 소개한다: it wasn’t an easy day or my best but I got through it. I truly do feel like I have the weight of the world on my shoulders at times. I know I brush it off and make it seem like pressure doesn’t affect me but damn sometimes it’s hard hahaha! The olympics is no joke! BUT I’m happy my family was able to be with me virtually? they mean the world to me!) 기권의사를 표시한 뒤, 다시 인스타 그램에 올린 그녀의 포기를 이끈 마음 상태: “예선이 끝나고 갑자기 혼란이 왔어요. 위 아래가 구분이 안되고, 어떻게 착지를 해야 하는 지도 잊었어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트위스티스 (twistis)”라고 이름하는데, “체조 선수들이 몸을 뒤틀거나 뒤집는 동작을 할 때, 공중에서 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상태가 오면, 그 동안 수도 없이 그야말로 자동적으로 되었던 공중에서의 비틀기 동작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니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없게 되어, 정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은 우리 자녀들이 성적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에서 야기되는 심리적 중압감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머리도 나무랄데 없이 좋고, 가정 환경도 다른 걱정없이 충분히 공부하고 과외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인 가정의 아이들이 성적을 결정하는 시험이나 일상 활동 등에서 유독 부진한 경우를 본다. 각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많은 경우 부모님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 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부담감과 중압감에 짓눌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님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갖은 고생 끝에 이곳에서 상당한 지위나 부를 누리시는 가정 자녀의 경우에 이런 상황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을 가끔 본다.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이런 경우의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가 클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중압감을 느끼지만, 이런 부모님들의 경우 자녀들에게 대놓고 압박을 가하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의례 많이 하시는 말씀, “뭐 꼭 좋은 대학 가야 성공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다가 보면 일반적으로 자신의 가정을 부양할 만한 자리는 차지하고 살게 되는 것이니까요.” 왜 그럴까? 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표날만큼 압박도 하지 않는 부모의 중압감을 지레 짐작하고 힘들어 하는 것일까? 각가지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이지만, 자신과 부모를 은연 중에 비교하는 마음에서 유래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오르지 못할 고지에 오른 부모들을 보며 자신의 게으름과 편한 환경에 젖어 인내를 모르는 상황에 미리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애써 사서하는 고민은 활짝 벗어 버리고, 이번 여름의 끝자락에서 실제로 조그마한 일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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