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감사하며 봉사하는 삶

독자들께서 이 칼럼을 읽으시는 날인 추수감사절은 1621년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영국에서 이주한 이민자들과 원주민인 왐파노그 인디언들이 모여 올 한 해도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많은 것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날이 기원이 되었다. 이것이 모태가 되어 1863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 때에 미국의 국가 공휴일로 선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매년 이 날을 맞을 때면, 그 동안 잊고 있거나 웬지 모르게 표현을 미뤄 온 감사들, 특별히 필자가 믿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주위에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같이 살아 가는 가족과 이웃분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를 생각하다, 작년 이맘 때 작고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생각났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이며 우리 한인들에게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으로 친숙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 중계 방송을 본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퇴임 후에는 불명예스러운 일들로 감옥에 가거나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를 보아 온 지라, 부시 대통령이 퇴임 후 여러가지로 봉사에 힘을 쓰며 경쟁자였던 클린턴 대통령과도 협력하며 지내는 삶이 보기 좋고 부러웠었는데, 고인이 되어 성조기로 덮인 관속에 누운 것을 보며,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특히, 우리 한인 학생들도 드물기는 하지만 참여하는 봉사 단체인 points of Light (하늘의 별들처럼, 각처에서 별처럼 빛나는 봉사자들을 찾아 격려하는 단체)를 창립해 젊은이들에게 봉사 정신을 고양시키고 지원한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장례를 중계하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의 취임식 연설의 머릿 부분이 생각났다: “…대통령으로서 제가 처음 하고자 하는 일은 기도입니다. 같이 머리 숙여 기도합시다. 하나님, 여기 머리 숙여 당신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당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요. 당신의 뜻에 귀기울이고 들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힘을 사용하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힘을 사용하는 유일하게 정당한 방법은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저희를 도와 주십시요, 주님. 아멘.” 미국의 제1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한 바로 그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 뒤, 처음 한 일이 바로 기도하는 일이었음을, 남을 섬기는 일이 중요함을 잊지 않게 해 달라고 기원한 것이, 우리 모두의 기원이기를 간구하는 마음이다.

추수감사절이 지난, 토요일인 11월 30일에는 버클리나 UCLA 등을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이와 더불어 이 대학들은 다른 대부분의 대학들과는 달리 편입생 원서 접수도 역시 같은 날에 마감한다. 유덥은 11월 15일이 신입생 원서 마감일이지만, 편입생은 2월 15일에 마감하며, 대부분의 명문 사립 대학들의 편입생 원서도 3월 초나 되어야 마감하는 것과 비교하면 참 급한 성격의 학교들이다.

이로부터 2주가 지나면, 지난 11월 초와 중순에 마감한 조기 전형의 합격자 발표가 있다.

이민자의 자녀들인 우리 아들과 딸들은 미국의 초기 이민자들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에서 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학교 안팎에서 감사 실천의 표시로서 이런 저런 봉사도 하며 지난 18년을 지내 왔다. 이 노력의 결과로서, 이제 합/불합격의 결과를 받게 된다. 어떤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가 하면, 다른 학생들의 경우는 합격 유예나 불합격의 소식에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공부나 과외 활동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훌륭한 녀석들이라 정시 전형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믿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기에 아마도 인생에서 처음 겪는 중요한 실패에서 온 실망감이 적어도 며칠을 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한 것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옛 제자의 경우는 하버드에서 Defer (합격 유예, 조기 전형 합격자 발표에는 합격/불합격/합격 유예의 세가지가 있는데, 유예는 지금은 결정을 하지않고 다시 정시로 넘겨 재사정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몇 날 며칠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방밖으로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작년 12월 중순의 기억이 새롭다: 어느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셀폰의 화면에 비친 전화를 거신 분의 성함을 보자마자 자녀가 그날 결과가 발표되는 한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지원한 것이 떠올랐기에 긴장으로 목에 꼴깍 침을 삼키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도 모르게 전화를 거신 분에 대해 눈치를 못챈것 같은 음성으로 애써 태연을 가장한다. 첫마디를 들으면 결과를 알 수 있기에 마음을 진정하고 귀를 쫑긋한다. 조금은 달뜬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 온다. “네. 선생님, 우리 애가 합격한 것 같아요.”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그대로 내 보이시며, 말을 이어 가신다. 지금 막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는데,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네요. 감사드려요.” 워낙 준비를 많이 한 아이라 합격을 예상했지만, 막상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 필자도 “아이구, 그렇군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합격할 거라구요.” 수선을 피운다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높아 졌었다. 그러나 좀 경박해 보여도 어떠랴!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최고의 소식들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으니….이번 주 내내 경박한 톤으로 살아가고 싶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렇듯 합/불합격이 교차하는 시즌에 항상 느끼는 것은 정말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은 과학(Science)이 아니라 예술(Art)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지난 해 모 대학에 합격한 모 학생을, 그 대학에 불합격한 다른 학생과 공부면이나 과외활동면에서 비교해 볼 때 오히려 다른 학생이 객관적인 점수에서는 앞서는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불/합격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좀더 본질적인 문제, 즉, 앞으로 어떻게 감사하며 남을 섬기며 살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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