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율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꽤 공부도 잘하고 고교 시절의 교내외 활동도 활발한 좐이 UW과 UC 버클리에 원서를 내고 필자를 찾아왔다. 어느 사립대학을 지원해야할지를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최상위 학교들의 합격율이 지나치게 낮아 너무 걱정이 된다며 침울한 인상을 지었다. 이 녀석의 어두운 얼굴 표정을 보니, 지난 3월말 경에, 각 대학들이 신입생 합격자 발표를 할 무렵, 대학들이 올 해 또 최저 합격율 기록을 경신했다며 떠들석하게 보도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하버드 대학이 5.9%의 학생만을 합격시켜 “이건 뭐 명문대 입학 확율이 부자가 천국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 지는구먼” 생각했더니, 곧 이어 스탠포드가 5.09%의 합격율을 자랑이라도 하듯 발표해 “어이구 이 대학에 들어간 낙타들은 등에 난 혹을 깍아서 바늘 구멍을 용케도 통과했는감”하며 혀를 찬 기억이 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언을 기다리는 좐에게 어깨를 툭쳐주며 최근에 뉴욕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전해 주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무슨 큰 신문에 실리지 않은 이야기는 잘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인 즉슨, 고교 성적표나 시험 성적표를 대학에 보내는 일을 대행하는 Parchment.com이라는 회사에서 대학에 보낸 성적표들과 대학 경쟁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30여 상위 대학들의 합격율 평균은 32%인데, SAT 1300 (독해와 수학만 포함 1600점 만점) 이상인 학생의 경우의 학생들을 따로 조사하니 합격율이 51%로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부풀린 통계라는 분석이다. 즉, 지난해 뉴욕의 어떤 이민자 자녀가 아이비 리그 여덟곳에 모두 지원해 모두 합격한 경우가 화제를 모은 것처럼, 어느 정도 성적이 되는 지원자들은 적어도 2.6개의 명문대에 지원한다는 통계이니 한 지원자가 어느 한 명문 대학에 합격할 확율은 거의 80%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물론, 단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지원자의 경우라는 말이다. 침울하던 안색이 활짝 펴진 좐, “이제 희망을 갖고 에세이나 열심히 써야 겠네요”하며 발걸음도 가벼이 교실로 향한다.

이녀석 말마따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1월초에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명문 사립대들에 원서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바쁜 12월을 보내고 있다. 사실 미리 미리 준비를 해 온 학생들에게는 12월이 특별히 바쁠리는 없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원서 작성을 미뤄 온 지원자들에게는 정말 눈코뜰 사이 없이 정신없는 시기이다. 원서 작성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는 손쉽게 지난 학창 시절에 이룬 업적들을 기록하면 되지만, 각 대학들이 원하는 대입 에세이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마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간과 정성을 요구하는 에세이의 제목을 살펴 보면, 그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명문 사립 대학들이 사용하는 공통 원서의 에세이는 최소 250단어에서 650단어 미만의 길이로 써야 하는데, 작년부터 새로이 주어진 제목들을 여기 번역해 소개한다:

1. 지금의 당신을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배경이나 사건 등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언급을 빼 놓고는 당신의 지원서가 완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 경우에 속한다면, 그 이야기를 해 보시요.

2. 당신이 실패를 경험한 경우나 당시의 상황을 묘사해 보시요. 그 실패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습니까?

3. 당신이 어떤 신념이나 사상에 도전한 경우가 있었다면, 무엇이 그런 도전을 하도록 이끌었는지에 대해서 기술해 보시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 다시 부딛치게 되면) 다시 그런 도전을 할 것입니까?

4. 당신이 그야말로 온전히 만족할만한 장소나 환경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기술해 보시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또한, 왜 그곳이 당신에게 그토록 의미가 있습니까?

5.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든, 아니면 내적인 것이든, 당신이 유아기에서 청년기로 발전케한 어떤 사건이나 업적이 있다면 이야기해 보시요. 그것이 당신이 속한 고유의 문화, 커뮤니티, 또는 가족 관계 속에서 당신을 성장케한 그런 계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공통 에세이 이외에 많은 대학들은 보충 에세이를 요구하는데, 이것은 왜 해당 지원자가 당 대학과 특정 학과에 지원하는지에 대해 기술하도록 요구한다. 이외에도 몇몇 대학들은 지원자의 사상이나 생각의 깊이 또는 글솜씨를 알아 보기 위해 특이한 주제의 에세이를 쓰도록 하는데,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음을 잊지말고 자녀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