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미비 자녀에게 너무 미안하지 말기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이미 일년에 두학기제(Semester system)를 채택하는 대학들은 꽤 몇 주전에 졸업식을 마쳤지만, 유덥을 비롯해 일년 4학기제(Quarter system)를 운용하는 대학들은 지난주에 졸업식을 가졌다. 대학들뿐만 아니라 물론 고등 학교들도 졸업식으로 법석이다. 지난 주에 고등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서 뉴스의 중심이 된 인사들이 꽤 여럿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딸인 말리아가 워싱턴 디씨 근교의 명문 사립교인 시드웰 프렌즈 고교를 지난 주 금요일에 졸업했다. 이 소식이야 뭐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큰 뉴스야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큰 딸이 올 해 하버드에 합격은 했지만, 일년을 쉬고 내년에 대학을 시작한다는 것(합격후 일년을 쉬고 다음해에 대학을 시작하는 것을 Gap Year라고 부른다)은 많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그 바람에 갭이어라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해 그 제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보다 우리네 이민자들의 관심을 끄는 뉴스는 지난 주에 텍사스의 세고교를 수석 졸업한 멕시코계 삼인방의 이야기였다. 첫째, 텍사스의 맥킨리 보이드 고교를 올 해 수석 졸업한 라리사 마르티네즈는 멕시코 이민자의 딸로 지난 주 금요일에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다. 뜻밖에도, 이 여학생의 고백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6년 전에 술주정뱅이인 아버지를 떠나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여행 비자를 갖고 멕시코에서 미국에 온 이 여학생의 고백, “저는 미국의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천백만 서류미비자 (undocumented person)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민자에 대한 논의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보통 간과되는 것은 이민자들 역시–서류미비자이건 아니건–꿈과 열정, 희망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라리사는 올 해 아이비 리그 대학중의 하나인 예일 대학에서 프리 메드 프로그램을 공부할 예정인데, 전액 학자금 보조를 받는다 (한국의 어느 유명 신문은 이 학생이 예일대학의 의과 대학에 전액 장학금으로 합격했다고 오보를 한 바 있는데, 예일 대학은 고교 졸업생이 졸업 후 곧 바로 의과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를 운용하지 않음). 이렇게 공개적인 고백을 함으로서, 추방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서류 미비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런 연설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용기의 이면에는 사도를 아는 선생님이 있었다. 역사 선생님인 스캇 마틴은 지난 3년간 라리사를 가르쳤고, 졸업식 3주전 라리사로 부터 연설의 초고를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초고를 읽으며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단 이 선생님, “저도 알지요. 이것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라는 것을요. 그저 듣는분들이 선생의 관점에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서류미비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올 때, 우린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가르쳐야만 해요. 많은 것을 갖지 못한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이뤄내는 것을 볼 때,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이 영광의 뒤엔 물론 어머님이 있었다. “보통 비유적으로 부모님은 자녀를 위해 산을 옮기신다고 하지요. 제 어머니는 문자 그대로 저와 제 동생을 위해 나라를 옮기셨어요. 엄마, 알아요. 당신은 저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서랍니다. 어머니 당신을 위해서요.”

같은 날 데이빗 크로켓 고교의 졸업식에서 수석 졸업생으로서 졸업 연설을 한 메이테 라라 이바라라는 여학생은 졸업식이 끝나고 가족과 찍은 사진 몇장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셜 미디아인 트위터에 올렸다: “최우수 졸업생, 4.5 GPA,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에 전액 장학금으로 진학, 13개의 메달과 동아리 경력, 잘빠진 종아리”… 이어서, 참 쉽지 않은 내용이 뒤를 이었다. “아, 그리고 난 (멕시코에서 온) 서류 미비자이죠.”

또 다른 이민자 학생의 쾌거: 6년전, 영어라고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루이스 고비아라는 남자 아이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무지하게 고생을 겪은 6년후, 루이스는 텍사스의 어빙에 있는 고교의 수석 졸업자로서 졸업 연설을 했다. 이 이민자의 아들은 올 해 입시에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다트머스, 캘텍과 스탠포드에서 전액 장학금을 제의 받았다. 고등 학교 재학 시절, 루이스는 17개의 AP 과목을 수강했는데, AP Human Geograph, AP Environement Science, AP European History는 혼자서 공부를 한 뒤 시험을 치러 20개 과목을 채웠다. 이러한 공부면에서 이룬 성과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의 인간성이라고 그를 가르친 선생님이 NBC New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루이스는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가장 친절하고 겸손한 학생이지요. 이 아이는 자신이 칭찬을 받아야할 일로 칭찬을 받기 전에 다른 아이를 먼저 칭찬하는 아이지요. 보통 잘 나가는 아이들이 제 멋에 겨워 지내거나 자기만이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루이스는 달라요. 전혀 그러질 않았지요.”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서류미비자인 자녀 때문에 미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이상 그러지 마시라. 아이들이 제 몫을 최선을 다 해서 하면, 누구 부럽지 않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