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에세이는 지원자의 인성 테스트?

며칠 전 구독하고 있는 dictionary.com에서 “the seven deadly sins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죄악)”을 설명하는 이메일이 왔다. 살펴 보니, 재미 있어 여기 소개한다. 여러 독자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이 개념은 기독교적인 것이며, 특히 가톨릭에서 사람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죄 짓지 않고 잘 살기 위해 넘지 않아야 할 선을 그어 놓은 것으로, 또는 가지 말아야 할 구역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원 후 삼, 사세기 경에 은둔자들이 정리해 놓은 여덟 가지 죄악을 6세기 후반에 교황 그레고리 일세가 처음으로 일곱 가지  죄악으로 간추려 놓은 것이 우리가 아는 “일곱 가지 죄”이다. 그 후에 가톨릭의 교리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 토마스 아퀴나스 등에 의해 7가지 ‘주된 (capital)’ 죄악 또는 죽음에 이르는 죄악 등의 의미를 갖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일곱 가지는 교만/자만 (pride), 탐욕/욕심 (greed), 시기/질투 (envy), 탐식/과음 (gluttony), 게으름/나태 (sloth), 분노/노함 (wrath)와 음욕/정욕 (lust)를 말한다. 그 중에서 가장 무서운 죄악이며 만악의 뿌리라고 생각되는 것이 교만인데, 이는 자기 자신이 남들과 다르며 자신보다 높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브루헬과 같은 화가들은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는 귀부인과 옆에 선 공작새로 이를 비유하기도 했다. 같은 화가가 그린 “바벨탑”의 주제처럼, 자신이 하나님과 동격의 존재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바로 교만 이리라. 

     이 죄/악덕과 대척점에 있는 일곱 가지 지고의 선 (the seven heavenly virtues)은 위에 열거한 각 악의 반대 개념으로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겸손 (humility), 선행 (charity), 친절 (kindness), 절제 (temperance), 근면 (diligence), 인내 (patience)와 순결 (chastity).

    이러한 서양적 선악에 대한 개념은 동양에서도 통하는 것이며, 조금 경우와 종류는 다르지만, 특히 일곱 가지로 행실의 악덕을 정의해 놓은 것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동양에서 아내가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악덕을 행하면 결혼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즉 이혼 사유를 정의해 놓은 “칠거지악”이 있다: 1) 시부모에게 불순종, 2) 아들을 생산하지 못함, 3) 음탕함, 4) 질투함, 5) 나쁜 병이 있음, 6) 말이 많음, 그리고 7) 도둑질을 함. 이러한 죄를 범할 경우에는 이혼을 허하고 아내를 내쫒을 수 있도록 허락하는 사회적 도덕율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이 경우에 속하더라도, 다음의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아내를 내쫒을 수 없도록 하는 ‘삼불출’이라는 사회, 경제적 보호 장치 또한 만들어 놓은 것은 그 당시 여성에 대한 인식을 고려할 때, 상당히 민주적이랄 수 있다: 1) 내쫒아도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 2) 함께 부모의 삼년상을 치른 경우와 3) 전에 가난하였으나 혼인 후 부자가 된 경우.

     이렇듯 종교적, 사회적 또는 도덕적 규정이나 규범은 해당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테두리를 세워 놓고 그 사회에 맞는 인간형을 제시하고 따르도록 격려하거나 명령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어길 때에는 ‘죄인’이라는 주홍 글씨를 써 붙여 격리하거나 따돌리는 사회적 행위의 근거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는 법을, 어떤 단체는 해당 단체의 윤리 강령을, 학교는 학칙을 정해 구성원이 따르도록 하고, 어길 경우에는 부적격자로 규정해 퇴출시키기도 한다.

     대학 사회라는 한 집단에의 적합성을 가늠하기 위한 지원자의 품성이나 능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학들은 입학 사정이라는 과정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 중에서 학교 성적이나 시험 점수 등의 구체적으로 숫자화 된 자격 이외에, 직접 지원자의 생각과 품성을 짚어 보는 ‘인터뷰’나  ‘에세이’가 중요한 지원자의 인성을 가늠하는 가늠자의 역할을 한다.

     미국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사용하는 ‘공통 원서’의 에세이 제목들을 살펴 보면, 해당 대학들이 지원자의 어떤 면을 알기 원하는 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1. 어떤 학생들에게 자신의 배경, 아이덴티티, 관심이나 재능이 너무나 큰 의미가 있기에, 이것을 말함이 없이는 지원서가 불완전하다고 믿지요. 만일 당신이 이 경우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2. 우리가 직면한 난관으로 부터 배운 교훈은 후에 이룰 성공에 큰 기반이 됩니다. 당신이 겪은 도전, 좌절, 그리고 실패의 순간을 돌아 보세요. 어떤 영향을 받았고, 당신이 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3. 당신이 어떤 기존의 믿음이나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도전한 경험을 되새겨 보세요. 무엇이 그렇게 이끌었나요? 결과는 어땟지요?
  4. 당신이 해결한 문제나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가 있으면 말해 보세요. 개인적으로 중요하다면, 어떤 것도 좋습니다. 지적인 도전일 수도 있고, 연구의 과제나 윤리적 딜렘마일 수도 있지요.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보고, 해결을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또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써 보세요.
  5. 당신의 개인적 성장과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계기가 된 성취, 사건 또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6. 당신을 푹 빠지게 만든 토픽, 아이디어 또는 개념이 있으면 묘사해 보세요. 왜 그것이 당신을 사로잡았나요? 당신이 그것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을 때 누구에게 또는 어떤 것에 도움을 청했나요?
  7. 당신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써 보세요. 기존의 글이거나, 당신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쓸 수 있어요.

이 에세이 주제들을 개관하면, 자기 대학의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대학은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선/악적 행동을 했는지 알기를 원하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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