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학생은 입학 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나? 2

     독자 여러분께서 이 칼럼이 담긴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은  할로윈이 낀 주말일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온갖 공포 영화들이 판을 치고, 골목 어귀의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호박을 잘라 랜턴을 만들고 벼라별 기괴한 장식들로 음산한 풍경을 자아 낸다. 하지만 이 섬뜩함은 그 다음날 다가 오는 조기 전형 마감일의 중압감에 비하면 Trick or Treat류의 아이들 장난이다. 할로윈 데이를 지난 다음날은 11월1일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가 없는 가정에는 뭐 그리 특별한 날도 아니고 그저 또 다른 달이 시작되는 날일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올 해 대학에 지원하는 가정은 할로윈 장식보다 더 긴장되는 분위기로 벽난로가 켜져 있음에도 거실의 공기가 싸늘하다. 조기 전형 마감일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의 긴장된 마음가짐이 온 가족의 분위기를 싸하게 하기도 하지만, 부모님들의 마음 역시 마냥 편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옆에서 응원을 하시는 부모님의 “파이팅”이라는 외침이 격려로만 들리기 보다는 뭔가 구체적으로는 집히지 않지만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부담으로 들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때쯤이 되면, 당연히 옆에서 응원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도 산란해 지기 마련이다. 자녀들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혹시 부모의 상황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불합격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기 때문인데, 그 중에 우리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등의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지난 세 주에 걸쳐 이런 저런 걱정을 풀어 드렸고, 오늘은 위의 걱정에 대해 나눠 드린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추측(?)은 오랫동안 대입 관련 업계의 정설이어 왔는데, ‘하버드 대학이 아시아계를 입학 사정에서 차별했다’는 소송에서, 일단 미국 연방 항소 법정은 2020년 11월 그러한 차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했다.

     한편, 작년의 하버드 판결 조금 전에는 연방 법무부가 예일 대학이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한 것에 대해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들에 의하면, 예일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와 백인 학생들이 같은 조건을 가진 흑인 학생들에 비해 십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정도의 낮은 합격율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예일 대학의 피터 살로비 총장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우리의 입학 사정은 온전히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이 소송의 결과로 입학 사정 방식을 바꿀 여지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연방 법무부가 소를 제기한 이유는 지난 1964년에 제정된 시민법 6조에 따라 연방의 지원금을 받는 대학은 어떤 결정에서 인종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아야 된다는 법을 어겼다고 보는 것이고, 예일은 당시 연 6억 3천만 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시아계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과 그에 기반한 아시아계 단체들이나 정부 당국의 소 제기가 끊임없이 제기 되어 온 것을 사실이다.

     이러한 의심의 근거가 되는 대학 입시의 한 제도가 있다. 총체적 입학 사정 방식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대학 입시에서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의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숫자로 된 학생의 질 뿐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판단에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 갈 개연성이 있는 지원자의 잠재력, 인종, 성격, 개인적 특성 등등의 요소들도 입학 사정에 포함시키는 사정 방식이다.

     이 사정 방식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 보자: 초기에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학력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의 초반에 성적이 뛰어난 유태계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 대학들에서 학력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 사정에 사용함으로서, 유태계의 명문대 진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이 결과로 사립대 입학 사정에서 종합 사정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즉, 입학 사정에서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학력이나 시험 점수 이외에 리더십 능력이나 용모, 자질과 같은 쉽사리 계량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점수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정을 하는 주체들의 주관적인 의도가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 사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는 이 전통이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도 저소득층 출신이나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대학 입학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대입 사정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계 인종 출신의 지원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공감대의 결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는 주립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affirmative action이 대학의 합격자 사정에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적용이 오히려 백인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인종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안들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되고 워싱턴 주에서는 동일한 법안이 1998년에, 이어서 다른 주들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을 포함하는 소수계 인종 지원자들의 대입 문호가 급격히 줄어들자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그리고 워싱턴 주립 대학과 같은 명문 주립 대학들이 사립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종합적 사정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고, 현행의 주립대 입학 사정의 주된 틀이 되었고 이것이 역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기반이 되었다 (다음주에 이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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