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선한 지도자가 되기를 격려하기

요즘은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에 전국 네트웍을 가진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이곳 저곳을 돌려 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까지는,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무력 침공이 개시된지 삼사일이 지나도 수도 키이브가 함락되지 않은 이후로 생겨난 현상이다. 이 전쟁에서 사력을 다해 상식적으로는 퇴치 불가능한 거대한 적의 무력 침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에 대한 경이와 공감이 생겨 난 탓이다. 성서적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떠오르고, 우리 조국이 겪은 6.25 전쟁이 당연히 머리속에 그려지는 공감이 많은 전쟁이요 약자의 승리가 염원되는 그런 전쟁이 바로 우리가 사는 역사의 현장에서 일어 나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 지구촌의 어느 구석에선가 항상 국가간의 다툼은 일어 난다. 우리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전쟁과 다툼은 그리 많지 않고, 그런 경우에는 로칼 뉴스에서 잠시 지나가며 다뤄 주는 전쟁의 장면들과 해설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에 어떤 일이 일어 나고, 내일의 날씨는 어떨 것인지, 출근 길의 교통 상황은 어떨 지가 더욱 큰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최근 값이 조금 더 저렴한 유튜브 티비를 설치한 탓에 CNN이나 Fox News와 같은 전국 채널을 볼 수 있게 되어, 다행히 거의 저녁 내내 보도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생생한 전쟁 소식을 접하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이 보도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같고 풍습이 비슷해도 지도자가 사악하면 극단적인 살육 행위가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6.25 전쟁을 묘사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어구가 생각날 정도로 러시아의 군인들은 우크라이나의 친척들이요 군인이 아닌 시민들에게 조차 대포를 쏘아 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지도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우리 자녀들이 평화와 나눔을 실천하는 지도자로 성장하고 그를 위해 우리 부모들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연고로 작금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을 이끌고 있는 브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일어 났다. 잘 아시다시피,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코미디 배우였다. “국민의 공복 (국민의 종, Servant of the People)”이라는 텔레비전 코미디 시리즈에서 평범한 교사의 역할을 열연하여 많은 국민들의 공감과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서 그는 정치 지도자들의 타락에 대한 신랄하고 공감이 가는 비판을 하고, 이것을 한 학생이 비디오로 찍어 올린 것이 거세게 전파되어 마침내 대통령이 된다는 스토리였다. 이것과 거의 유사한 결과가 현실에서 이뤄져 젤렌스키는 지난 2019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종’이라는 당을 결성해 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용기있는 지도자’의 표상으로 떠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좀 더 알기 원하시는 분이 있을 것같아 때마침 뉴욕 타임즈가 프로파일 기사를 게재해 여기 필자의 의역으로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젤렌스키는 퇴락해 가는 공업 도시에서 엔지니어이며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인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태인으로 역사적으로 반유태 정서가 강한 이 지역에서 태어나 많은 다른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모국어로 배우며 자랐다.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의 ‘국민의 종’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일으켰고, 선거 전날 방영된 (배우 출신인)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에 비교한 도큐멘터리가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초기 반응은 코미디언 출신의 초짜 정치인에게 상당히 냉담했고 조롱조의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는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젤렌스키는 마치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과 같이, 조국을 침공한 무자비한 독재자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국민 정서의 대변자인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전쟁 초기에 미국이 망명할 비행기를 제공한다고 제안했을 때, 오히려 조국과 민족을 지킬 무기를 보내 달라고 호소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이러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미지는 이미 선거 운동 당시와 당선 후의 행보에서 보여준 그의 긍정적이고 애국적인 그의 비전과 상당히 일치한다. 그의 선거 운동 중 두가지 가장 큰

공약은 정부의 부패를 일소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었다. 당선 후, 그는 국회 의원들의 법적인 면책권을 없애고 자신이 순시 행사에 사이렌을 불지 않고 두대의 자동차만이 동행하도록 했다. 각 관청에 걸려 있는 대통령 사진을 떼어 내고, 공무원들의 자녀들 사진을 붙이게 함으로서 자신들이 일하는 목적을 항상 생각나게 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했다. 그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자랐고, 러시아에서 그의 영화가 인기를 얻어 스타가 되었으니, 아마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상당히 유화적일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었다. 처음에는 러시아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타협할 의향이었지만,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의 태도가 선의의 자세가 아닌 억압적이고 우크라이나를 종속시키려는 자세였기에 젤렌스키는 서방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이러한 정치적 태도는 푸틴을 노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침공 이래, 젤렌스키는 키이브에 머물면서 비디오 테잎 연설을 통해 국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어제만 해도 암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군 병원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격려하고 훈장을 수여하는 용기를 보여 주고 있다. 한 기자의 보도가 흥미롭다. “그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배우이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계속 끝까지 행할 것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그럴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이나 우리 모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가 배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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