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대입 불/합격자 발표 기간을 맞으며

매년 3월 초순경부터 4월 초까지의 기간은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제출해 놓고 밤잠을 설치며 그 결과를 애타게 기다려 온 수험생들에게 각 대학이 합/불합격의 통보를 보내는 기간이다. 물론 소수의 예외는 있다. 우리 지역의 웨스턴 워싱턴 대학처럼 롤링 어드미션을 사용하는 대학들은 원서를 접수시킨 수 주 후부터 합격자에게 통보를 시작해 정원이 찰 때까지 원서를 받고 합격자에게 통보하기를 계속한다. 조기 전형을 적용하는 대학들은 보통 11월 초/중순에 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12월 중하순에 합격자 통보를 한다.

정시 모집의 경우 유수의 명문 사립 대학들 중에서 가장 먼저 합격자를 발표하는 대학들을 살펴 보면, 먼저 3월 중순을 전후해서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캘텍),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조지아 텍), Massachus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와 같은 유수의 공과 대학들이 합격 편지 발송을 시작하며, 역시 공과 대학이 좋은 Cornell University가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들 보다 약간 일찍인 3월 29일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즈음인 3월말에 Northwestern University와 Notre Dame University, 그리고 Harvard University 가 합격 통보를 한다. 다른 아이비 학교들이나 University of Chicago나 Johns Hopkins University와 같은 연구 중심 대학들, 그리고 스와스모어 칼리지나 윌리암스 칼리지와 같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 등이 4월1일을 전후한 날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공립 대학들 중에서는 University of Washington-Seattle(유덥)이 3월 1일부터 3월 15일 사이에 비교적 일찍 합격자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리고 UC Berkeley(3월말경)이나 UCLA(3월 중순)을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캠퍼스들은 빠르면 3월초에서 늦어도 3월말에는 합격자에게 기쁜 소식을 보낸다.

보통의 명문 사립 대학들, 즉 하버드나 프린스턴 대학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4월 1일에, 노스웨스턴, 듀크 대학 등의 명문 사립 대학들이 3월 말을 전후해 합격자 통보를 한다고 예정하고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조금 일찍인 그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등 주말에 가까운 시기에 통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호에는 합격자 발표 시즌에 즈음해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 기간을 전후해 우리 부모님들과 자녀들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을 드리니 참고 하시기 바란다.

먼저 지망 대학에서 합격을 통보받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는 큰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반면에, 오래전부터 입학을 꿈꾸어 오던 일지망 대학에의 진학이 좌절된 학생들에게는 4월이 참으로 잔인한 달임에 틀림이 없다. 이 경우에는 부모님과 학생간의 절제와 사랑이 절실히 요구된다. 부모님들 중에는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눈물을 글썽이는 자녀의 면전에서 “내가 그랬지, 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도 공부를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근거없는 자신감만 내세우더니만…”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절제력을 잃게한 경우이다. 이러한 폭언들이 실망으로 억장이 무너진 자녀의 심장에 염장을 지르는 행태임을 이렇게 퍼부을 당시의 부모님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그날 저녁이면 후회할 일을 홧김에 생각없이 저지르는 실수를 해 보신 경험이 없으신지? 이러한 상황에 있을 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란다, 인생은 길고 대학은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든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전심을 다해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어깨를 감싸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는 따뜻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순간은 몇년간 쌓아 온 자녀와의 사랑과 신뢰의 공든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불행한 순간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평생토록 아름다운 기억으로 유지되는 사건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불행 또는 행운의 기회는 우리의 생에서 한 자녀에게 한 번밖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여기에서 생각할 문제는 자녀가 지원하고 불합격된 소위 명문 대학에 원서를 낸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든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조건을 구비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합, 불합격이 결정될 것은 명확하다. GPA나 SAT/ACT성적, 에세이와 추천서의 행간을 읽어 지원자의 열정을 찾아낸다거나 어떤 종류의 커뮤니티 서비스 또는 어떤 종류의 과외활동을 한 학생이 올 해 우리 대학에서 필요한 것인지 등등을 결정하는 입학 사정관들의 심사 결과는 어찌보면 백퍼센트 객관적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녀가 하버드를 갔다고해서 꼭 최고의 인재임도 아니고, 예일에서 미역국을 먹었다고 해도 합격자와 비교해 둔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이 학교 합격자들의 경우를 단순히 운으로 돌리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러한 대학들에 지원해 합격을 기대할만큼 열심히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자녀들에게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난 정말로 네가 대견하구나!”라고 말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