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에는?”ACT or SAT”가 어떨까요

벌써 5월이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에 걸맞게 시애틀은 만개한 각종 꽃들로, 그 향기로, 덩달아 들뜬 아이들의 해맑은 재잘거림으로 왠지 모르게 부풀어 오른 풍선같은 느낌이다. 때 이르게 무더운 날씨에 점심 식사 후의 노곤함을 즐기려는데, 불현듯 약속이 있었다는데 생각이 미치는 순간, 벨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0학년 남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필자의 학원을 방문했다.
이제 여름 방학이 다가오니 새로 개정되어 3월부터 실시된 SAT의 연습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확인한 뒤 여름에 방학 특강을 수강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왜 SAT를 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SAT는 명문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꼭 보아야 하는 주된 시험이고, ACT는 공부가 좀 모자라는 학생들이 보는 쉬운 시험이라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틀린 이야기이지만, 이 두 시험의 역사를 돌아 보면, 그렇게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들었다.
SAT는 20세기 초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사립 대학들의 입학 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험이고, 역사가 벌써 한 세기에 가까운 전통있는 시험인 반면에, ACT는 1950년대에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용사들이 인근의 주립 대학에 진학할 때 보도록 만들어진 시험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아마도 똑똑이용과 모자란 사람들용으로 이 두 시험을 구별하는 그릇된 평가가 만들어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우기, SAT는 전통적으로 이 나라를 움직여 온 동부에서 만들어져 동부와 서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어온 시험이지만, ACT는 중서부의 깡촌놈들이 만들어 주립 대학에 가는 이들이 주로 본 시험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과거의 영욕을 생각할 때, 뉴욕 타임즈가 몇 해전 실은 기사는 충격이었다. 이 교육 분석 기사에 의하면, 지난 1986년부터 2010년 경까지 SAT를 보는 학생의 숫자는 60% 정도 늘어난 반면, ACT를 택한 학생의 숫자는 같은 기간에 두 배 이상인 126% 증가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결과, 마침내 2012년부터는 SAT를 보는 학생의 수보다 ACT를 치르는 학생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요, 촌놈이 도시 양반님들을 밀어낸 형국이라고나 할까?
더 놀라자빠질 일은 SAT가 경쟁에서 뒤지자 경영진이 바뀌고, 새로운 수장이 행한 가장 큰 결정은 SAT를 2016년부터 개정한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알려진 대로, 많은 부분에 있어, 개정된 SAT는 현행의 ACT를 흉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험이 갑이고 어떤 시험이 을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 인생 만사 새옹지마이구먼”하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우리 아이가 올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뭘 하면 제일 좋을까요?”라고 아이를 데려오신 어머님이 물어 오신다. 10주나 되는 긴 방학을 앞두고 점차 초조해지시는 부모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 중의 하나이다. 특히 대학 진학을 코 앞에 둔 고교생 자녀들이 있는 가정의 시름은 더욱 깊다. 학기 내내 공부하느라 수고했으니 처음 한주 정도는 밀린 잠을 충분히 자도록 두고 싶지만, 학교 안가는 방학에는 충분히 쉬고 재충전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학기 중에 눈치 보여 못했던 밀린 컴퓨터 게임이나 페이스 북에 드러내 놓고 시간을 쏟는 것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하신다.
“ACT나SAT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부모님의 질문에 대답해 드린다. 이전 같으면, SAT나 ACT라고 순서를 바꿔서 말씀드렸을텐데, 그 반대로 이야기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며 과연 “올 해의 대세는 ACT가 분명하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어쨋든, 우리 자녀들이 학기중에는 학과 과목을 위해 공부하고 숙제를 하느라 SAT/ACT (옛정이 있으니 이 순서로 한 번 사용해 줌)와 같이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험을 집중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그렇지만, 여름 방학 기간 중에는 학기중보다 훨씬 많은 자유 시간이 있고, 여름 학기를 수강하지 않는 보통의 경우에 숙제나 학과 공부에 얽매이는 부담이 없이 이런 시험 준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이 시험들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ACT 준비를 위해서는 “The Real ACT Prep Guide,” 개정된 SAT 공부를 위해서는 “The Official SAT Study Guide, 2016 edition (4세트의 모의 시험 문제가 포함되어 있음)”을 구입해 꾸준히 풀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혼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에 자신이 없고, 문제 풀이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인근 학원의 방학 특강에 등록하여 공부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스타디 그룹을 만들어 가까운 도서관에서, 또는 대학에 간 주위의 선배들에게 개인 과외를 받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