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병 (Senioritis)

지난주를 지나며 워싱턴 주의 거의 모든 초중고교들은 학기말 고사를 마침과 동시에 가을 학기를 마쳤다. 학기를 마쳐도 겨우 금요일 하루를 쉰 뒤, 이번주부터 봄 학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힘들어 하지 마시라 학생 여러분, 이제 곧 미드 윈터 브레이크로 한주간을 쉬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 휴가도 그리 신나지 않은 분위기이다. 여느 해 같으면, 부모님들을 졸라 스키를 간다든지, 하다못해 근처의 영화관을 찾아 막 발표된 또는 곧 있을 오스카 상을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영화를 보며 이 주간을 보냈을 텐데, 올 해는 오미크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스키장도 영화관도 그리 마음이 안 땡기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고교 시니어들, 특히 대학의 합격 통지를 받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참기 힘든 시간이다. 미국 고등학교 시니어들의 일부는 이맘 때쯤이면 대학에 원서를 일찍 제출해 이미 12월 중순경에 합격 편지를 받았거나 (Early Admissions), 또는 롤링 어드미션 (Rolling Admissions, 원서를 내는 순서에 따라 사정하여 결과를 수시로 통보하는) 제도를 사용하는 대학에 원서를 제출해 이미 합격 여부를 이때 쯤에는 통보 받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주내의 대학에 지원을 한 학생들 중에는 풀만의 워싱턴 주립 대학이나 서부 워싱턴 대학에서 이미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들이 제법 많다. 이 경우 합격이 된 학생들은 더 이상 고등 학생으로서 이룰 목표가 없어지고 할 일이 없는 것으로 느껴져 온라인 학업에 재미를 잃고 느슨해 지는데 마음 놓고 할 일은 별로 없는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다.  이와는 달리, 정시 모집 (Regular Admissions)에 원서를 낸 학생들은 합격 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학교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고 좌불안석하는 마음 상태에서 학업에 소홀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향 또는 증상을 시니어라이티스 (Senioritis)라고 부르는데, 시니어들이 겪는 질병이라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다시말해, 시니어 (고삼)에다가 류마티스의 어미인 –티스를 붙여 한국식으로 말하면 ‘고삼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모든 질병에는 증세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이 시니어 라이티스라는 질병에도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비견할만한 심각한 결과가 뒤따른다. 많은 대학들의 경우, 이러한 증세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저조한 학업 성적에 대한 징계로 이미 합격시킨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대학들은 해당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최종 학교 성적표를 7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데, 이 성적표에 D나 F와 같은 성적이 있으면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 보낸 몇 년의 세월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합격 철회 결정은 보통 대학이 새 학기를 시작하기 일, 이 주전인 8월이나 9월경에 학생에게 통보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학교에 진학을 시도할 기회가 남지않은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나쁜 성적뿐 아니라, 원서 제출시에 원서에 기록한 시니어 2학기 계획과 다른 쉬운 과목을 수강한 경우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대학의 입학 원서에는 시니어 첫 학기에 듣는 과목뿐 아니라 두번째 학기에 들을 과목까지도 쓰는 난이 있다. 이것은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주니어까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시니어 때는 쉬운 과목들만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향한 경고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지원자가 고등학교를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목들과 씨름하는 학생들을 우대한다는 사인을 대학측이 지원자들에게 분명히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대학들은 시니어 첫 학기 성적이 나오는 1월말에서 2월초에 Mid-year Report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혹시 자녀 중에 대학 입시를 앞 둔 고교 11학년이나 10학년 학생이 있어, 지원 대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오는 2월 15일에 시행되는 버추얼 칼리지 페어에 참석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온라인 칼리지 페어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접속해 그 대학의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해당 학교에 대한 어떤 질문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이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미리 다음의 웹 사이트에 등록을 하면 된다: https://www.nacacattend.org/22VirtualFeb15  지나기는 했으나 2월8일에 미대나 음대 학생들을 위한 칼리지 페어가 있었고, 오는 2월24일에 STEM 전공자들을 위한 칼리지 페어가 있으니  잊지 말고 참가해 궁금증을 풀면 좋을 것이다. 4월 3일과 4월26일에는 전체 페어가 다시 열릴 예정이니 이번에 시간이 안되는 학생들은 달력에 표시를 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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