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CT의 에세이 시험을 보나, 마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신 부모님이나 한국에서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시험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들 “아니, 웬 대입 시험의 종류가 그리도 많아요?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좋기는 한데, 좀 혼란스럽네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불평을 하신다. 뭐 필자의 잘못도 아닌데 필자에게 입술을 삐쭉이시는 것을 보면 야속한 마음에 “글쎄 말입니다…”라고 말을 흐리며 화제를 바꾸는 것이 좋았을 뻔 하지만, 얄궂은 직업 의식에 기어코 한마디를 더 걸쳐 긴 설명을 사서 하는 수고를 자초하고야 만다: “그게 다는 아니지요, 시험이 있으면 모든 대학들이 다 받아줘야 편한데, 어떤 대학은 특정 시험의 결과를 필수로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학교들은 같은 시험 점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참 복잡한 것은 사실 입니다”
먼저 사실 확인을 해보자: 가장 중요한 대학 입학 표준 시험인 ACT와 SAT의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두 시험 중에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를 지원 대학에 보내면 된다. 미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둘 다 인정하는 시험이고 특정 시험에 대한 선호가 없다고 보면 되니 들 중에 어느 시험을 보는 것이 수험생 자신에게 유리할까의 문제만 해결하면 (아니면, 두 시험을 다 보고 좋은 점수가 나온 시험 성적만을 보내면) 별 다른 고민은 없다.
그러나 이 두 시험에서 선택 사항으로 남겨 둔 SAT essay와 ACT essay시험을 볼 것인지 안 볼 것인지의 여부가 대입 지원자들의 고민에 복잡함을 더 한다. 어떤 대학들은 이 에세이 시험의 결과를 필수로 제출하기를 원하는가 하면, 다른 대학들은 이 성적들을 제출하도록 추천하는 정도에 그치거나 아니면 아예 내지 말도록 입학 요강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실타래를 더욱 헝클어 트리는 논쟁이 요즘 진행 중이다. 7월 첫주에 미국 명문대 리스트의 맨 윗층에 버티고 있는 대학들인 스탠포드와 프린스턴 대학이 올 해부터 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ACT던지 SAT 던지를 막론하고 선택 시험인 에세이 시험 점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던 입시 요강을 변경해, 이제는 이 점수들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를 했다. 이어 그 다음주에는 최고 이공계 대학 중의 하나인 칼텍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고 보조를 같이 했다. 그 이유를 살펴 보면, 지원자가 제출하는 입학 원서에 지시된 에세이만으로도 학생의 작문 능력을 파악할 수가 있고,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비용 때문에 에세이 시험을 못보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이 아주 설득력이 있는 것만은 아닌데, 프린스턴과 스탠포드 대학들의 에세이 시험 폐지 발표 직후, 7월 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교육 전문가인 나오미 라일리의 글이 이를 대변한다. 이에 따르면, 입학 원서에서 쓰는 에세이는 여러 사람의 추고를 거칠 수 있기에 지원자 당사자의 작문 능력을 보여 준다고 보기 힘들며, 비용 문제는 학교 카운슬러의 확인이 있으면 ACT를 만드는 ACT나 SAT를 주관하는 College Board로부터 시험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에세이 찬성론자들에 대한 역반론도 많다. 반대론자들은 SAT나 ACT는 각각 50분과 40분이 할당된 에세이 시험을 실시하는데, 이렇듯 비교적 짧은 시간에 쓴 에세이가 과연 지원자의 에세이 능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오히려, 이러한 에세이 시험 준비에 대한 정신적, 재정적 추가 부담이 자라나는 고등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시험을 출제하는 당사자들의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칼리지 보드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SAT 에세이는 주어진 내용들을 읽고, 분석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쓰는 능력을 보여 주도록 고안된 시험으로 객관식 시험의 단점을 보완한다고 확신한다. (2016년에) 새롭게 개정된 에세이 시험에서는 에세이에 할당된 종전의 25분을 50분으로 늘림으로서 효과적으로 깊은 사고의 결과를 쓸 수 있도록 보완되었다고 주장한다.
갖가지 다른 견해가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일견 옳은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단 입학 사정을 담당하는 대학들의 판단과 적용이 더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서북미의 명문인 유덥은 이 에세이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이제는 주립 명문인 미시간 대학 등도 에세이 필수 요구 사항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현재는 하버드와 버클리 등을 포함하는 단지 22 개 대학만이 에세이 점수를 필수로 요구하는 판국이니,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들의 입학 요강을 꼼꼼히 살펴 보고 이 시험들을 볼 것인지 아닐 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판단을 할 때 주의 사항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지원 대학이 에세이 시험을 필수로 요구하는지, 추천하는지, 아니면 원하지 않는지 찾아 본다; 2. 에세이 성적 제출이 필수인 학교에 지원할 경우에는 당연히 에세이 시험 준비에 만전을 기해 준비한다; 3. 추천하는 학교의 경우도 신경을 써서 준비하되 점수가 낮은 경우에도 너무 걱정을 하지 않는다; 4. 이 점수 제출을 원치 않는 경우는 시험을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 유학생의 경우에는 작문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기회이기도 하니 중/고득점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