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 깨뜨리기

미국의 교육 제도에 생경한 우리네 한인 동포들에게 '카더라 통신'은 언제나 귀중한 교육 정보의 보고이다. 우리 교회 누구네 아이가 작년에 모모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는데, 학교 성적은 얼마이고 특별 활동은 이런 저런 것을 했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거기에 못 미치니 그만한 대학에 합격하기에는 불가능하겠지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한다. 어느 한인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다뤄진 오레곤의 모모군은 아이비 리그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한다는데, 옆집 제인은 겨우 합격해 장학금은 땡전 한 푼도 못 받았으니 그 아이는 얼마나 뛰어나기에 그런 대학에 등록금 걱정없이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확히 사실을 알고 보면 “아이구, 그게 아니었구먼”하시며 씁씁한 미소를 흘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는 '통합 사정 방식 (Holistic Review)'을 고려하면, 딱 정해진 공식에 의해 합/불합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옆집 탐이 이런 저런 조건으로 합격한 것이 우리 아이의 요런 조런 조건과 비교해 꼭 더 나은 것이 아닐 수도 있으며, 소위 최고의 명문 대학들이라 불리는 대학 중에 성적이 뛰어나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가정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지급하는 재정 보조 (Financial Aids)가 유일한 장학금이기 때문이다.

때 맞추어 필자같은 대입 카운슬러들이 필독하는 잡지중의 하나인 “고등 교육 연감”의 주필인 제프 셀링고가 한 간담회에서 밝힌 '대학 입학에 관련한 몇가지 신화'를 중심으로 '카더라 통신'으로 떠도는 몇가지 잘못된 정보들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미국에서 사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갖는 한가지 그릇된 고정 관념은 '돈을 내는만큼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셀링고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비 리그 대학 중의 하나인 유펜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일 년간 공부하려면 등록금이 $43,738이며, 같은 주의 주립 대학인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은 연간 등록금이 유펜의 거의 삼분의 일 수준인 $16,444만 내면 된다. 이러한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이 받는 연봉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즉, 초봉과 중간 경력직의 경우에는 차이가 좀 나지만, 이 두 학교 졸업생들이 일생동안 버는 액수의 차이는 미미하다는 통계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을 내고 사립 대학엘 진학하는 이유가 돈 차이만큼 교육의 질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데, 이 교육의 질을 측정할 어떤 객관적 잣대가 없으니 그리 말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두번째 그릇된 고정 관념의 예는, '대학만 진학하면 우리 아이는 틀림없이 4년만에 졸업할 수 있다' 는 잘못된 생각이다. 전국적으로 40% 미만의 학생만이 4년만에 대학을 졸업한다는 '교육 연감'의 통계는 이것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6년만에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도 58%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실상 믿기 어려운 통계이지만, 거의 모든 통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니 사실임에 틀림없다. 더 믿기 힘든 것은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입학은 하지만 졸업하지 않는다 (또는 못한다)는 사실도 또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워싱턴 주의 경우, 4년에 졸업하는 학생은 43% (오레곤은 36%, 전국 평균은 37%), 5년 졸업율은 63% (오레곤 52%, 전국 평균 56%), 그리고 6년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은 67% (오레곤 56%, 전국 63%)를 나타내고 있다. 가까운 유덥의 경우는 비교적 사정이 나아서 4년만에 졸업하는 비율이 반을 약간 넘는 54%이고, 6년만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79%를 보인다.

세번째 신화는 학생의 전공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셀링고에 의하면, 엔지니어링이나 특수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학의 전공이 장래의 직장에서 직접 긴밀히 연관된다기 보다는 대학에서 '어떻게 일을 배우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미래에 막닥뜨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네번째 고정 관념은 특히나 우리네 한인 동포 사회에 만연된 고정 관념인데, '커뮤니티 칼리지는 패배자를 위한 곳이다'라는 그릇된 사고 방식이다. 그러나 필자가 유덥에서 가르치던 때의 경험에서 볼 때,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4년제 대학에 편입한 학생들이 신입생으로 입학해 계속 공부해 온 학생들에 비해 결코 학력면에서 뒤떨어지지 않았고, 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 오히려 정해진 기간안에 빨리 졸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요즘에는 똑똑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첫 이년간의 학비를 절약하기 위해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커뮤니티 칼리지가 을을 위한 교육 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불합리한 사고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