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9월이 오면, 그해에 고등학교의 시니어가 되고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은 눈코 뜰새없이 바빠진다. 아직 대입 학력 고사에서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9월 셋째주 토요일에 ACT를 10월 첫주 토요일에는 SAT를 치러야 하고, 대입 에세이를 시작도 못한 배짱이들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벼랑에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행사는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시행하는 조기 전형의 마감일이 저만치 다가 온 연유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원서를 제출하고 학교가 입학 사정 결과를 발표하는 시기와 방법 등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전형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early admission (조기 전형), regular admission (일반 전형), on site Admission (현장 전형), Open Admission (개방전형), 그리고 rolling admission (항시 전형) 등으로 나누어 딘다. 이중 가장 혼동하기 쉬운 것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조기 전형 제도인데, 이번 주부터 이 전형의 특징과 장단점을 살펴 보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간단히 말해 조기 전형이란 말 그대로 지원 대학에 일찍 원서를 내고 일찍 합격 여부를 통보받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 중 약 400여개의 대학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의 전형을 채택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사립 대학들이며, 11월 1일 (모든 아이비 리그 대학들을 포함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연구 중심 대학들) 또는 11월 10일에서 15일 (윌리암스나 앰 허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리버럴 아츠 대학들) 사이에 원서를 마감하고 12월 15일경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합격자 발표시에, 합격 (accepted), 불합격 (rejected)과 보류 (deffered)의 세가지 중 한 결정을 통보 받는데, 만일 지원자가 보류 결정을 받으면, 그 지원자의 서류가 일반 전형 지원자들의 지원서와 비교하여 다시 한 번 심사를 받게되고 일반 전형 합격자 발표 시기인 4월초 경에 결정을 통보 받는다. 한편, 불합격의 경우는 조기 전형만 불합격된 것이 아니라, 같은 해에 해당 대학에 일반 전형으로 지원할 기회도 잃는 것이 된다.

이 전형 방식의 장점은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12월 중순에는 알 수 있기에 12월 중순부터 졸업까지 나머지의 고삼 시절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나 할동에 주력하며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항상 부담도 따르는 법. 즉, 조기 전형의 종류에 따라 지원 학교의 숫자나 재정 지원의 폭이 제한 될 수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조기 전형의 종류에 따라 이 부담의 종류가 다르니, 대학에 조기 전형으로 지원하고자하는 학생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이 어떤 종류의 조기 전형을 사용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조기 전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Early Decision (ED, 아래에서는 이 약자를 사용함), Early Action (EA), Single Choice Early Action (SCEA).

ED는 어떤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을 확고하게 한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다. 만약에 어떤 지원자가 아직 어떤 대학에 지원해야 될지 확실하게 모르고 다른 많은 대학들에 가능성을 열어 둔 경우에는 이 전형 방식을 사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ED 방식의 학교에 지원할 경우에 지원자, 학부모, 그리고 지원자 출신 학교의 담당 카운슬러의 3자가 만약에 이 학교에 합격하면, 다른 학교들에 제출한 모든 원서들을 철회하고 해당 학교에 입학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고, ED 학교에는 단 한군데만 원서를 내게 되어 있다. 이에 반해서, EA는 훨씬 운신이 자유로운 방식의 전형으로 원서를 일찍 접수해야 하고 결과를 일찍 알 수 있다는 것은 ED 방식과 같지만, 큰 다른 점은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대학에는 합격이 되어도 꼭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이 방식을 운용하는 학교들에는 복수 지원이 허용된다. 그러나, EA의 일종인 SCEA(또는 제한적 얼리 액션, Restrictive early Action이라고도 함)의 경우에는 합격시 꼭 등록을 해야한다는 강제 조건은 없으나 조기 전형으로 단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 조건이 있다.

이러한 종류의 조기 전형으로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꼭 알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재정 보조에 관한 사항이다. 특히, ED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기에 12월 중순 경에 합격을 통보받았을 때, 해당 학교에서 정해 준 재정 보조금액을 군말없이 따라야만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즉, 정시로 지원해 한 학교 이상의 학교로부터 합격을 통보받으면, 각 학교에서 제공하는 재정 보조의 금액을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적절한 학교로 입학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조기 전형의 경우는 그러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대학 공부에 드는 비용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지원자와 학부모들은 이 조기 전형으로 원서를 제출하는 일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이 각각의 전형에 관한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이 제도를 운용하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더 설명 드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