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덥에서 공대 가기

지난 2월 15일은 우리 지역의 유덥이 편입생 지원 입학 원서를
마감하는 날이었다. 커뮤니티 칼리지나 다른 4년제 대학에서
워싱턴 대학으로 옮겨 공부하기를 원하는 편입 학생들에게 유덥은
정원의 30% 정도를 할애할 정도로 우대를 한다.

벨뷰 칼리지에서 공부하면서 유덥에 편입 준비를 하는 학생을 도와 준 뒤,
아내가 싸준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시애틀 타임즈의 교육난을 살펴 보는데,
흥미 있는 기사가 눈에 띈다.

유덥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엔지니어링이나 비지니스 프로그램에 들어
가기가 너무 어려워 역으로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였다.

요즘 유덥의 컴퓨터 엔지니어링이나 바이오 엔지니어링에 들어 가기는 좀
과장해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

한 학년 6천 5백여명 중 매년 약 2천여명이 엔지니어링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데, 바이오 엔지니어링에 들어가려면 1학년 과목들에서
대부분 A를 받아야 하고 지원자의 약 반 정도만 합격을 한다고 한다.

아주 높은 학점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하는 비지니스 전공의 경우는
지원자의 약 40%, 컴퓨터 전공은 3분의 1 정도만이 합격을 하는데,
이 전공들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자질을 볼 때, 상당히 낮은 비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는 원하는 전공에 못 들어가고
불합격된 학생들이 재수, 삼수를 하며 대학에서 미아 생활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비지니스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 중에서 합격이 안된 학생들은 보통
경제학 전공을 백업 플랜으로 생각하는데
, 경제학 전공도 약 3분의 2만
합격시키니 참 이들에게 인생은 고달프고, 대학 생활의 자유와 재미는
생각도 못하며 도서관에서 자정에 가깝게까지 공부에 열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컴퓨터 전공 희망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주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지원으로 유덥은 컴퓨터 학과의 건물을 한 동 더 지을 수 있게 되어, 정원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정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유덥측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은 유덥이
엔지니어링 과목에서 강세를 보이는 다른 명문 대학들의 경우처럼 엔지니어링
전공자를 따로 뽑아 이런 미아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덥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유덥에 신입생으로 들어갈 때는 아주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특정한 전공을 정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없다.

즉, 일단 유덥에는 합격을 해 다니지만, 한, 두해 자신이 전공하고자하는 분야의
선수 과목들을 수강하며 희망 전공 학과에 입학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
제도이다. 자신이 무엇을 공부할 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것은 아주 좋은 제도이지만,
뚜렷한 전공에 대한 선호가 있는 학생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은 제도이다.

앞에서 언급한 기사에서 나온 한 학생은 1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아 바이오
엔지니어링과에 들어가지를 못하자 코발리스에 있는 오레곤 주립 대학으로 편입해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들어갔고, 아주 행복한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 학생이 신입생 때부터 엔지니어링 학생으로 선발되었으면 이런 방황의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논리이다.

점심을 마치고 좀 걸으려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올 해 대학에 원서를 낸 학생과
어머님이 인사차 들르셨다. 지금은
고교 졸업반 학생들이 정시 모집에 원서를
제출한 거의 모든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일이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롤링 어디미션을 채택하는 웨스턴 워싱턴 대학이나 미시간 대학같은 학교들로부터
이미 합격 편지나 이메일을 받은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UC와 UW의 시애틀 캠퍼스는
3월 중순경에나 합격자 통보를 한다.

자연스레 공대를 희망하는 이 학생과 시애틀 타임즈의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려면 대학과 고교 생활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신입생 때
다음의 몇몇 사항은 명심하라고 훈수를 두었다.

그 중 여기 몇가지만 소개하면:

1. 고등학교에서는 반에 있는 학생들을 다 알지만,
대학에서는 자신의 클래스에 있는 학생을 하나라도 알면 다행이다 (일학년 필수
과목의 경우 한 교실에 몇백명은 보통이다).

2.
고교를 다닐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수업이
있을 때, 또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물론 수업을 빼 먹는 경우,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3. 고교때는 시험 전에만 공부해도 됐지만, 대학에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집이 될 정도로 열심히 해야 된다.

4. 고교 때는 숙제를 하루 저녁에 끝낼 수 있었지만, 대학에서는 며칠이
걸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5. 고교 시절에는 어른들이 학생에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만,
대학에서는 그저 이렇게 했으면 하는 바램만 표시한다.

6. 고교에서의 출석은 필수이지만, 대학에서는 출석이 강력하게 권고될 뿐이다.

7. 고교 시절에는 통행금지가 적용되지만, 대학 생활에서는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 이외에도 많은 다른 점들이 있을테지만,
크게 정리하면, 고교에서는 정해진 틀에서 규칙을 따르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거의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이것에 따르는 책임이 수반된다는 평범한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