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았으면 바로 지금 실천하기

지난 달 강원도 속초의 신흥사 조실이신 오현 스님이 입적하셨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필자에게 이 스님을 기억하게 해 주는 생전의 말씀이 한구절 있다: 불교가 어렵다는 한 기자의 말에, 스님께서 주신 말씀, “부처님 법문은 우리 속담에 다 있어. 내가 보기에 팔만 대장경을 몇마디로 요약하면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지 마라’ ‘사람 차별하지 마라’ 이거 아니겠나. 얼마나 훌륭한 말이야. 이렇게 살면 세상 잘 돌아간다. 경전 밤낮 달달 외워서 얻어 지는 게 깨달음이라면 천지에 깨달은 자들이야. 그럼 세상이 이 꼴이겠나?” 이 말을 들으며, ‘성경 매일 달달 줄쳐 가며 읽고 시간날 때마다 기도하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성경 말씀 중의 한 구절인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 (serve one another humbly in love)”를 반이라도 ‘실천’하다면 세상이 참 살만한 곳이 될텐데 하는 자책감이 든다.
매년 이 맘때쯤에 본 칼럼에서 지겹도록 지적해 온 사항은 이번 가을에 고등 학교 졸업반이 되고 대학에 원서를 제출할 학생들에게 이 방학이 끝나기 전에 제발 대입 에세이 쓰기를 시작하라는 조언이다. 아직 머리속에만 생각으로 넘치고 실제 에세이에는 손도 안 댄 용감한 학생들 마저도 이제는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터이다. 그러나 걱정만 할 것이 아니다. 위의 경구들이 말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을 ‘실천’하면 된다. 즉, 지금 시작하면 된다. 입학 사정을 담당하며 에세이를 읽는 사정관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기본 사항은 에세이에서 표현되는 내용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Be Yourself)”는 것과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는 시기는 “가능한한 일찍 (Start Early)”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입 에세이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그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그러면 뭘 어떻게 쓰라는 이야기요?”이다.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을 한가지 소개한다. 몇 주전 본 칼럼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에세이 쓰기에서 “첫 장면은 일화로 시작하는 것이 좋고,” “너무 애쓰지 말고 하던대로 하는 것”이 요령이다. 세번째의 좋은 에세이 쓰는 요령은, “아이구, 묻는 말에나 대답하세요”이다. 필자가 학생들이 쓴 에세이를 읽노라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에세이의 지시문이 요구하는 사항에 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대학에 각각 다른 에세이들을 쓰다 보면, 거의 모두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대학의 에세이 주제에는 각각 원하는 특정의 사항이 있으므로 주의해서 답해야 한다. MIT의 입학 처장인 스튜어트 슈밀에 의하면, “학생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우리가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 학교를 위해 작성한 에세이를 다른 학교의 주제에 무리하게 엮어 넣다보니 질문에 답을 정확히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을 써 보고, 그것이 왜 해당 대학을 지원하는데 중요한 지를 이야기해 보라는 유의 주제에, 자신의 경험을 장황하게 쓰느라 주어진 지면을 다 소진하고, ‘왜’라는 물음에는 겨우 한, 두줄을 쓰는데 그치거나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는 빵점짜리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요령을 머릿속에 담으시고, 다음의 주제를 에세이로 만들어 보시는 것이 어떨지. 미국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공통으로 받는 원서가 있어 이를 공통 원서(Common Application)라고 하는데, 이 원서에서 요구하는 에세이 제목 중 하나를 뽑아 써서 제출하면 지원하는 학교 모두가 요구하는 에세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이 공통 에세이 이외에 추가로 각 대학은 해당 대학이 지원 학생으로부터 듣기를 원하는 사항에 관해 따로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데, 이것은 보충 원서 에세이 (Supplementary essay)라고 부른다.
보충 원서 에세이는 묻는 내용상 보통 세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왜 해당 대학을 지원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묻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뉴욕 대학의 보충 에세이 제목은 “당신은 뉴욕대에서 뭘 바라고, 동 대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습니까?”인데,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유형의 에세이를 원한다.
두번째는 해당 대학의 특정 단과 대학에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라는 보충 원서의 에세이들이 상당히 많다. 카네기 멜론의 경우는 “왜 카네기 멜론 대학에 그리고 본 대학의 특정 학과에 지원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하시요”라고 적시하고 있다
세번째 범주에 드는 에세이들은 내용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며 재미있다. 특히, 이 에세이 제목들을 보면서 해당 대학들이 지원자의 어떤 면에 대해서 주목하여 알기를 원하느냐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기에 각 대학이 원하는 학생상을 그려 볼 수도 있으니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유태계 재단의 사립 대학인 브랜다이즈 대학은 “내년에 당신이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에 살아야 한다면, 당신은 언제로 가고 싶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미식 축구의 명가인 카톨릭 명문대 노트르 담 대학의 경우: “대입 지원 과정 중에서 수 많은 에세이를 썻을테고, 잡다한 제목들과 씨름을 했겠지요. 이번에는 한 번 좀 새로운 걸 하나 써 보세요.” 자! 위의 요령에 따라 한 번 써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