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ay 교육 – 미국 대입 사정에 있어 인종의 비중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2020년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갈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20여명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회가 두차례에 걸쳐 있었다. 이민자이며 교육계에서 일하는 필자에게 가장 관심있게 다가 오는 것은 당연히 후보들의 인종, 이민, 그리고 교육 정책이었다. 교육 정책은 다른 자리에서 논하기로 하고 본 칼럼에서는 미국 대학 입시에서의 인종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입 사정에서 불/합격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학력이나 시험 성적 이외에도 많은 다른 사항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 인종 문제, 요즘SAT를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의 발표로 관심을 끈 ‘adversity score (환경 점수, 이 시험을 본 학생들의 열악한 가정과 주변 환경을 점수화한 것)’, 이와는 반대의 입장에 있는 기부금 입학과 졸업생 자녀에 대한 특별 우대의 제도 등이 있는데, 오늘은 인종 문제에 대해 간략히 다룬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이맘 때에 대입 사정에서 인종의 고려를 허용한 전임 오바마 정부의 교육 정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 연방 대법원의 판례와 상치되기에 모든 학교가 따를 의무는 없지만 대입 사정에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를 계기로, 미국 대학들의 입학 사정에 인종 문제가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 보자.  초기에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학력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의 초반에 성적이 뛰어난 유태계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 대학들에서 학력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 사정에 사용함으로서, 유태계의 명문대 진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이 결과로 사립대 입학 사정에서 종합 사정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즉, 입학 사정에서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학력이나 시험 점수 이외에 리더쉽 능력이나 용모, 자질과 같은 쉽사리 계량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점수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정을 하는 주체들의 주관적인 의도가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 사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는 이 전통이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도 저소득층 출신이나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대학 입학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대입 사정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계 인종 출신의 지원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공감대의 결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는 주립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affirmative action이 대학의 합격자 사정에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적용이 오히려 백인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인종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안들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되고 워싱턴 주에서는 동일한 법안이 1998년에, 이어서 다른 주들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을 포함하는 소수계 인종 지원자들의 대입 문호가 급격히 줄어들자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그리고 워싱턴 주립 대학과 같은 명문 주립 대학들이 사립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종합적 사정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고, 현행의 주립대 입학 사정의 주된 틀이 되었다.

     특히, 2016년 6월 23일에 연방 대법원은 미국의 대학 교육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결정을 했다. 지난 2008년에 아비게일 피셔라는 여학생이 텍사스 주립 대학을 지원했는데,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불합격이 되었다며 텍사스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을 취소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고등학교의 석차가 상위 12% 안에 들고, 고교 평균 성적이 3.59, SAT 성적이 1180 (동 대학의 합격자 평균인 1250에 못미치는)을 받았는데, 다른 소수계 인종의 학생들에 비해 우수함에도 백인이기에 불합격되었다며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2013년에 대법원은 하급법원이 텍사스 대학의 인종에 근거한 합격자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7대1로 그 안을 다시 항소법원으로 돌려 보내 텍사스 대학을 비롯한 명문 주립 대학들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기반한 합격자 선발 제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대법원 합의부는 다시 순회 법원에서 행한 텍사스 대학의 결정이 옳다는 판단을 심의해4대3으로 지지하는 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다만, 인종 문제의 고려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제도를 지양하고, 인종과 동시에 “계급 (Class, 또는 사회 경제적 신분)도 역시 고려하는 합격자 선발 제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심리가 거의 끝나고 곧 판결이 발표될 하버드 대학의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재판의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미국 공/사립 대학 입학 사정에서 인종 고려의 합법 내지 묵인이  금지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를 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이고, 입학 사정에서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성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인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새로이 지명된 닐 고어서치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입성으로 보다 보수적으로 기운 대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결할 지가 관심의 촛점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국 대법원의 전반적인 성향은 보수 5, 진보 4의 역전이 이루어진 상황이니 향후 대입 관련 소송의 결과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상황하에서는 우리 아시아계 대입 지원자들의 득실에 예민한 영향을 미칠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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