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에는

     이제 며칠이 지나면 2022년 새해를 맞는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섭리를 인간 나름의 이해와 해석을 거쳐 계절과 날짜와 시간을 정해 규칙을 만들고, 지금은 오전 한 시이고 내일은 1월 1일이라 정해 놓고 인간 모두가 예외없이 지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동양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12간지’라고 해서 하늘의 시간인 십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땅의 시간을 상징하는 12가지 동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결합하여 특정한 해의 이름을 붙이고, 그 해의 미래를 점쳐 보는 풍습이 있어왔다. 이에 따르면, 올 2022년은 십간의 아홉 번째인 ‘임’과 12지의 세번 째 동물인 ‘인 (호랑이)”가 결합되어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이다. 옛 사람들은 검은 호랑이가 마귀를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다. 코로나로 암울했던 지난 한 해의 어려움을 털어 버리고, 호랑이처럼 강하고 활기 있게 치고 나가 칙칙한 오미크론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례없이 불확실했던 한 해를 보내며, 다가 오는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다 보니, 매년 새해를 앞두면 생각나는 침례교 목사님인 로버트 헤이스팅스가 1980년에 쓴 “The Station (종착역)”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필자의 졸역으로 여기 다시 소개한다 (전문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지 않았기에 원문을 원하시는 분들은http://www.thestationessay.com/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잠재의식의 저 깊은 곳에 우린 머나먼 대륙을 횡단하는 긴 열차 여행을 하고 있다는 소박한 느낌을 갖고 있다. 기차의 창가로 지나가는 자동차들, 철로 변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가축들, 발전소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들, 끝없이 펼쳐지는 목화밭과 옥수수 밭, 평지와 계곡들, 도시의 건물들과 시골의 공회당을 보며 우리는 커피 한 잔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 항상 꿈틀대는 것은 종착역에 대해서이다…모월 모시에 우린 목적지에 신나게 기적을 울리며 도달해, 휘날리는 깃발과 밴드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 모든 아름다운 꿈들이 확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곳을 기리며 쉼없이 우린 객실 내의 통로를 서성이며 시계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렇지 그곳에 도착하면, 모든 게 이루어 질거야. 암, 그렇구 말고 우린 다짐한다. 열 여덟 살이 되면, 이번에 승진만하면, 우리 애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벤츠 450SL만 사면, 은퇴 연금만 타면. 계속 다짐을 한다”  

     “그날 이후론 우리의 행복한 삶은 영원히 지속되는 거야.”

     “그러나 멀지 않아, 우린 안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종착역은 없고, 땅엔 한번 도달하면 모든 게 한 번에 해결되는 그런 곳은 없음을. 여정은 기쁨이다. 그 종착역은 환상이다…그 역은 가까이 가는가 하면 계속 멀어진다. 어제는 기억이며, 내일은 꿈이다. 과거는 역사이며, 내일은 하나님에게 속한 것이다. 어젯밤에 스러진 황혼은 내일의 어슴프레한 여명이다. 단지 오늘만이 사랑하고 살아가기에 충분한 빛을 준다.”

     “그러니 어쩌랴, 지난 시간에 살며시 문을 닫고 열쇠를 치워버려라. 사람들을 몰아 대는 것은 오늘의 짐이 아니라 지난 날에 대한 회한이며, 올 날에 대한 두려움인것을. 회한과 두려움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볶아 대는 두 얼굴의 도적인 것을.”

     “성경의 시편 118장 24절에 나오는 ‘이 날은 여호와께서 정하신 날이라. 이 날에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라는 말씀과 함께 생각할 때, ‘현재의 날들을 기쁘게 즐기라’는 경구는 참으로 맞는 말이지 않은가?”

     “그러니 객실 내의 통로를 서성거리거나 지나간 거리를 세지 마라. 그러기 보다는 강에 나가 수영을 더 하고, 산들을 더 오르고, 어린아이들에게 더 많이 뽀뽀하고, 밤에 나가 더 많은 별들을 세어 보라. 좀 더 자주 활짝 웃고, 가능하면 덜 울어 보라. 더 자주 맨발로 걸어 보며, 좀 더 자주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라. 더 자주 회전목마를 타 보라. 해가 넘어 가는 서산의 모습을 더욱 더 즐기라. 삶이란 우리가 지내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 걸. 종착역은 곧 올 것인 것을.” 

     올 한 해도 코비드 바이러스의 또 다른 변종인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새 해를 시작한다. 더욱 촘촘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저만치 서로 떨어져 새로운 해를 살아가기 시작하지만, 마음만큼은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한다.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좀 더 토닥여 주고, 우리가 만나는 이들에게 멀리서나마 좀 더 활짝 웃어주고 마음 깊이 사랑하며, 소속된 커뮤니티에서–그것이 가정이든 교회든 비지니스이든 직장이든– 하나되어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하는 현재의 날들을 즐겨 보시지 않겠는가? 그러면 지난 해의 두려움과 염려는 차창 밖으로 저만치 비켜설 것이고 각자가 목표하고 열심히 살아 가는 또 다른 한 해의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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