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갈래 길: 자기 하기 나름

지난 16일부터 시작해서 이달말까지 우리 지역의 유덥이 올 해 신입생으로 입학하려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지원서를 심사한 결과에 바탕해 합격자들에게 합격 통지를 보내고 있다 (물론 불합격 통지도 이 기간 중에 보낸다). 퓨젯 사운드 지역의 많은 한인 동포 학생들이 원서를 제출하고 합격을 알리는 편지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기에 칼리지 카운슬링이 직업인 필자에게도 지원자 가정들만큼이나 속이 타는 때이다. 이전에 유덥이 입학 사정에서 사용했던 방식(합격자 선정에서 학교 성적과 SAT만을 계산해 불/합격을 정하는 방식)하에서라면 성적이 이만하니 합격이 거의 확실하겠지하며, 원서를 제출하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도 있겠지만, 요즘엔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안정권의 점수를 갖고 있어도 불합격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지라 많은 지원자의 가정들이 애를 태운다. 어떤 학생은 SAT 점수나 고등학교 평균 학점이 합격자 평균을 훨씬 밑도는데도 합격의 영광을 맛보는가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입 전형은 과학이 아니고 예술이라는 주장들이 세를 얻기도 하는가 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3월말에서 4월초에 발표될 명문 사립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지금도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을 경험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자장가라도, 아니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된다는 멜라토닌이라도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매년 이맘때 쯤, 또는 늦어도 4월초쯤이 되면, 원서를 제출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이 세갈래의 다른 길에 서 있음을 발견한다. 첫번째 길은 대망의 제 1 지망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은 학생들이다. 두번째는, 오래전부터 입학을 꿈꾸어 오던 지망 대학에의 진학이 좌절되고 안정권 대학으로 마지 못해 지원했던 대학에서만 입학 허가를 받거나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이다. 셋째의 그룹은 앞의 두 그룹의 중간 지대에 위치해 마음을 졸 학생들이다. 몇몇 차선의 대학들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대학에서는 대기자 명단(Waiting list)에 올라 있다는 통보를 받은 학생들이다. 이들은 한 학교에서도 합격을 받지 못해 지옥의 나락을 해매는 고통은 없지만 적어도 한달 가량은 더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밤을 보내야 한다. 빨라도 6월 초가 되어서야 대기자 명단에서 합격이나 불합격이 되는 그 당락의 결과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가 첫번째 경우에 해당되는 가정은 수고한 자녀와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우신 부모님께 서로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불합격한 자녀와 가정을 위한 배려에서 지나친 자랑이나 내세움을 자제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녀가 두번째에 속하는 경우라면 부모님과 학생간의 절제와 사랑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부모님들 중에는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눈물을 글썽이는 자녀의 면전에서 “내가 그랬지, 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도 공부를 안하고 빈둥거리고 게임만 하더니 꼴 좋다. 그래 그런 합바리 대학에 가서 나중에 뭐가 되겠니?”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자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절제력을 잃게한 경우이다. 이러한 폭언들이 자신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망으로 억장이 무너진 자녀의 심장에 염장을 지르는 행태 임을 이렇게 퍼부을 당시의 부모님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그날 저녁이면 후회할 일을 홧김에 생각없이 저지르는 실수를 해 보신 경험이 없으신지? 이러한 상황에 있을 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란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대학은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든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전심을 다해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하며 용기를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이 순간은 몇년간 쌓아 온 자녀와의 사랑과 신뢰의 공든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불행한 순간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평생토록 아름다운 기억으로 유지되는 사건을 이뤄내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자. 이 불행 또는 행운의 기회는 우리의 생에서 한 자녀에게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세번째의 경우에 속하는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기다리는 동안 손을 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즉, 대학의 입학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전년도에 대기자 명단에서 입학이 허가된 학생의 숫자는 어느 정도였는 지 등을 묻고 (물론 많은 대학의 경우,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통보와 함께 전년도의 통계를 보내 주기도 함), 자신이 꼭 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그 대학에 허가를 받으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학은 잘 알려진 곳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곳에 들어간 후에 어떻게 공부하는가가 정말 중요함을 명심하면 될 일이다. 어떤 길을 가게되든지 자신이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는 지가 4년후에 펼쳐질 다른 갈림길에서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우리 나이든 이들은 익히 알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