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부모님을 방문하는 자녀들을 위해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동부에 있는 아이들이 시애틀의 집엘 오지 않았다. 직장에서 일을 하니 며칠 동안 쉬러 오는 것이 오히려 짐이 될 것같은 마음이 들어 오지 말라고 했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좀 섭섭한 나머지 성미를 부렸다. “아니, 젊은 아이들이 뭐에 그리 피곤하겠어, 잠깐 쉬었다 가라 하지 않고”라며 은근히 쏘아붙였다. 왜 자신은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고, 토라진 내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현명한 아내 왈 “이젠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아요”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못 이기는 체하며, 이번엔 그냥 지나가자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도 좀 뚱해있는 내 마음을 누그러뜨릴려는 심산인지 아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이번엔 우리가 동부엘 가는 것이 어때요?” 아이들 사는 집도 좀 둘러 볼 겸, 며칠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너무 일정이 바튼지라 비행기 삯이 보통이 아니고 이곳의 일들도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것이 있어 마음을 접어야 했다. “참 자식이 무어라고 이리도 마음이 쓰이고 틈만나면 보고 싶은 것인지 참 우리도 이제 늙었나봐”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추수감사절  휴일을 마치고 돌아온 월요일, 지인 두 분이 시차를 두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한 분은 올 8월에 동부의 한 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아들 녀석이 추수 감사절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 왔었는데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오랜 기간 집을 떠났던 아들이 돌아와 반갑고 기뻣지만, 반면에 기대와 어긋나는 일들의 연속으로 실망스러우셨다 한다. 두번째 분의 이야기는 많이 차이가 나는 이야기였는데, 올 해 역시 동부 한 대학의 졸업반이 된 아들 녀석의 귀환기였는데, 아주 자랑스러움으로 가득찬 이야기였다.

첫번째 아버지는 오랫만에 돌아온 아이를 위해 미리부터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한다. 오늘은 한식, 다음은 짜장면, 그 다음은 추수감사절이니 집에서 터키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홀푸드에 주문이라도 해서 특식을 먹이고 등등… 그런데, 부모님의 야무진 꿈을 뒤로한 채, 이 녀석 오자마자 다섯 시간 비행기의 여독이 덜 풀려서인지 하루 종일 잠만자고 저녁에나 일어나더니, 전화기를 붙들고는 제 방에 들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에게 텍스트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었다. 첫날은 아이구 이 녀석 처음으로 대학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그냥 둬야지하는 생각에 도련님처럼 모시고 틈틈히 과일이나 깍아 대령하는 것으로 보냈다 한다. 허나, 그 다음날도 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고 그저 잠시 식구들과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OK” “Fine”이 대략 전부였단다. 그리곤 밤에는 시애틀에서 유덥을 다니거나 타지에서 돌아 온 친구들과 만나러 나가서는 새벽이 다 되어서 돌아오는가 하면, 그 다음날은 늦게 잤으니 또 늦게 일어나고, 이 녀석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다 늦은 추수감사절 오찬을 겨우 드셨다고 불만에 가득찬 얼굴로 불평을 나누셨다.

두번째 아이의 경우는 많이 다른 것이었는데, 아마도 대학 졸업반이니 여러번 방학 때 집에 온 경험도 있고 철도 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 녀석은 한 번 갈아타기에 자정쯤이나 되어 도착하는 비행기 경유지에서 어머니에게 텍스트를 해서는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이니 순두부를 투고로 해서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이 녀석 피곤할텐데도 비행장에서 집으로 오는 한 30분 가량을 이런 저런 학교와 친구 이야기로 쉬지를 않더라고 자랑을 하신다. 그리곤 그 다음날은 늦게까지 자더니 일어나서는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어깨를 다짜고짜 주무르며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걱정을 하는데, 눈물이 핑돌더란 이야기셨다. 다음날은 한식으로 그 다음날은 짬뽕으로 가족들과 식사를 했는가 하면, 추수감사절 날에는 자신이 학교의 클럽 아이들과 만들어 본 터키를 굽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곤 그 전날 사다가 녹인 터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는 어머님을 놀라게 했다는 자랑이었다.

이렇듯, 방학이나 휴일에 집에 돌아오는 자녀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고 가족 시간을 보낸다거나, 못 본 사이에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의 어깨를 보듬어 보곤 어른 냄새에 대견해 하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실망하시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학 때 돌아 오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첫째, 방학 전에는 보통 큰 시험들이나 숙제등이 있고 이들을 끝마치느라 피곤한 아이들에게 실컷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으며, 둘째, 방학 때 집에 온 자녀들은 풀어진 마음에 안전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귀가 시간을 정해 돌아 오도록 하며, 셋째, 자녀들이 고향에 오면, 고교 친구나 익숙한 친구들과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니 너무 가족 시간을 함께 갖는 것에 시간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어드바이스를 한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휴일에 집을 떠났던 자녀들이 돌아올 것인데, 이러한 조언을 귀담아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