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덥 공대 가기 2


예년의 경우, 필자는 학원에서 진행하는 8주간의 여름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후,
한 일주일은 집에서 푹쉬며 다가올 학기를 준비하는 것이 연례 행사였다. 올 해는
프로그램 종료 직후
, 체력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무리가 되긴 하지만, 터키와 조지아로
봉사 여행을 떠났다
.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올 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일을 미루고 떠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선교 여행인지라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 정말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 왔다.

여행 중에 실재하시는 신을 만난 기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 지면의 주제에 적당치
않기에 다른 종류의 칼럼에서 다루겠지만
, 특이한 다른 한 만남에 대해서는 빠트리지
않고 나누고 싶다
.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선교 기지인 영어 학원의 마루
바닥에 앉아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는 시간에
, 그 동네의 한 초등 학생이 외국인 여성을
데리고 찾아왔다
. 그 외국인이 영어로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데, 자신이나 다른
주변인들은 영어를 못하니
, 영어 학원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

한눈에도 탄탄하게 꽉 채워져 무거워 보이는 여행 전문가형의 백팩을 짊어지고
오랜 여행의 고달픔이 느껴지는 행색의 한 여성이었는데
, 사연을 나누다
보니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

고국인 독일을 떠나 종착지인 티벳을 향하는 도중에 조지아를 지나는 이 여성
,
탈 것을 이용하지 않고 순전히 도보로 목적지에 도달할 계획이란다. 지금껏 일년이
소요되었고
, 이년 정도가 지나면 티벳에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먹던 저녁을
같이 나누며 여러가지 생각들도 같이 나누었다
.

30대 초반의 이 용감한 여성에게 왜 이런 여행길에
나섰느냐고 물었다
. 즉시 돌아온 그리 특이하지 않은 대답, 디자이너로서의 되풀이
되는 일상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아
,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한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단다
. 세상을 느릿하게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걷는 땅의 풍광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란다
. 처음 이 계획을 들으신 부모님 양 소매 걷어 부치고 말리셨지만,
지금은 기회될 때마다 연락하며 지원을 해 주신다고 한다
.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품성의 여행가를 만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우리 자녀들이 이런 홀로 걷기 여행을 떠나겠다 상의를 해오면 뭐라 말씀하실 것인가
?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요즘 학생들은 위의 여행객과는
다른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지난주의 칼럼에서 유덥에 전공을 정하지
않고 진학한 학생들 중에서 엔지니어링 학과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유덥측은 정해진 숫자의 학생만을 수용할 수 있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유덥측이 새로운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그런고로,
2018년 학번부터는 이미 엔지니어링을 공부할 마음의 준비가 된 학생들을 입학
전형에서 따로 심사해 곧장 공과 대학으로 들어가는 길을 마련했다
.

이전에도
Freshman Direct라는 제도가 있어 컴퓨터 사이언스나 바이오
엔지니어링 또는 비지니스 프로그램의 정원의 일부
(보통 20% 미만)
신입생 선발시에 뽑았었다
. 하지만 새로이 시행되는 제도인 Direct to College admission
공과대 신입생 정원의 절반 정도인
400여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해 일년 또는 이년간
공대생으로서 수업을 들은 뒤 자신에게 맞는 공대 전공
(컴퓨터 공학, 전기, 토목
공학 등등
)에 들어가는 제도이다. (, 공대가 아닌 문리과 대학으로부터 학위가
수여되는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는 이 새로운 제도를 사용하는 대신 이전의
제도를 사용한다
.)

공과대학 학장인 마이클 브래그 교수에 의하면, 이 제도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하는 고교 졸업생들에게 대학에 입학하는 첫날부터 최신의 교육을 경험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 우리 공과 대학의 전공들은 입학시 공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후에
공학에 관심을 갖게된 다른 유덥 학생들과 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 , 엔지니어링 전공으로 한 해에 졸업하는 숫자가 거의 800
정도이니
, 올해부터 이중에 반인 400여명은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기 원하는 신입생
중에서
, 나머지 반은 유덥에 입학한 일학년과 이학년 학생중에서 엔지니어링 지원자와
편입생으로 이 학과들에 지원한 학생으로 충당한다는 말이다
. 참고로, 유덥의 컴퓨터
학과에 들어간 여학생 중에 반은 유덥에 입학할 때까지도 컴퓨터를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

그러면 이 제도를 사용해 유덥 컴퓨터 사이언스와 엔지니어링에 합격한 학생들의
자격 요건은 어느 정도일까
? 작년에 이 프로그램으로 합격한 신입생들은 지원자의
3%에 불과했고, 고등 학교 평균 평점은 3.97, SAT 수학 점수 764, 영어 758, 그리고
ACT 성적은 34 점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고교 시절에 얼마나 도전적인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필두로 의미있는 과외 활동과 강력한 입학 에세이는 물론이고 워싱턴 주
거주민 여부가 중요한 요소였다
.

아날로그의 삶이든 디지털형의 인생이든 자신의 선택이니 무엇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 어떤 전공이나 삶의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를 찾아내 열심히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