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는 이유 1

     구정을 맞아 한국에 계신 어머님을 뵈러 한국을 방문하는 길이었다. 시애틀에서 인천 공항까지 약 5200 마일을 11시간동안 비행해야 하는 긴 여정이라 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만한 주제, 즉 작년 같은 여행에서처럼 영화를 보고 잠만 자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나, 뭔가 깊이 생각할만한 주제가 없을까 고민하다 다다른 결론은 “대학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에 귀결되었다. 쉽게 말해,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엘 가려는 것일까, 또는 왜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려 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 대학 교육 연감이라는 교육 전문 잡지에서 읽은 댄 베레트의 글, “대학 공부의 목적이 바뀐 날: 1967년 2월 28일부터 대학에 가는 목적은 직장을 얻는 것이 되었다”가 단초가 되었으리라. 이 생각을 간추려 다음 몇주간 이 문제를 독자분들과 같이 생각해 보려 한다.

     필자가 대입 카운슬링을 하는 학생들에게 “왜 자네는 대학을 가려고 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각양각색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고등학교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목적에 대해 명확히 말할 대답이 있겠지’라고 대부분의 독자께서는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뚜렷하게 주관을 갖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다. 공통되는 대답의 몇가지만 간추려 소개하면:

     꽤 많은 고교생들은 막연히 나중을 위해 되도록이면 이름난 대학을 가야할 것 같고 자신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부모와 사회가 그러한 학위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괜스레 짜증이난 목소리로 항변하듯이 대답한다. 이런 한인 동포 학생들의 경우는 대개 미래에 전공하고자하는 분야가 의대나 법대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갈길을 모르니 부모님의 의향이 많이 반영된 탓이다. 의대를 가기 원하는 학생이 생물학이나 화학등에 거의 취미나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참 힘든 여정이 예견되어 다른 전공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조언을 하면,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면 어떻게 되겠지요’라며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도박을 하는 경우도 가끔있다.

     물론 열명에 한 둘 정도는 이미 자신이 찾아낸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해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물질적으로 윤택해질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소수자들을 위한 도움도 주기 위해서 대학엘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는 미래의 전공에 관련되는 공부는 물론이고 여름에는 관련 연구소나 회사등에서 인턴십을 한다든지 매주 그 분야의 기관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극히 소수의 아이들은 이런 정상적인 (?) 아이들을 비웃으며, 한 번 태어나 어떤 특정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학교라는 숨막히는 공간속에서 대학, 대학원, 인턴 레지던트 등 십수년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긴다. 정말 대학을 가서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 써먹을 만한 진수를 배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의 소원인 명문 대학엘 들어 가기는 하되 한두해 다니다가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 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이 전세계의 다중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시작해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싶다는 야심을 피력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류의 야심가들을 위해 피터 티엘은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나섰을 것이다. 티엘은 페이스 북에 처음으로 투자를 해 그 혜안을 인정받았고, 온라인 대금 지급 회사인 페이팰의 창업자이기도 한 티엘은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것이 좋은 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배움이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빛을 지는 것은 아주 나쁘다.” 이러한 이유로 20세 이하의 대학생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사이언스나 테크놀로지 분야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에게 십만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2011년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가 페이스 북을 위해 처음에 투자한 50만불은 지금의 20억달러가 되었는데, 티엘에 의하면, 2004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한 주커버그가 2006년에 졸업할 때까지 창업을 미루었다면, 그는 시기를 놓쳤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이 그가 어린 천재들에게 투자하는 이유라는 논리이다.

     그 이유나 방법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학 교육이 자신들이 미래에 일하게 될 분야 또는 장래 직업을 위한 공부터를 제공하는 장소라는 점에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그렇기에, 기를 쓰고 더구나 비싼 증록금을 내고 4년제 대학엘 모두 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지금 9학년인 고등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는 2018년부터 4년간 명문 사립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예상 등록금 인상율(4.5%)을 고려할 때33만 4천불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어떤 직업을 위해 이처럼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경제의 원리를 거역하는 투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