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계획 세우기 1: 마음 다짐

이제 6월 초이니, 벌써 많은 사립 초/중/고등학교들은 곧 여름 방학에 들어 가고, 우리 동포 자녀들의 대부분이 다니는 공립 학교들 역시 두, 세 주정도 후에는 기나긴 여름 방학을 시작한다. 방학이 10주나 되기에 일년의 약 1/5을 차지하는 여름 방학을 떠올리면 당신도 몰래 몸서리가 쳐 지신다는 어느 어머님의 고백이 생각난다. 작년의 경우,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는 뭘 좀 보람 있는 일들을 시켜야지 의욕을 가지고 나섰지만, 방학이 깊어갈수록 더운 날씨와 바쁜 집안일, 그리고 짬이 안나는 직장/가게일 때문에 자녀 돌보기는 엄두도 못 내셨단다. 그러니, 방치된 채 방학 내내 게임만 하는 아이와 몸씨름 마음씨름을 하느라 10주를 시름 씨름 허송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계면쩍은 웃음이 버무러진 눈물을 글썽이셨다.


이런 상황이 꼭 남의 일만이 아니기에 자녀가 스스로 공부든 운동이든 열심을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칼럼들에서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이민자의 자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머리나 부모의 교육열에 앞서 자신이 열심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이해시키시는 것이 중요하다.
동기부여와 더불어 실제적인 조언 한가지를 인용한다. 몇 년 전, 어느 로칼 텔레비젼 방송에 출연한 크리스 레익달 워싱턴 주 교육감이 여름 방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 생각난다. 미국 학교의 선생님들이 가장 애를 먹는 때는 바로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돌아 오는 학년 초라는 것이란다. 10주나 되는 긴 방학 동안 이전 학년에 배운 것들을 몽땅 잊어버리고 먼지 묻은 책가방을 들고 나타난 학생들에게 지나간 내용들을 다시 복습시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런 연유로, 여름 방학 기간을 단축하거나 다른 보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의 실현에 4천만 달러의 비용이 예상되기에 엄두를 못 낸다는 고백이었다. 우리 한인 동포 자녀들은 방학 중에 머리에 먼지를 쌓는 폐단을 없애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논리와 다짐 위에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나 활동을 찾으면 당연히 진득하게 긴 여름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임에 분명하지 않은가? 다만 아직 우리 자녀들이 어리기에 이런 것을 찾는 방법이나 요령을 부모님께서 슬며시 조언해 주시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올해 여름 방학을 맞는 자녀들을 위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몇가지 방법에 대해 몇 주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영어 공부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자녀들이 고등 학교에 진학할 때 쯤, 필자에게 찾아 오셔서, 우리 아이가 미국에 온 지 꽤 되었는데도 영어가 아직 신통치 않은데, 우리 아이가 공부면에서는 깡통이어서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지 등을 심각하게 물어 오신다. 사실 미국에 와서 영어로 수업을 받으며 영어를 사용해 생활을 하는데 왜 영어를 잘 못하는지 (보다 정확하게 왜 영어 점수가 잘 안 나오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실만 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국어 성적을 공부 안해도 저절로 잘 받는 것은 꿈도 꾸지 않으셨음을 기억하면 별로 의문을 갖을 일도 아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 자녀들은 이곳에서, 학교에서는 영어, 집에서는 거의 한국어를 쓰는 이중 언어 생활권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아들이 초등 학교 3학년 때 필드 트립에 자원 봉사자로 동행을 했었다. 바닷가에 해양 생태계에 관한 현장 실습을 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현장에 도착해 이곳 저곳의 아이들을 보살피다가 저만치에 다정하게 서서 대화하는 한 부녀를 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대화의 대강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거리가 문제가 아닌 대화에서 나누는 말들이 그 당시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던 필자에게도 그리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덥의 해양 생물학 교수인 아버지와 3학년 딸의 대화였는데, 상당히 고급 영어 단어들이 무리없이 오가는 대화였다. 이 일 후로 자식에게 영어에 관한한 가정 교육(?)이 부족함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한국어라는 귀한 언어를 동시에 접하는 이점을 준다는 면에서 아들 녀석에게 자랑스럽다는 나름의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말이다.


좀 다른 관점에서 볼 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에서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우고 미국에 온 아이들이 (예를 들어 4/5 학년 정도의 학생들)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고 한 1년 반쯤 지나면 미국에서 태어난 똑똑한 아이들과 비교해 영어가 뒤지지 않는 아이들이 많음을 발견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학생이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더 쉽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언어학 전문가들이 옹호하는 이론과 일치한다는 것을 최근에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남가주 대학의 저명한 언어학과 명예 교수인 스티븐 크라션 교수에 의하면, “(외국어로서의 영어는)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한국어를 익히는 게 먼저다. 이후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면 된다.” 물론 이 분의 이론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조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이민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공부하는 우리 한인 동포 자녀들의 영어 공부에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겠는가? 또한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 자녀들의 경우에는 좋은 책 읽기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최고의 보약이요, 청량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인데 이것은 다음주에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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