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니가 갑이어?

“갭이어를 가짐로서 얻는 이점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 갭이어를 보낸 사람들은 결국 우리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잘 다듬어진 사람으로 변화된다…그들은 [이 기간동안] 자신들과 똑 같이 생기고, 비슷하게 생각하며, 동일한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 말에 존스 홉킨스 대학의 출판부가 펴낸 죠셉 오쉐이의 책 “갭이어: 어떻게 대학 가는 것을 조금 늦춘 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길로 사람을 변화시키는가”라는 책에 나온 구절이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먹은 우리의 고교생 갑돌이가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를 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아이들처럼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통보를 한다: “아버지, 저 Gap Year를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왜 니가 갑이여?” 한국에서 오신지 얼마 안되시고 귀가 조금 어두우신 아버지, 아들 녀석이 감히 하늘같은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갑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시고는 아들 녀석에게 호통을 치신다. 옆에서 듣고 있던 누나 갑순씨는 한 술 더 뜬다. “아니 갑돌이가 갭에서 뭘 산다고 하는데 뭘 그리 화를 내세요?”

해마다 이때쯤이면, 각종 매스컴에서 심심치 않게 거론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낯이 선 용어가 있다. “Gap Year (‘갭이어’라고 읽는데, 일견 ‘갑이어’로 잘 못 발음힐 수도 있다)”라는 말인데, year abroad, year out, year off, deferred year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계속 진행하던 일, 학업, 사업 등으로부터 일정 기간을 떠나 여행을 하거나 봉사등을 하면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한 해를 쉬면서 과연 내가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할 것이며, 어떤 인생 항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간을 말한다. 또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 일정기간을 휴학하면서, 그 동안 학업에 얶매여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보편적인 Gap Year의 한 예이다. 즉, 어떤 사람이 해외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거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접하며 경험하는 기간, 즉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가짐으로서 허겁지겁 앞만보고 달려 온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이 gap year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다시는 이러한 비참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결과로서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여 각기 다른 상황을 겪으며 이해하고 교류할 필요를 느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나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학생들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한 개념이다. 아직도 미국의 학생들에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학생들에게도 이것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쉼없는 질주를 선호하는 우리 한인 부모님들께는 생뚱맞은 개념이고 “재수”와 혼동을 할만한 것이지만, 점차 이러한 생각들에 눈을 뜨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이 gap year를 지내기 위해 주의할 사항과 장단점등을 소개한다.

첫째,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일년을 쉬고 싶다면, 언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에 대학에 지원하고 합격된 후에 휴학을 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입학처장인 윌리엄 피츠시몬즈는 언제해도 상관없고, 동 대학은 고교 졸업후 휴학 기간을 지낸 학생들도 차별없이 입학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 직후에 대학에 합격했지만, 일년간 휴학을 원할 경우에는 보통 4월에서 6월 중순까지는 일년간의 계획서와 함께 입학 연기원을 해당 대학에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대학은 연기를 허용하는 추세이다.

둘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일년간 휴학을 하면 재정지원이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까?’이다. 입학 허가를 받은 당시에 연방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손 치더라도, 입학을 연기하면 해당 연도의 재정 보조 수혜를 위해 다시 무료 연방 재정 신청서(FAFSA)를 다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전년도와 가족의 재정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다시 같은 수준의 재정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장학금의 경우도 많은 경우에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뤄지든 해외에서 행해지는 것이든지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AmeriCorps program, Habitat for Humanity 또는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과 같이 자원봉사를 하는 대신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고려할만하다. 특히, AmeriCorps는 숙식과 건강 보험은 물론이고,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면 Segal AmeriCorps Education Award라는 $5,350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전국의 92개 대학이 이 금액에 해당하는 매칭 장학금을 지급하므로 만불 이상의 장학금을 받는 효과가 있다. 부모의 도움을 얻어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에도 학생이 대학에서 확실한 전공을 정하는데 이 휴학 기간이 도움이 되었다면, 전공을 못 정해서 몇년간 대학을 더 다니며 허비하는 대학 등록금을 벌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니 어떤 선택이 ‘갑’인지는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