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가?

     공상 과학 영화 팬이시라면, 지난 1999년에 상영된 ‘메트릭스’란 영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영화의 초반에 주인공인 네오(키아누 리브스)에게 두 가지 알약이 건네진다.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오래되어 기억하실 지 모르지만, 빨간 알약을 먹으면, 자기 자신이 처한 진실된 상황을 자각하게 되고,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반면에, 파란 알약이 상징하는 것은 편안함과 안전함이다. 파란 알약을 넘기면, 아주 쉽고 안전하지만 무지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현실이 어렵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치열하게 사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릇된 삶이라도 편안한 즐거움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를 이 영화가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써먹은 이 알약의 비유가 생각 나실 것이다. 그 캠페인에서는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 알약을 먹는 것이 미국에서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사회주의, 이민자, 여성 인권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요즘 한참 동안 팬데믹으로 찌뿌둥한 삶에 조금이나마 상쾌함을 주었던 ‘빈센조’라는 한국의 티비앤 드라마를 보셨다는 분들이 많다. 주인공인 빈센조 카사노가 한국에서 어릴 때 이탈리아 마피아 가정에 입양되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한 거대 조직 보스의 오른팔이 되었다. 그러나 마피아 조직의 세력 다툼에서 죽은 보스의 아들이 세력을 온전히 차지하려 하자 전쟁을 피해 한국에 돌아 온 빈센조가 우연히 맞닥뜨린 한국의 온갖 권력층 비리들을 척결한다는 소설같은 이야기다. 이러한 류의 다른 극들과의 차이점은 이 주인공이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의는 나약하여 불의를 상대할 힘이 없으니 악의 화신인 자기가 더 더러운 악을 없앤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에 눈감고 자신의 평안을 구했으면 더욱 편안할 수 있었으나, 악을 처단하는 빨간 알약의 어려움을 선택한 자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네 삶 속에서는 항상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짜장면인지 짬뽕인지, 물냉면과

비빔 냉면 중 무엇을 선택할 지, 메뉴판을 보며 갈등한다. 가끔은 위의 두가지 알약 중 어느 색 알약을 선택해야 할지 중요한 문제로 고뇌하는 순간도 있다. 아마도 다가오는 몇 달간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와 같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지난 4월 27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한 담화를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발표했다. 많은 내용 중에서 교육에 관련된 사안을 살펴 보자. 대통령은 1.8조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 가는 “American Family Plan”을 제안했는데, 만약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이중에서 1천 9십억 정도를 무료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위한 비용으로, 그리고 2천억 정도를 세 살과 네 살짜리 어린이들에게까지 프리 스쿨 교육을 운영하는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천2백5십억 달러는 저소득층과 중간 계층 가족의 5살 이하의 자녀들을 위한 보육원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현 여부는 그리 장미빛이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정세 속에서 공화당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민주당은 이러한 정책의 실현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특히, 2005년에 당시의 오바마 대통령도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한 계획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민주당의 조건은 향상되어, 상하 양원과 대통령 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법안의 통과에 안전한 숫자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이 안은 진보주의자들 안에서도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학자금 빚에 시달리는 졸업생들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4년제 대학의 무료 등록금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모두에게 2년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하게 등록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커뮤니티 칼리지의 등록금은 4년제 대학에 비해 상당한 낮은 비율이기에, 이것을 충분하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의 자녀들까지도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세금의 낭비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 무료 등록금 제도가 이전에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 등록금으로 인해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하도록 유도해 오히려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저소득층의 비율을 낮추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것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시작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틀리지 않는 지적일 수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학사 학위를 염두에 두고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약 80 퍼센트인데, 성공하는 학생들은 그 숫자의 15 퍼센트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바이든 플랜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펠 그랜트(Pell Grant)의 최고 액수도 늘리는 안을 포함시켰다. 현행 연 6천 5백불이 최고 액수인 이 그랜트를 7천 9백불로 천 4뱍불 인상하는 방안이다. 지난 50년간 이 펠 그랜트는 원래 4년제 대학 등록금의 약 80 퍼센트를 커버하는 것에서 현재는 30 퍼센트로 줄어 많은 저소득층 자녀들로 하여금 빚에 허덕이게 한 주범이라는 것이 인상의 이유이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할 적절한 재원을 부자세를 통해 마련할 것이고 이러한 계획은 공화당의 반대를 불러 일으킨다. 과연 의회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네 서민들의 눈길이 쏠리는 시점이다. 관계자들과 의회의 현명한 판단으로 대학 공부를 원하는 서민 자녀들이 너무 큰 재정 부담으로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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