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문제에 관한 신화 몇가지 깨뜨리기

지난 동부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을 방문했다. 아내의 실험실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 기관 회의에 참석하는 아내의 출장 일정과 아이의 학교에서 열리는 가족 초청 행사가 겹쳐 여행 경비도 절감하는 의미에서 짬을 내게 되었다. 이틀 묵을 호텔을 예약하면서 느낀 것은 학교 근처의 호텔들이 모두 만원인 것으로 보아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미국 부모들도 우리네와 마찬가지로구나 였다. 대학의 부모 모임에 참석한 부모님들의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을 보면서, 나만이 아닌 다른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뒤지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들 자기 자녀를 사랑하지 않으랴. 하지만, 우리가 다른 아이들을 대할 , 아이도 아이만큼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대했을까 자문해 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중요함을 때조차도, 우리 아이는 친구들보다 훨씬 중요한 인물이고 지금이 아니라면 미래에는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욕심을 갖지는 않았는지? 이렇듯 잘못된 것임에도 올바른 것으로 굳어져 인식되어 것들이 많은 분야가 바로 교육 분야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하더라도 그것이 오래전의 일이거나,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시고 대학에 보내신 분들이라하더라도 미국의 대입 제도를 살뜰하게 꿰고 계신 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하물며 미국에 오신지 그리 오래지 않고 아이를 처음으로 대학에 보내시는 경우에는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 이런 저런 모임이 있으면, 으례 조금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 갖가지 질문이 쏟아 진다. 이 분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복음이다. 일점 일획도 틀림이 없는. “아하, 그렇지요, 어쩐지 그렇더라구요.” 침을 튀기시는 경험자에 연신 맞장구를 치며, 혹시라도 놓치는 게 있을까 봐 조바심을 치신다. 그렇지만,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 이런 조언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나 여기 저기서 들은 ‘카더라 통신’식의 지식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재구성해 편집하고 증폭시킨 것이 대부분인지라,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이다.

타인의 주관적인 경험에서 축적된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스펙이 다른 학생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십중팔구 후회의 씨앗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어떤 아이가 모모 대학에 합격한 정보가 다른 아이들이 지원하는 다른 대학의 경우에 꼭 들어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에 몇을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1. 해마다 이 때쯤이면, “하바드에서 어떻게 우리 아이가 뛰어난 줄 알고 자꾸 편지를 보내지요?” 약간은 자랑끼가 섞인 목소리로 물어 오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술이요 광고이다. 해당 대학에 올만한 아이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떨어뜨리면, 합격율이 낮아지고 그러면 대학 랭킹이 올라가니까.

2. 우리 한인 학부모님들이 갖고 계신 가장 큰 잘못된 생각, “SAT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 들어가기는 따논 당상이지요”이다. 학교 성적이 제일 중요하고, 시험 성적은 그저 다른 하나의 중요 요소일 뿐이다. 몇년에 걸쳐 쌓인 학교 성적과 하루 몇시간 본 결과인 SAT 성적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3. “과외 활동을 많이 하면, 낮은 성적을 보완해 준다면서요?”라고 하는 것도 거의 터무니 없다고 생각해도 별 무리가 없다. 최고 명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에, 운동 선수로 뽑혀 가는 것이 아니라면, 고교 성적이나 도전적인 학과목의 선택 등, 대학측이 중요시하는 사정 요소를 이미 충족시키고 있기에, 과외활동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립 대학의 경우에는 거의 학교 성적과 시험 성적이 일차적으로는 선발의 기준일 경우가 많다.

4. 요즘같이 경기가 바닥인 때는 대학들의 등록금 액수가 대학 선택의 주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 등록금의 액수를 비교할 때, 가장 빈번하게 범하는 실수는 대학의 웹 사이트에 발표된 액수가 실제로 학생이 내야 하는 액수로 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모든 대학이 각종 장학금이나 융자, 또는 연방이나 주 정부에서 주는 재정 보조를 제공하고 이 액수들은 이 발표된 가격표에서 감해져야 하므로 실제로 학생들과 가족이 지출하는 액수는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미리 일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모든 대학들이 의무적으로 웹 사이트에 올려 놓았는데, 관심있는 대학의 재정 보조 사이트에서 Net Price Calculator를 클릭해 요구하는 정보를 입력하면, 실제로 내야하는 등록금의 액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5. 많은 분들은 대학을 방문해 해당 대학의 입학처 사무실의 방명록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놓고 와야만 대학측에 자신의 지망 의사를 강력하게 보여 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들, 즉 돈이 적게 드는, 하지만 그 만큼이나 효력있는 방법들이 많다. 복수 지원을 허용하는 미국 대학의 입시 현실에서, 합격해도 등록을 안 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대학측은 합격하면 꼭 올 학생들을 선호하고, 그만큼 동 대학에 관심을 꾸준히 보여온 학생들을 합격시킬 가능성이 많다. 입학담당자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하거나, 칼리지 페어의 해당 대학 부스를 방문하는 등 해당 대학이 자신의 제 일 지망 대학임을 표현해야 한다. 마침 이번 주말엔 시애틀의 컨벤션 센터에서 칼리지 페어가 열리니 방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