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올 해의 AP 시험

     ‘상전벽해 (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미국에 오신지 오래되신 분이 한국을 방문하셔서 옛적 미국에 올 때 비행기를 탄 김포공항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어진 인천 국제 공항을 보셨을 때 쓰실 수 있는 말이다. 아니, 미국에 오신지 꽤 오래되신 분이 이 말을 기억하기는 힘드실 가능성이 많다. 뽕나무 밭이 변해서 푸른 바다가 되듯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올 해의 AP 시험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이구, 상전벽해로구만!”이라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설명보다는 작년 이맘 때 필자의 칼럼을 잠깐 인용한다: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시험이라 취소는 안되었지만,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형태를 보이는 것이 있는데, 바로  AP 시험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매년 5월의 첫 두주가, 변함없이 시행되는 AP 시험으로 전국의 고교생들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시기였다. 그러한 고난의 시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형태가 작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학교에 모여 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도록 했다. 올 해는 시행사인 칼리지 보드가 시험의 공정성 제고와  이제는 감염의 위험이 많이 개선된 상황을 반영해 시험의 시행에 몇가지 변화를 주었다. 즉, 시험 장소를 집과 학교의 양자를 모두 허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사용하며, 시험을 보는 시기도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는데, 이 변화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올 해의 AP 시험은 5월초부터 6월 초의 3차에 걸쳐 시행한다. 즉, 예년에는 매년 5월 첫 두주에만 고정해 시행하던 시험을 올 해는 1차 (5월 3-7일, 10-12, 14, 17일), 2차 (5월 18-21, 24-28일), 그리고 3차 (6월1-4, 7-11)로 나누어 시행하며 학교의 재량으로 시험 일자를 선택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심리학 시험을 보는 학생은 학교의 결정에 따라, 5월11일 (1차), 5월 20일 (2차), 또는 6월3일(3차)에 시험을 치를 수 있고, 미국 역사의 경우는 1차는 5월6일, 2차는 5월 19일, 그리고 3차는 6월2일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1차 시험은 학교에서 종이로 된 시험지에 연필을 사용하며, 2차 시험은 절반은 연필과 종이, 나머지 반은 디지털 시험이며, 3차 시험은 대부분 디지털 시험으로 학교와 학생의 집에서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가끔은 작년 이맘 때에 아니 십년 전 이맘 때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당시의 자료를 통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년의 필체를 보면, 올 해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 우리 인생은 어찌 이리도 미련한 것인가? 하루 앞도 내다 볼 수가 없으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러니, 우리는 하나님을 찾는 지도 모른다. 

     작년과는 전혀 달리, 올 해의 AP 시험 스케줄은 3년 전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5월의 첫 두 주 (5/2-6, 5/9-13)동안 시험을 치르며, 종이와 연필로 된 시험이다. 이 기간 중 오전 오후 시험으로 나눠 시행하는데, 오전 시험은 지역 시간으로 8시에서 9시 사이에, 오후 시험은 12시에서 1시에 시작한다 (예외적으로, 물리 C는 2시에서 3시 사이에 시작한다). 한가지 알아 두면 요긴한 시항은 갑자기 예정된 시험을 못 보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학교의 AP 코디네이터에게 보충 시험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시험은 과목에 따라 5월 17일부터 20일 사이에 주어진다. 

     이쯤 되면, AP (Advanced Placement)에 대해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의 궁금증이 발동할 것이기에 AP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고등 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미리 앞당겨 수강하는 것을 의미하는 AP 과목들의 수준은 대학에서 일학년 때 배우는 같은 과목의 내용들과 대등하다. 그러한 연유로, 이 과목에서 얻은 성적과 이 과목 수강을 거의 마치는 매년 5월 경에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획득한 점수가 대학 입학 사정에서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로 사용된다. 즉, AP 미적분 (Calculus) AB는 대학 미적분의 첫 학기분의 공부와 같고, AP Calculus BC는 두번째 학기에 공부하는 내용 정도의 수준이기에 이 과목을 고교에서 성공적으로 이수한다면, 이 학생은 대학에서도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니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수업을 고등 학교에서 수강하고 학점을 받으면 당연히 고등 학교의 학점으로 인정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학년말의 시험에서 소정의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 진학 후 대학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AP과목은 이중 학점 (Dual credit) 과목으로 불리우며, 다수의 과목을 고교 시절에 이수한 경우에, 대학 졸업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는 시간적, 금전적으로 상당히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학생들이AP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을 받아 졸업 기한을 한 학기 또는 많으면1년을 줄여, 3년 정도에 대학을 마치는 경우도 있으니 시간과 학비를 절약하게 하며, 때로는 복수 전공을 가능하게도 한다. 즉 보통 고등학교의 시니어 때까지 10여 과목의 AP를 수강하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획득한 학생들은 대학의 1학년 때 수강해야 하는 교양 과목들을 대부분 면제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어도 한 과목을 부전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고, 복수 전공까지도 가능한 시간을 벌 수 있으니 상당히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 재학중인 고교에서 꼭  AP 과목을 이수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혼자서 또는 온라인 코스를 통해 공부를 한 학생들도 볼 수 있기에 해당 학교에서 AP 과목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변명을 할 수만은 없는 시험이기도 하다  


글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