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관점에서 영화 보기: 1. 위대한 개츠비

지난 십년 전쯤 한국의 아버님이 돌아 가시고, 이어 어머님이 편찮으신 이후로는 가능하면 시간을 내, 한국의 어머님을 일년에 한 번은 방문하고 있다. 몇 년간 어머님을, 건강하실 때도 있고 어느 해에는 편찮으셔서 두 번을 방문한 적도 있지만, 적어도 매년 구정 무렵에는 찾아가 뵐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생각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거나 가까운 곳에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복된 분들에 대한 부러움이 일어난다. 가끔 필자의 학원에 손자를 데려다 주시고 픽업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머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다. 누구나 그러실테지만, 어머님에 대한 어릴적 기억은 우리네 나이든 자식들의 마음을 적시는 그 무엇이 있기 마련이다. 올 해도 어머님을 뵈러 한국을 방문한다. 어머님과 형제, 자매들을 뵙게 되는 기쁨은 물론이지만, 오랫만에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요즘 잠을 설칠 지경이다.

한가지 걸리는 것은 오랜 시간 좁은 공간에 갖혀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시애틀에서 인천 또는 인천에서 시택 공항까지 약 5200 마일을 11-12여 시간동안 비행해야 하는 긴 여정이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유용할까를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이 고민의 해결자는 거의 항상 공짜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항공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세계 각국의 영화가 봐주길 기다리고 있지만, 자연스레 고전 영화 (Classics) 섹션으로 손이 간다. 언젠가는 카운슬링을 하는 학생들 중에 하나가 IB Film과목을 수강하고 있어서 고전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던 영향도 있었고, 어느 해에는 필자가 대학원 때, 영화의 역사 과목을 들은 것이 이 선택에 한 몫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다음 몇 주동안, 그 동안 필자가 본 공짜 영화들에 관한 (물론 거의 작위적으로 교육 문제와 결부시킨J) 이야기를 나누는 시리즈를 진행하니 같이 영화 감상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란다.

처음으로 고른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이다. 잘 아시다시피. 1925년 씌여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인데, 이 소설은 전국의 거의 모든 고등 학교에서 영문학 시간에 교재로 사용하는 아주 중요한 작픔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본 영화는 1974년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만든 것으로 개츠비의 퍼스트 네임인 제이역에 로버트 레드포드, 데이지 역할을 미아 패로우가 맡아 열연한 영화이다. 이것은 얼마전인 2013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이역을 맡은 같은 원전 소설의 다른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을 준다.

영화속에서 개츠비는 어머어마한 부자이다. 개츠비가 죽고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부자가 되는데 바탕이 되었을 그의 어릴적 하루 일과와 생활 태도 몇가지가 나온다: “6시 기상; 615분부터 15분간 덤벨 등 체력 운동; 715분부터 1시간 동안 공부; 830분부터 4시반까지 직장; 4시반부터 5시까지 야구등의 스포츠; 5시부터 6시까지 웅변이나 포즈 연습; 7시부터 9시까지 발명꺼리를 위한 연구등을 했단다. 생활 태도로는 피는 담배나 씹는 담배를 끊을 것, 이틀에 한번은 목욕을 할 것, 일주일에 한번은 양서나 좋은 잡지를 읽을 것, 일주일에 $3을 저금할 것 (처음엔 $5을 썻다가 지우고 $3로 씀), 부모님에게 잘 할 것.”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절제와 노력을 한 그의 생활 태도의 일면이다.

우리 자녀들이 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 장면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필자가 학생들에게 자네의 어메리칸 드림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각양각색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꽤 많은 고교생들은 이름이 잘 알려진 명문 대학엘 들어 가는 것이 꿈이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이 원하는 과외활동에도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이름난 대학을 가고 싶은데 이것은 자신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부모와 사회가 그러한 대학의 학위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한인 동포 학생들의 경우는 대개 미래에 전공하고자하는 분야가 컴퓨터 관련 학과, 의대나 법대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갈길을 모르니 부모님의 의향이 많이 반영된 탓이다. 의대를 가기 원하는 학생이 생물학이나 화학등에 거의 취미나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참 힘든 여정이 예견되어 다른 전공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조언을 하면,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면 좋아하게 되겠지요라며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도박을 하는 경우도 가끔있다.

물론 열명에 한 둘 정도는 이미 자신이 찾아낸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해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물질적으로 윤택해질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소수자들을 위한 도움도 주는 것이 꿈이며, 이것의 실현을 위한 첫 단계로 원하는 대학엘 가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미래의 전공에 관련되는 공부는 물론이고 전공 관련 연구소나 회사 등에서 인턴십을 한다든지 매주 그 분야의 기관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극히 소수의 아이들은 이런 정상적인 (?) 아이들을 비웃으며, 한 번 태어나 어떤 특정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학교라는 숨막히는 공간속에서 대학, 대학원, 인턴 레지던트 등 십수년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긴다. 정말 대학을 가서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 써먹을 만한 진수를 배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의 소원인 명문 대학엘 들어 가기는 하되 한두해 다니다가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이 전세계의 다중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시작해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싶다는 꿈을 위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공부에 올인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어떤 타입의 학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