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병 (Senioritis)

매년 이 때쯤이면, 미국의 고등학교 시니어로서 대학에 입학 원서를 일찍 제츨했거나 (Early Admissions), 롤링 어드미션 (Rolling Admissions, 원서를 내는 순서에 따라 사정하여 결과를 수시로 통보하는) 제도를 사용하는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이미 합격 여부를 통보 받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합격이 된 학생들은 더 이상 이룰 목표가 없어지고 할 일이 없는 것으로 느껴져 학업에 재미를 잃고 학교 생활에 느슨해 지는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는 정시 모집 (Regular Admissions)에 입학 원서를 낸 학생들은 합격 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학교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고 좌불안석하는 마음 상태에서 학업에 소홀한 경향을 보여 보통 때 같으면 정성껏 준비해 제 때에 제출했을 숙제를 미루고 안 낸다든지, 수업에 늦는다든지 또는 아예 학교를 빠진다든지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 또는 증상을 시니어라이티스 (Senioritis)라고 부르는데, 신경계통의 질병을 류마티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것은 “고삼병” 또는 “시니어들이 겪는 질병”이라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모든 질병에는 증세의 정도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지만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이 시니어 라이티스라는 질병에도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비견할만한 심각한 결과가 뒤따른다.

많은 대학들의 경우, 이러한 증세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저조한 학업 성적에 대한 징계로 이미 합격시킨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대학들은 해당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최종 학교 성적표를 7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데, 이 성적표에 D나 F와 같은 성적이 있으면 합격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 보낸 몇 년의 세월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합격 철회 결정은 보통 대학이 새학기를 시작하기 일 이주전인 8월이나 9월경에 학생에게 통보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기회가 남지않은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성적이 심하게 떨어진 경우에는, 받을 수 있는 성적 장학금의 액소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성적 장학금의 지급을 결정할 때 근거가 되는 요소는 보통 학교 성적과 시험 성적일 경우가 많은데, 학교의 성적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그 지급 액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음을 기억하면 시니어 라이티스라는 질병에 좋은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

나쁜 성적뿐 아니라, 원서 제츨시에 원서에 기록한 시니어 2학기 계획과 다른 쉬운 과목을 수강한 경우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대학의 원서에는 시니어 첫학기에 듣는 과목뿐 아니라 두번째 학기에 들을 과목까지도 쓰는 난이 있다. 이것은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주니어까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시니어 때는 쉬운 과목들만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향한 경고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지원자가 고등학교를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목들과 씨름하는 학생들을 우대한다는 싸인을 분명히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대학들은 시니어 첫 학기 성적이 나오는 1월말에서 2월초에 Mid-year Report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이미 2월초 이전에 어떤 학생들은 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지만 다른 많은 지원자들의 원서는 아직 합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1학기 성적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고등학교의 카운셀러들은 시니어 학생이 어떤 과목을 포기한다고 하면 결사적으로 말리고, 꼭 한다면 부모와 학생이 대학 진학과 관련해 일이 잘못될 경우 어떤 책임이라도 진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도록 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부모에게 “걱정 마세요. 어떻게 대학에서 제가 이 과목을 드랍했다는 것을 알겠어요?”하며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경우에는 머리를 좀더 굴려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듣는 과목을 드랍하고 온 라인으로 같은 과목을 신청해 듣는 경우를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브라운 대학의 입장을 들어 보면, “온라인 코스를 듣는 것이 다른 학교 과목들과 시간이 겹치는 것 때문이고 이러한 결정을 학교측이 허락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단순히 학점을 따기에 용이하기에 온 라인 코스를 듣는 경우에 좋은 방향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금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