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 Year 2

아직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는 생경한 “Gap Year”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계속 진행하던 일, 학업, 사업 등으로부터 일년 또는 일정 기간을 떠나 여행을 하거나 봉사등을 하면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한 해를 쉬면서 과연 내가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할 것이며, 어떤 인생 항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간을 말한다. 또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 일정기간을 휴학하면서, 그 동안 학업에 얶매여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보편적인 gap year의 한 예이다. 즉, 어떤 사람이 해외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거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접하며 경험하는 기간, 즉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가짐으로서 허겁지겁 앞만보고 달려 온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 gap year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다시는 이러한 비참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결과로 시작했다. 즉,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여 각자가 처한 다른 상황들을 경험함으로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교류할 필요를 느낀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나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학생들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한 개념이다. 아직도 미국의 학생들에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학생들에게도 이것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쉼없는 질주를 선호하는 우리 한인 가정 출신의 젊은이들에게는 보다 생뚱맞은 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점차 이러한 생각들에 눈을 뜨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이것의 장단점등을 소개한다. 지난호에 1) 시기, 2) 장학금이나 재정보조의 지속 여부, 그리고 3) 일년간 드는 비용등에 대해 소개한 바있는데, 이어서,

넷째, Gap year를 권장하는 학생들이나 부모, 전문가들이나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장점은 이러한 기간을 통해 학생들이 보더 성숙해지고, 자신감을 확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뚜렷해 진다는 것이다. “The Gap Year Advantage”라는 책을 공저한 Rae Nelson과 Karl Hagler는 공부만 하는 것을 쉬고 한 해를 거른다는 것은 그 학생의 지적인, 학습적인, 직업적인 목표를 분명히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2007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에 걸쳐 Gap Year를 경험한 280명의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경험의 장점을 조사한 바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의 60 퍼센트 이상이 이 경험을 통해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장래 희망을 공고히 했거나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살인 Emily는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동 카리브 해를 여행하는 보트위에서 해양 생물학 강의를 수강했고, 봄에는 남 아프리카의 케이프 타운에 있는 펭귄과 바다 새들을 돌보는 병원에서 자원 봉사를 했고, 나머지 기간은 태국의 방콕에 있는 동물 보호소에서 일을 했다. 에밀리에 따르면, 이 기간은 그녀가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확신할 수 있는 기간이었음은 물론이고, 대인 관계, 자립심, 그리고 보다 성숙함을 기르는 기간이었다고 한다.

다섯째, 대학의 입학 담당자들은 이 Gap Year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들어 많은 대학들이 이 Gap Year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며, 심지어 이러한 기간을 갖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권장하는 대학도 있다. 지난 30년간 하버드 대학의 입학허가 편지는 신입생 등록을 하기 전에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 대학의 입학처장인 Fitzsimmons에 의하면, 이러한 기간을 가진 후 돌아 온 학생들은 “너무나도 신선하고, 열의로 가득차 있으며, 학교에 돌아 온 것을 너무나 즐기므로” 학교에서 공부 때문에 기력이 소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학생들은 이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인생을 풍부히 경험하면 할 수록 학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동 대학은 2009년에 신입생 1,665명 중에서 기록적인 숫자인 107명이 일년을 쉰 바있다.

여섯째, 이렇듯 일년을 쉬고 학교에 돌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어렵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더욱 성숙해 졌고, 이미 집을 떠나 고생해 본 경험이 있기에 잘 적응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Gap Year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 가는 학생인 Carr는, “처음엔 아마도 오랜만에 숙제를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일년동안 적응하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또 학교 생활에도 곧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욕속부달 (欲速不達,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즉 급할수록 천천히” 인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지나치게 서두르면 낭패를 본다는 영어 표현인 “Haste

makes waste”를 상기해 봄도 의미가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