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원서 에세이 쓰는 바로 그 요령

이주 전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옹호해 온, 대입 정책에서 인종을 고려하도록 하는 지침(guidance on race-conscious admissions policies)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는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학생 선발의 기준으로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년 전의 대법원 판결(Fisher라는 학생이 텍사스 대학이 인종을 입학 사정에서 사용해 백인인 자신이 차별을 받고 불합격되었다고 소송을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것), 즉 ‘인 인종을 입학 사정의 여러 가지 요소 중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례와는 배치되기에 현 시점에서 꼭 모든 대학들이 시행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뉴스들이 언론 매체를 통해 흘러 나오면, 그렇지 않아도 시기적으로 뒤숭숭한 고교 시니어들의 마음은 한 층 복잡해 진다. 하지만, 복잡해 진 마음을 따라 열심히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이 또래 젊은이들의 몸과 의지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매년 이 맘때 쯤이 되면 고교 시니어들에게 본 칼럼에서 지겹도록 지적해 온 사항인 이 방학이 끝나기 전에 제발 대입 에세이 쓰기를 시작하라는 조언을 다시 한 번 되풀이 한다. 아직 머리 속에만 생각으로 넘치고 에세이에는 손도 안 댄 용감한 학생들 마저도 이제는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터이지만, 물론 아직 늦지는 않았으니 지금 시작하면 된다. 입학 사정을 담당하며 에세이를 읽는 사정관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기본 사항은 에세이에서 표현되는 내용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Be Yourself)”는 것과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는 시기는 “가능한한 일찍 (Start Early)”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입 에세이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그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그러면 뭘 어떻게 쓰라는 이야기요?”이다.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
“첫 장면은 눈길을 끄는 일화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재미가 없는 내용이라면 누가 읽을 것인가? 특히, 단 몇 분 정도만이 에세이 읽기에 할당된 시간이라면! 지원자들은 몇 달에 걸쳐 정성을 들이지만, 읽는 사람들은 5분도 채 할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지나간 17년간의 삶의 경험속에서,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순간의 묘사에서 시작한 뒤, 그 일이 어떻게 지금과 미래의 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은 글쓰는 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을 따르면 될터이지만,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대화체이다. 가령, 가장 자신이 불러 오고 싶은 순간을 잘 나타내 주는 일화를 대화체로 풀어 시작하는 것은 읽는 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너무 애쓰지 말고, 하던대로 하세요.”가 두번째 조언이다. 인터넷에는 대입 에세이를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끌고 있는 에세이들이 적지 않다. 이삼년 전엔가는 ‘코스코에서 샤핑을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풀어낸’ 브리트니 스틴슨의 글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는가 하면 (이 학생은 예일, 콜럼비아, 유펜, 다트머스와 코넬의 다섯 아이비 리그 대학과 스탠포드에 합격한 바 있다), 아이비 리그 여덟 대학에 모두 합격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학생의 에세이등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런 글들을 보고 너무 부러워하고 무리를 하지 마라: 이 글들은 똑똑하고 재치가 있는 17살의 학생들이 쓴 글인데, 흥미있고 튀는 소재를 찾으려하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의미를 주는 또는 이민자로서의 삶을 짠하지만 무리하지 않게 쓴 그런 소재들을 찾아서 쓴 이야기들이기에 오히려 더 감동을 준 것이다. 그러니 막판 역전승의 이야기나 남미의 오지에서 집을 지었다는 것은 이제는 오히려 진부하며,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들처럼 명작을 쓰려하거나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노리는 그런 이야기를 써야한다는 강박을 버리기 바란다. 그러니, 평소에 쓰던 대로 써야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해서 평소에는 입에도 담지 않는 SAT 수준의 단어들을 맞지도 않는 자리에 구겨 넣은 에세이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일기에 쓰는 글과 언론에 배포하는 공식 문서 사이에서 해맬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마켓팅하는 광고문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접근 방법이다.
세번째로는 “대입 에세이 쓰기에서 가장 무도회의 가면을 쓰지 마세요.”라고 말해 준다. 다른 사람을 가장하거나 자신을 너무 과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즉,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척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환경이 그리 척박하지 않았음에도 그런척 에세이에 담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장하는 것은 좋은 글쓰기에 금물이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주제가 무엇이든 본인에 관한 흥미있는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다. 작년에 머서 아일랜드의 한 학생이 이혼한 어머님과 살다가 그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신 후의 삶을 눈물겹게 에세이화해 명문대들에 합격한 것을 두고 에세이 쓰기에 적당한 환경은 타고난다는 농담을 하는 녀석들을 혼낸적이 있다. 윌리암스 칼리지의 입학처장인 리처드 네스빝은 가장 많은 입학 관계자들이 이야기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한다: “Be yourself, be honest and direct; just use your own voice…” 어떻게?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 컴퓨터 자판에 개발새발 찍어낸 후, 가족이나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한 뒤, 이 글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이는지 물어 본다. “야, 바로 그거야, 이걸 읽으니 너를 찍어낸 듯해, 모르는 사람도 널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써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