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에 자녀에게 권장할 일: 책읽기 1

     곧 다가 오는 여름 방학을 앞 두고 우리 자녀들의 여름을 책읽기에 투자하자는 독서 권장 캠페인 시리즈를 시작한다. 여름은 긴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더운 날 땀 흘리며 책을 읽는 것이 특별히 더 머리에 잘 들어 와서가 아니라, 학교 공부에 부담없이 여유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휴가라도 떠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면 비행기나 차속에서 무료함과 지적 호기심을 달래는 좋은 간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책들을 읽으면 좋을까? 

     먼저 우리 부모님들을 위한 책은 지난 5월말 뉴욕 타임즈가 이번 여름에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골라 그 리스트를 실은 것을 소개함으로 가름한다: “88 Books to Bring Your Summer Alive”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2/books/summer-reading.html?campaign_id=9&emc=edit_nn_20220528&instance_id=62652&nl=the-morning&regi_id=53355862&segment_id=93628&te=1&user_id=8ed94af00530baa7669ff6fc1c2860fa

     다음에는 우리 자녀들을 위한 책을 몇 권 소개한다.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 각급 학교는 학생들이 여름 동안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마련해 주거나, 고등 학교의 경우 다음 학기 AP 수업에서 읽을 도서 목록을 이용한 숙제를 주기도 한다. 이런 리스트에 오른 책들은 물론 그닥 재미는 없을 수 있지만, 시대의 벽을 뛰어 넘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다.  

     헤르만 헤세가 1919년에 출간한 ‘데미안’에서 나온,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대목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다. 이 모티브는 디지털 시대의 중고등 학교 학생들에게는 BTS의 “피 땀 눈물” 뮤직 비디오에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왔다. 어느 세대에게든지, 세계는 알이며 고교 시절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대학이라는 다른 세계를 향해 나아 갈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한 가지 명심할 사항은 알은 깨고 나오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이다. 즉,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사라지고 또 다시 기회를 맞을 수 없거나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로부터 귀에 딱정이가 생기도록 들은 “공부도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하거라”라는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이것을 말로 자녀에게 대를 이어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이 책이 BTS 철학의 모티브이니 한 번 읽어 보지 않겠니”라고 슬쩍 뚱겨 주시면 운이 좋은 경우 아마도 “그럼 그 책 당장 주문 좀 해 주시겠어요?”라는 즉답을 얻어 낼수도 있을 것이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는 책이 쓰여진 1950년대 초의 이야기이지만, 작금에도 통용되는 사실인 청소년들이 순수함을 잃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 나이인 우리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울림을 준다는 의미에서 고전 작품이다. 그에 더해 보너스로서 첫 몇 페이지에서 뿜어 나오는 한겨울의 한기가 여름을 식혀 주니 읽을 가치가 있다. 물론 주인공인 젊은 자퇴 고교생이 사용하는 거친 말들이나 그가 뉴욕에서 방문하는 술집이나 호텔 등 우리 어른들이 보기에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우리 고교생 자녀들이 잘 소화할 수 있으리라 믿어 주자.  

     1960년에 출판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의 경우는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흑인이나 아시안에 대한 인종 차별 문제의 고전을 볼 수 있으니 읽어서 마음의 양식이 되기에 시기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도 않은 범죄 행위로 인해 차별적인 재판을 받게 된 한 선량한 흑인을 변호하는 주인공의 백인 아버지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삶의 롤 모델로 삼고 정의감으로 가슴이 벅차 지거나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면 여름 책 읽기의 목적을 확실히 달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등 학생쯤 된 자녀들은 이제 자신이 뭘 하고 싶은 지를 찾아야 한다는 유/무언의 압력을 크거나 작게 느끼지만, 공부에 바쁘고 운신의 폭이 좁아 미래에 택할 직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간접적이나마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들과 무제한 만날 수 있는 책 읽기와 관심이 있는 분야를 미리 맛 볼 수 있는 인턴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에 출판된, 알레스 해일리의 “뿌리 (Roots, 1976)”는 18세기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 와 미국에서 살아 가는 주인공 쿤타 킨테와 자손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출간된 당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의 1위 자리를 22주 동안이나 차지한 이 작품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방영된 것으로 기억한다. 인종과 시대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네 이민자들에게 공통되는 정서를 발견하게 뵐 것이다. 

     이 이외에도 읽을 만한 좋은 책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좋은 책의 목록들을 집 근처 도서관의 사서에게 묻는다든지, 칼리지 보드의 추천 도서 목록을 살핀다든지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 주는 것일 텐데, 어린 자녀일 경우, 잠을 청하기 전의 몇 분을 같이 이불 속에 누워 몇 페이지의 동화책을 읽어 주시거나, 여름 저녁 무렵의 뒷 마당에 접이식 의자를 펼쳐 놓고, 아들 딸들과 함께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 보시라. 물론 읽은 뒤, “스 책에 대해서 아빠에게 좀 알려 줄테야? 아빠는 영어로 된 긴 책을 읽기가 힘드니 좀 도와 주면 좋겠는데…” 사정 아닌 사정을 하시면 녀석들, “오케이”하며 삐뚤 빼뚤 읽은 책들의 내용을 신이 나서 소개할 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책읽기 버릇은 엄마 아빠를 통해 길러 진다는 말은 그리 틀리지 않다.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차곡 차곡 몸 속에 저장한다는 의미에 더해,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입학 원서에 가장 흥미있게 읽은 책들을 두, 세권 적고 그 이유를 쓰라는 문제들이 있으니 염두에 두고 책 몇 권 열심히 읽어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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