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힘을 쏟아야 하나?

주말에 장을 보기 위해 한인 마켓을 가면 어김없이 입구에 픽업되기를 기다리는 각종 신문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몇 번 쓱쓱 손가락질을 하면 벼라별 정보와 읽을 거리를 접할 수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습관처럼 마켓 앞의 신문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온다. 각종 세일 안내나 일거리 광고 등도 관심이 있지만, 어떤 지인 왈, “각종 전문가 칼럼도 이유가 되긴 해요”라며 격려를 해 주신다.

이러한 격려가 힘이 되어 10년도 훌쩍 넘게 이 글을 쓰다 보니, 이 때쯤은 이러한 류의 글이 독자들께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올 해도 벌써 5월도 거의 지나가고, 곧 여름 방학이 된다.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 “지난 팬데믹 동안 아이들의 학력이 ‘훅’ 떨어진 것을 저희 같은 비전문가도 느낄 정도이니,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어요.” 걱정이 태산이라는 표정으로 체념한 듯,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결기 어린 모습을 보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이가 깨닫도록 도와 줘야 겠지요”라며 뻔한 내용을 비장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10주나 되는 긴 방학 동안, 초중고교 학생들이 자신의 학년과 상황에 걸맞는 방학 잘 보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도와주셔야 할 터인데, 가장 훌륭한 도우미가 되시기를 원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자녀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되는 지의 이유를 깨닫고 실천하도록 등을 슬쩍 밀어 주시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런 행동을 미국 사람들은 ‘nudge’라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끔 필자의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는 한 논문을 다시 간추려 소개한다. 미국내 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의 협회인 과학원이 있는데, 이 단체에서 출간하는 잡지가 PNA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이다. 이 잡지에 몇 해 전 발표된 사회학 분야의 논문인, “Explaining Asian Americans’ Academic Advantage over Whites (공부 면에 있어 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백인 학생들에 비해 앞서 갈까)”를 소개하니 읽으시고 우리 자녀들에게 왜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되는 지의 이유를 자녀들에게 조근조근 말씀해 주시면 어떨지.

이 논문의 저자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아시아계 학생들이 백인보다 학업 면에서 월등한 이유는 대체로 다음의 세가지로 여겨져 왔다: 1)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에 비해 더 머리가 좋다, 2) 아시아계 학생 부모들의 교육 정도와 교육열이 더 높다, 3) 아시아계 학생들이 훨씬 더 노력을 많이 한다. 이 논문을 쓴 연구자들은 아시아계가 과연 학업적인 면에서 우월한 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까지를 연구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유치원에 진학할 때의 아시아계와 백인계 학생들의 학력 차이와 두뇌 능력 차이는 거의 비슷했는데, 5학년이 되는 시점에는 양 종족 학생들의 학력 차이가 눈에 띨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14세에서 15세가되는 10학년 무렵에 그 차이가 최고점에 이르게 된다는 현상을 관찰했다.

결론적으로, 이 두 종족간의 학력 차이는 어느 한 쪽이 머리가 좋고 나쁨이 아닌 얼마나 노력을 더 하고 공부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느냐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두 종족 학생들의 부모와 가정 환경을 조사해 본 결과, 결코 아시아계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백인 학생들의 부모님 학력이나 교육에 대한 관심도를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아시아계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보다 더 공부 시간에 집중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일까? 이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계 학생들은 1) 자신이 이민자라는 불리한 현실의 여건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기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며, 2) 아시아인들의 문화적 관습에는 “노력만이 성공에 직결되는 길”이라는 전통이 있기에 자녀들이 공부에 더 열심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 자녀들이 학창 시절에 또는 사회에 진출해 경쟁자들인 백인 학생이나 동료들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결론이다. 즉, 우리의 현실을 깨닫고 더 열심을 내어 자신에게 주어진 해야할 일들

(공부, 운동, 악기 연습, 봉사 활동, 등등)을 최선을 다 해 하는 것만이 남들보다 뛰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성공의 등식은 물론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라도 해당되는 아주 단순한 진리이기는 하지만, 우리 이민자로서의 한인 동포 자녀들이 명심하고 열심을 내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유를 알았으면, 실천이 필요하다. 올 여름 방학동안 초등 학생이라면, 좋은 책 몇 권을 골라 몇 번이고 읽어 독서하는 습관도 기르고 마음의 양식도 축적하는 것이 팬데믹으로 공부면에서 메말라진 마음에 비료가 될터이고, 동네의 꼬마들과 팀을 이루어 규칙적으로 한 주에 두세번 축구 연습을 하는 것도 몸에 단 비가 될 것이다. 규칙적이고 활동적인 일들에 익숙해 지면, 방안에 꼬부리고 앉아 게임기만 붙잡고 씨름을 하거나 텔레비젼 앞에서 만화나 보고 하루 반나절을 눈버리고 앉아있는 무의미한 일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교생들도 책 읽기와 운동 등의 특기 활동 등에 더해, 나이에 걸맞는 봉사 활동 거리를 찾아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떨지? 학문적인 바탕도 있으니 자녀들에게, 뭐든 열심히 남보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네 보통 이민자들이 성공하는 유일한 비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고취시키시는 것이 어떨까? 특히 부모님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이민자로서 닦아 놓은 평탄한 길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이민자의 후예라는 사실과 헝그리 정신을 잊고 현재의 편안하고 달콤한 일상에 머무르게 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자녀들을 계속 격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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