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합격자 발표에 즈음해

칼럼이 게재된 신문을 독자들께서 읽으시는 이번 주말쯤이면, 우리 지역의 학생
들이 많이 지원하는 버클리나 UCLA등이 속한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들의 일부와
서북미의 명문 대학인 유덥이 이미 합격자를 발표하기 시작해 3월말까지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 합격 여부에 관한 연락을 보내게 된다. 다른 지역의 명문 , 사립
대학들도 4월초까지는 모두 합격자를 발표하니 오랜 기간을 빼고 숨죽여 기다려
결과들이 다음 , 주간에 걸쳐 물밀듯 터져 나오는 셈이다. 잔인한 4월이
오기도 전에 어떤 학생들은 참담함을 맛보기도 하는 반면, 다른 학생들은 뜰의
목련이 아직 꽃망울을 틔기도 전에 인생의 향기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 중에서, 소위 명문 대학중의 어느 한 군데에 합격한 학생은
다른 명문 대학들에도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 모두가 부러워하는 다른 대학으로부터 입학을 허가 받은 지원자들도 있다.
물론 안전권이라 생각했던 대학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들에 복수로 합격한 경우에 어느 대학엘 등록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
. 기쁨을 적당히 감추시는 여유도 있고,
자녀에 대한 대견함이 달뜬 목소리에서 스며 나온다. 자녀의 성격적 특성이나 기호,
공부하고자하는 전공 과목, 연방이나 학교에서 주는 재정 보조의 액수 등등을 고려해서
자녀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가 어디일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볼 때
, 괜시리 덩달아
흐믓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몇몇 대학들을 놓고 고민을 하시는 과정 중에 대학의 랭킹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시는
부모님들이 간혹 있다
. “이 대학은 전국에서 20위 안에 드는 학교니까, 저 대학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아요
. 우리 애는 저 대학을 가고 싶다 하지만, 장래를 위해서 아무래도
이 대학엘 보내는 게 좋겠지요
?” 고교 졸업 후, 인생에 있어 중요한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대학과 함께 보내야하니
, 대학의 선택은 배우자를 결정하는 일과 자주 비교된다.
궁합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궁합에도 하도 많은 여러가지 다른 조건들이
있는 지라 그 모든 궁합을 결혼 전에 어찌 다 맞추어 보겠는가
. 자녀의 배우자를 고를 때
사회 경제적 조건 리스트들의 순서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그 합계의 총점이 맨 위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먼저, 어느 연세가 드신 한 어머님의 푸념을 들어 보시라:
이 나이되게 살아보니 좋아하는 마음은 잠시이고 직업이나 돈 등의 실질적 요소들이
행복하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웃으시며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
이지만
, 인생의 깊이가 담긴 회한인 걸 무슨 토를 달랴. 하지만, 수없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흔하게 나오는 스토리인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 위해 첫사랑을 매정하게
버린 남자가 나중에 후회하며 첫사랑에게 돌아간다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가 하면
, 사랑없이 결혼한 커플이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처가집이 부도가 나자 이혼 수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심기가 너무 불편
했다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계시는 것을 보면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

이렇게 어떤 장단이 우리 자녀가 인생에 출 춤의 장단이 될까를 생각하다 보니, 몇 해
전인가 꽤 많은 미국인들이 보는 잡지인
The New Yorker가 실었던 기사가 생각난다: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Car and Driver라는 잡지가 대표적인 스포츠 카인
Porche Cayman S, Chevrolet Corvette Grand Sport , 그리고 Lotus Evora를 시험 주행해 본 뒤,
어느 차가 제일 좋은 지의 랭킹을 매겼다. 각 차들을 비교하기 위해 21개 종류의 인위적
으로 선택된 항목들을 정하고 각 항목당 점수를 배정해 총점을 비교했다
.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 어떤 항목에 어떤 배점을 주느냐에 따라 Porche가 일등에 뽑히기도 하고,
또 다른 배점과 항목 아래에서는 Corvette, 다시 항목의 배점을 바꾸면 Lotus가 일등
이었다
. 하긴 한 가족 중에서도 딸 아이에게는 자동차의 팬시한 외관이, 아들 녀석에게는
최대 스피드가
, 아내에게는 승차감이, 아빠에게는 안전도가 제일 중요해 점수를 많이
준다면
, 각자에게 가장 좋은 차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를 꺼리는) 이야기였다. 결론적으로 어떤 것을 상대 비교해
우위를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있고
, 상대적이기에 절대적인 최고를 결정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아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야기였다
.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도 그렇거늘, 하물며 추상적인 특질을 많이 갖고 있는 대학의
질을 비교해 몇 점 차이로
1등과 10등을 구별하는 대학 랭킹에 휘둘리는 것은 참으로
현명한 일이 아님에 분명하지 않겠는가
. 옆집 아이가 어디에 합격했건 우리 아이가
자신에게 잘 맞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 주저없이 기뻐해 주고 격려해 주는 그런 부모님
이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