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학생은 입학 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나? 1

     벌써 10월도 하순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시니어 학생들의 마음 상태는, 반환점을 훨씬 지나 피니시 라인이 저 만치 보이는 몬주익 언덕을 달리는 이봉주 마라토너의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그는 옆에서 선두를 겨루는 일본 선수와의 경쟁이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 하는 동기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 자녀들은 아마도 경쟁하는 친구들보다는 자기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와의 싸움일 것이다. 옆에서 응원을 하시는 부모님의 “파이팅”이라는 외침이 부담반 격려반으로 들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때쯤이 되면, 당연히 옆에서 응원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도 산란해 지기 마련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혹시 부모의 상황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불합격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가 생기기 때문인데, 그 중에 가장 그럴듯한 걱정이 다음의 세가지이다: 첫째, 우리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둘째, 부모가 우리 아이가 지원한 대학 출신이 아니어서 그 대학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셋째로,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지난 두 주에 걸쳐 두번째와 세번째 걱정을 풀어 드렸고, 오늘은 첫번째 걱정에 대해 나눠 드린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추측(?)은 오랫동안 대입 관련 업계의 정설이어 왔는데, ‘하버드 대학이 아시아계를 입학 사정에서 차별했다’는 소송에서, 일단 미국 연방 항소 법정은 2020년 11월 그러한 차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했다.

이 판결을 중심으로, 어떻게 미국 대학들이 (아니면, 하버드 대학이) 아시아계를 입학 사정에서 차별하고 있는지를 두 주에 걸쳐 소개한다. 필자가 2018년 이 사안을 심리하는 과정을 지켜 보며 본 칼럼에서 설명한 것을 소개하며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먼저 여기 소개한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쓴 지난 월요일 보스턴의 한 법정에서는 많은 교육계 인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거의 30년간을 하버드 대학의 입학 처장으로 일해 온 윌리엄 피츠시몬즈 처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선 것이다. 피츠시몬즈씨는 하버드 교육학과를 1967년에 그리고 동 대학원을 이어 졸업하고 하버드의 입학처에서 수장으로 일하며 각종 입학처의 정책들을 수립해 왔는데, 그가 대학 재학중 아이스 하키 팀의 골텐더로서 한 경기에서 무려 34개의 골을 막아낸 경력에 빗대어 하버드의 수문장으로 불리워 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하버드 대학이 입학 사정에서 아시아계 학생을 차별한다고 소를 제기한 ‘공정한 입학 사정을 원하는 학생들의 모임’이라는 단체에 맞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한 적이 없다고 증언을 했다.

이번 법정에서 첫날 공방의 주된 촛점은 원고측이 제기한 문제인 학생을 리쿠르트하는 편지에 관한 사항이었다. 원고측에 의하면, 하버드는 매년 10/11학년 학생들의 PSAT 시험 성적에 근거해 고득점자들에게 학교 소개와 원서 제출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의 구체적인 대상은 백인과 아시아계의 남학생은 1380점 이상의 득점자, 여학생은 1350점이었고, 히스패닉, 흑인, 미 원주민계 학생들의 경우는 1100점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또한 약 20개의 시골 농촌에 거주하는 백인과 소수계의 경우는 1310점 이상의 학생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아시아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원고측의 지적이다.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를 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이고, 입학 사정에서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성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듯 원서를 내는 입시 시즌을 맞은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질문은 “과연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가?”인데, 위에 언급한 윌리엄 피츠시몬즈가 이 질문에 관해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내용을 문자 그대로 번역해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입학 사정에 있어 우리의 목표는  최고의 학생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의미를 표준 입학 시험 (SAT와 같은) 성적, 고교 성적, 학년 석차가 좋은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러한 태도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한 제도는, 본교의 전임 입학 처장인 빌 벤더가1960년대에 말한 것처럼, “아주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분명한 단순성, 객관성, 그리고 행정면에서 비교적 시간이나 재정과 신경이 덜 쓰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객관적인 면들을 중시하긴 하지만, 우수함에 대해 보다 더 넓게 보려고 한다. 시험 성적이나 학교 성적은 그 학생의 학문적인 가능성과 업적에 대한 지표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외활동의 질과 개인적 특질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지원자의 지적 상상력, 성격적 장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런 것들이 입학 사정에서 중요한 요소들인데, 이것들은 성적이 아닌 과외 활동이나 교사나 카운슬러의 추천서, 또는 졸업생이나 입학처 직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러한 면들 —학문적 우수성, 과외활동에서의 탁월함, 개인적 특장 –등을 고려하면서, 우리 입학 사정관들은 각 원서의 모든 면을 자세히 검토한다…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임에 분명하다.” (다음주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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