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SAT 시험이 바뀐다

     지난 주 화요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을 하루 앞 두고 전 미국이 취임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로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해 있을 때, 미국 대입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는 변화가 발표되었다. SAT와 AP 시험 등 미국 대학의 입학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들을 주관하는 College Board가 중요한 변화를 발표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오랫 동안 대학 입시에서 사용되어 온 SAT 과목별 시험(Subject Test)을 앞으로 미국내에서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고, SAT에 필수와 선택 사항으로 부침을 거듭해 온 SAT Essay 부분을 폐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칼리지 보드는 SAT  과목별 시험을 미국내에서는 더 이상 실시하지 않지만, 미국 밖에서는 오는 5월과 6월까지 마지막 시험을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에세이 시험은 미국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는 6월까지는 시행하지만, 그 이후로는 이 시험을 완전 폐지할 것이라는 발표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배려라고 덛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보는 실제의 이유는 많이 다르다. 먼저, 작년 초부터 계속되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시험들이 취소되고 시험 점수없이 입학 사정을 하는 학교들이 늘어 나면서 이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급격히 줄었다. 이것이 결정타를 먹이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도 이 시험의 고객들인 대학들과 학생들로부터 그다지 인기가 없어 수익성이 계속 떨어 지는 경향이었던 이 시험들을 폐지한 것은 교육계의 전문가들 사이에 예상되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시험들의 지금까지의 역할과 변화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 본다.

     세상의 대부분 비지니스가 그런 것처럼,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시험들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나며 여러 번의 개정을 통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려 안간힘을 써 왔다. 1901년에 처음으로 시행된 이 시험은 원래 주관식 테스트로 시작했지만, 1926년부터는 현재의 형태처럼 객관식 시험으로 변경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 일어난 중요한 개정을 돌아 보면, 2005년에 행한 개정이 눈에 띈다. 그 이전에는 영어, 수학의 두 과목이 주된 과목이었고, 문법을 다루는 영어 시험은 SAT II 시험의 과목으로 구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개정판에서는 영어 독해와 수학 시험에 에세이 시험을 필수 과목으로 더해 3과목 2400점 만점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 이 변화의 주된 이유는 당시 영어와 수학 시험으로 구성된 SAT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 지의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안되며, 에세이 쓰기의 능력을 평가하는 분야가 필요하다는 대학측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특히 당시10만명을 넘는 학생이 원서를 제출하는 UC 계열 대학이 이러한 요구의 선봉에 섰기에 SAT를 만드는 칼리지 보드로서는 이 큰손 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의 십 년이 지난 2016년에 칼리지 보드는 다시 개정판 SAT를 만들게 된다.  2016년 1월23일 시험을 마지막으로 SAT의 내용과 형태는 다시 2005년 개정 이전의 형태로 회귀하고 많은 부분에서 경쟁사인 ACT 시험과 유사한 구조를 취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개정 후 10여년이 지나면서, 이전에는  후발 주자이고 경쟁사인 ACT(1959년에 처음 시행된 시험)에게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계속 앞서가던 SAT가 2012년경부터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숫자 면에서 역전을 당하게 된다. 이 전세 역전은 SAT로 하여금 새로운 포맷의 SAT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마침내 2016년 3월부터는 새로운 형태의 시험 (Redesigned SAT라고 부름)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즉, 우리 자녀들이 현재 치르고 있는 시험의 형태, 즉 독해와 문법의 영어 과목을 구성하고, 계산기를 사용하는 수학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수학 과목 시험을 이뤄 영어, 수학이 필수가 되고, 에세이는 선택이 되는 수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비지니스의 존속을 위해 애처로울 정도의 구애를 수험생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주의 개정은 어떤 이유에서 이루어졌을까? ‘에세이’ 부문 폐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SAT I과 SAT II라고 알려진 두 시험의 차이점을 설명드린다. 우리가 흔히 SAT라는 부르는 현행의 SAT Reasoning Test (또는 전에 부르던 방식으로 SAT I)은 독해와 수학 두 과목에 더해 선택 과목인 작문 시험으로 구별해 치르는 시험이다. 지난 2016년 3월부터 개정되어 각 과목 800점만점으로 구성된 시험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필수로 요구한 대입 학력 고사인데 한국의 올드 타이머들에게 익숙한 예비 고사 또는 신세대들에게 이해가 빠른 수능 시험과 비교된다. 이 시험의 과목들 중,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에서 독해와 수학 성적만을 요구하고 어떤 소수의 대학들은 에세이라 불리는 작문 성적도 함께 요구하므로 지원 대학에 따라 시험 선택에 유의해야 했었다. 예를 들어, 유덥은 작문 점수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반면, 버클리 등의 캘리포니아 대학들은 작문 성적을 요구했었다. 또한 몇 년 전까지는 아이비 리그 여덟 대학 중에서 하버드를 비롯한 네 대학은 필수로 요구하고, 유펜 등의 나머지 네 대학은 작문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나 삼년 전부터는 필수로 요구하는 학교는 없었다. 그 결과 팬데믹 이전인 작년에도 단지 캘리포니아 대학을 포함하는 전체 미국 대학의 2%만이 필수로 요구한 애물단지였으니 이번 폐지가 그리 놀랍지 않다.

SAT Subject Test (SAT 과목별 시험, 예전에는SAT II라고도 불렀음)은1시간동안 특정 과목의 이해도를 보다 심도 깊게 측정하는 객관식 시험으로 각 과목 800점 만점이며, 한국과 비교할 때 예전에 시행되던 본 고사의 과목별 시험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SAT 과목별 시험은 영어, 수학, 과학, 사회와 외국어의 다섯 분야에 걸쳐 20개 과목의 시험이 시행되었었다. 이 시험은 작년까지 소수의 명문 사립 대학들과 극소수의 주립 대학들은 지원자들에게 최대 두 과목의 SAT 과목별 시험을 보고 점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었다. 2010년 이전까지는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몇몇 대학들이 세 과목의 시험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요구했지만, 2012년 경부터는 두 과목으로 줄여 학생들의 부담이 많이 줄었는데, 이마저도 요즘은 이 시험을 필수로 요구하는 대학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대입 사정에 있어서 이 시험의 중요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경향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폐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그렇다면, 이번의 변화가 앞으로 대입 사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다음주에 알아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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