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가을 명절에 돌아 오는 아이들을 맞으며

     가을이 깊어 간다.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임과 동시에 한 때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떨어 지는 때이다. 그래서인지, 가을의 영어 이름은 원래 Harvest (추수/결실)이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게르만 족의 언어로 “줍는/과일을 따는” 등의 의미가 있었다하니 가을에 보통 행해지는 일들을 잘 표현했다 싶다. 그런데, 북반구에서 가을의 천문학적인 시기는 9월 21일경 (입추) 로부터 겨울의 시작인 12월 21일 경 (동지) 직전까지이니 위의 의미가 포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서 16세기 초부터는 Fall이라는 말이 좀 더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이름은 나뭇잎이 떨어 지는 것을 묘사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1600년 경부터 초오서와 세익스피어 등의 문호들이 사용하면서, Autumn (언어학적 의미가 불확실한)이 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Fall이 19세기 말경부터 더욱 많이 쓰이는 가을의 이름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다. 이 Fall에 대칭이 되는 Spring (봄, 싹이 돋는 다는 의미)도 역시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는 명명이다.

     계절의 이름을 두고도, 문화의 차이를 볼 수 있음에 신기해 하는데, 필자의 교육원에서 수학을 가르치시는 미국 선생님께서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으신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자기로서는 전혀 가늠을 못하겠다는 표정이시다. 연세가 지긋하시고 교양이 있으신 분이라 무슨 일인지 궁금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방송에서 다룬 한국의 수능날 아침 풍경에 관한 기사였다. 지난 14일 목요일에 치뤄진 수능 시험 장소에 가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1시간이 늦춰 지거나, 교회 등의 종교 기관에서는 특별 기도회가 마련되고, 영어 듣기 시험 시간에는 비행기도 못 뜬다는 이야기를 침을 튀기며 설명하신다. 이곳 미국에서 SAT나 ACT를 보는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낯이 선 풍경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문화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때쯤 다루곤 하는 우리 자녀들의 귀환기가 떠 오른다. 이번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집에 돌아 오는 아이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인데, 미리 대비하시고 담담히 대응하시기 바란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 오는 아이들의 고향 방문기와 가족들의 준비와 반응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 가족은 오랫만에 돌아온 아이를 위해 미리부터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한다. 오늘은 한식, 다음은 짜장면, 그 다음은 추수감사절이니 집에서 터키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홀푸드에 주문이라도 해서 특식을 먹이고 등등… 그런데, 부모님의 야무진 꿈을 뒤로한 채, 이 녀석 오자마자 다섯 시간 비행기의 여독이 덜 풀려서인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저녁에나 일어나더니, 전화기를 붙들고는 제 방에 들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에게 텍스트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다. 첫날은 아이구 이 녀석 처음으로 대학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그냥 둬야지 하는 생각에 도련님처럼 모시고 틈틈이 과일이나 깍아 대령하는 것으로 보낸다. 허나, 그 다음날도 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고 그저 잠시 식구들과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OK” “Fine”이 대략 전부이다. 그리곤 밤에는 시애틀에서 유덥을 다니거나 타지에서 돌아 온 친구들과 만나러 나가서는 새벽이 다 되어서 돌아오는가 하면, 그 다음날은 늦게 잤으니 또 늦게 일어나고, 이 녀석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다 늦은 추수감사절 오찬을 겨우 먹는다.

     두번째 가족의 경우는 많이 다른 것인데, 아마도 대학 졸업반이니 여러 번 방학 때 집에 온 경험도 있고 철도 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 녀석은 여비를 아끼느라 갈아타는 비행기를 선택했기에 자정쯤이나 되어 도착하는 비행기 경유지에서 어머니에게 텍스트를 해서는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이니 순두부를 투고우로 해서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이 녀석 피곤할텐데도 비행장에서 집으로 오는 한 30분 가량을 이런 저런 학교와 친구 이야기로 쉬지를 않더라고 자랑을 하신다. 그리곤 그 다음날은 늦게까지 자더니 일어나서는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어깨를 다짜고짜 주무르며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걱정을 하는데, 눈물이 핑돌더란 이야기셨다. 다음날은 한식으로 그 다음날은 짬뽕으로 가족들과 식사를 했는가 하면, 추수감사절 날에는 자신이 학교의 클럽 아이들과 만들어 본 터키를 굽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곤 그 전날 사다가 녹인 터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는 어머님을 놀라게 했다는 자랑이었다.

     이렇듯, 방학이나 휴일에 집에 돌아오는 자녀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고 가족 시간을 보낸다거나, 못 본 사이에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의 어깨를 보듬어 보곤 어른 냄새에 대견해 하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실망하시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학 때 돌아 오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첫째, 방학 전에는 보통 큰 시험들이나 숙제등이 있고 이들을 끝마치느라 피곤한 아이들에게 실컷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으며, 둘째, 방학 때 집에 온 자녀들은 풀어진 마음에 안전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귀가 시간을 정해 돌아 오도록 하며, 셋째, 자녀들이 고향에 오면, 고교 친구나 익숙한 친구들과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니 너무 가족 시간을 함께 갖는 것에 시간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드바이스를 한다. 이제 곧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휴일에 집을 떠났던 자녀들이 돌아올 것인데, 이러한 조언을 귀담아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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