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잘 보내기 1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요즈음은 연 이 학기제인 시메스터 시스템을 채택해
운용하는 대학들이 졸업식을 거의 마친 때이고 유덥과 같이 쿼터제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6월 중순에 보통 졸업식을 거행한다. 졸업(Commencement)이라는 말이
중세 프랑스어의 Comencement (발음이 아름다우니 한번 소리 내 따라해 보시라:
“꼬망스망,” beginning, start라는 의미)에서 유래했고 졸업 자체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떠올리다 보니 “아이구! 이제 곧 어떤 부모님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시기로구만”하는 생각으로 두서없이 이어진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두주만 지나면
많은 사립 초//고등학교들은 방학에 들어 가고, 우리 동포 자녀들의 대부분이 다니는
공립 학교들 역시 그 다음 주말이나 두 주정도 후에는 기나긴 여름 방학에 들어 간다
.
방학이 10주나 되기에 일년의 약 1/5을 차지하는 여름 방학을 떠올리면 당신도 몰래
몸서리가 쳐 지신다는 어느 어머님의 고백이 생각난다
. 작년의 경우,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는 뭘 좀 보람 있는 일들을 시켜야지 의욕을 가지고 나섰지만
, 방학이 깊어갈수록
더운 날씨와 바쁜 집안일
, 그리고 짬이 안나는 직장/가게일 때문에 자녀 돌보기는
엄두도 못 내고
, 방치된 채 방학 내내 게임만 하는 아이와 몸씨름 마음씨름을 하느라
10주를 처참하게 허송했다는 이야기셨다.

이런 상황이 꼭 남의 일이 아니기에 자녀가 스스로 공부든 운동이든 열심을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칼럼들에서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이민자의 자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머리나 부모의 교육열에 앞서 자신이 열심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이해시키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다짐 위에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나 활동을 찾으면 당연히 진득하게 긴 여름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임에 분명하지 않은가? 다만 아직 우리 자녀들이 어리기에
이런 것을 찾는 방법이나 요령을 부모님께서 슬며시 조언해 주시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올해 여름 방학을 맞는 자녀들을 위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몇가지
방법에 대해 몇 주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영어 공부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자녀들이 고등 학교에 진학할 때 쯤, 필자에게 찾아 오셔서,
우리 아이가 미국에 온 지 꽤 되었는데도 영어가 아직 신통치 않은데, 우리 아이가
공부면에서는 깡통이어서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지 등을 심각하게 물어 오신다.
사실 미국에 와서 영어로 수업을 받으며 영어를 사용해 생활을 하는데 왜 영어를 잘
못하는지 (보다 정확하게 왜 영어 점수가 잘 안 나오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으실만
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국어 성적을 공부 안해도
저절로 잘 받는 것은 꿈도 꾸지 않으셨음을 기억하면 별로 의문을 갖을 일도 아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 자녀들은 이곳에서, 학교에서는 영어, 집에서는 거의 한국어를
쓰는 이중 언어 생활권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아들이 초등 학교 3학년에
다닐 때 필드 트립에 자원 봉사자로 동행을 했었다. 바닷가에 해양 생태계에 관한
현장 실습을 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현장에 도착해 이곳 저곳의
아이들을 보살피다가 저만치에 다정하게 서서 대화하는 한 부녀를 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대화의 대강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거리가 문제가 아닌 대화에서
나누는 말들이 그 당시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던 필자에게도 그리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덥의 해양 생물학 교수인
아버지와 3학년 딸의 대화였는데, 상당히 고급 영어 단어들이 무리없이 오가는
대화였다. 이 일 후로 자식에게 영어에 관한한 가정 교육(?)이 부족함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한국어라는 귀한 언어를 동시에 접하는 이점을 준다는
면에서 아들 녀석에게 자랑스럽다는 나름의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말이다.

만약에 우리 부모 자신이 미국 부모들처럼 부모 자식간의 실생활에서 영어 습득을
도울 수 없다면, 자녀 자신들이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뭐 특별한 것도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특별한 주제 (시사 현안에 관한 긴박한
주제 또는 자신이 특히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글들을 자녀들이 읽도록 돕는 것이다.
가정의 응접실 한복판에 놓여 있는 대형 TV를 구석으로 치우거나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컴퓨터 게임이나 페이스 북 업데이트를 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제한해
일정 시간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단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다음에는, 자녀가
집에서 잘 지나다니는 동선을 파악하여 발에 걸리적 거리도록 잡지나 신문을 늘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자녀가 관심있어 하는 내용이 밖으로 삐져 나와 눈에 띤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Discover Magazine을, 예술에
관심이 있는 녀석이라면, New York Times의 관계난이나 몇 년 전 방문했던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뉴욕의 현대 미술 박물관에서 받아 온 카탈로그를 꺼내
자녀가 관심있어 했던 모네의 “수련”이 있는 큰 페이지를 펼쳐 자녀의 화장실 근처에
놓아보라. 시사문제에 민감한 친구라면, Time지나 시애틀 타임즈를 구독 신청하여
주면 참 고마워 할 것이다. 어떤 것을 읽어 한 단어를 세번 이상 접하면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연구 발표도 있으니 독서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
특히 ACT나 작년에 개정된 SAT를 볼 고등 학교 학생들을 두신 독자께서는
독해 시험에서 문학 작품이외에,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구문들이 골고루 출제되니
자녀들이 더욱 더 여러 분야의 글들을 접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