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학기 합격자

4월 (April)이라는 이름이 사랑과 미를 주관하는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다이테 (Aphrodite)에서 유래했다면, 대학에 원서를 내고 그 결과를 사월에 통보받은 고교 시니어들에게 이 이름은 그들의 마음과 참으로 얄밉게 잘 맞아 떨어지는 절묘한 작명이다. 지난 주의 칼럼에서도 비유한 것처럼,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기쁨과, 혼돈과 때로는 절망과 안타까움을 가져다 주는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이들에게는 기쁨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에겐 혼돈을,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이들에게는 절망을 주는 그런 시기이다. 또한, 일지망 학교에서는 불합격이 되었지만, 그 이외의 몇몇 학교들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이들에게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몰라 밀고 당기는 주저함과 망설임으로 고민케하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또다른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랑의 행태가 하나 더 있으니 '지금 당신(지원자)의 나(일지망 대학)에 대한 사랑을 받아 들여 마음을 허락해(합격시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좀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당신의 사랑을 꼭 받아 들이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그런 시한부 약정의 경우도 있다.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대학의 가을 학기에 지원한 일부 지원자들에게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다가오는 가을 학기에 대학에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지만, 그 다음해의 봄학기에 입학을 허락하는 제도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가을 학기에 합격시킬 학생들의 숫자는 이미 차버렸지만 봄 학기에는 이 학생들을 등록시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학생들에게 합격증을 주는 경우이다. 많은 대학들의 경우, 봄 학기에 재학생들이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해당 대학의 캠퍼스를 떠나거나, 이런 저런 경제적 사정이나 또는 학교에 적응을 못하거나하는 이유로 인해 계속 등록할 수 없는 학생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학교는 몇년간의 통계에 따라 얼마나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봄 학기 즈음에 학교를 비우게 되고 몇 개나 되는 기숙사의 방이 여유가 있게 되며 또 얼마나 많은 강의실의 책상과 의자가 가용하게 되는 지를 파악할 수 있기에 이런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학생들을 미리 선발해 두는 것이다.

이렇듯, 가을 학기 입학을 위해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봄 학기에 입학을 허용받게 되는 학생들을 보통 봄 학기 합격 (Spring Admit)이라고 하는데, 이 제도는 2000년도 훨씬 이전에 동부의 버몬트중에 위치한 명문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Middlebury College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은 올 해 전체 신입생 숫자의 6분의 1을 봄학기인 2월 학기에 시작하는 학생들로 선발했고, 동부의 유태계 명문이고 보스톤 근교에 위치한 Brandeis University는 올 해 약 100명의 학생들에게 봄 학기 합격 편지를 보냈다. 이 제도를 적용하는 또 다른 대학은 캘리포니아의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인데, 이 대학은 2001년부터 이 봄학기 등록제도를 시작했고, 뉴욕의 Skidmore College와 Hamilton College, 보스톤의 Northeastern University (이 대학은 최근에 시애틀 다운 타운에 대학원 분교를 설립한 바 있다), 플로리다의 University of Miami 등이 이러한 제도를 사용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대학들이 이 봄학기 등록제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운용 방식은 각각 조금씩 다르다. 어떤 대학은 가을 학기에 학교에서 지정하는 외국의 프로그램에서 수업을 듣도록 알선을 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들은 학생이 선택하는 다른 대학들에서 지정된 코어 과목을 수강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의 대학들은 가을 학기에 등록은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수업은 다른 대학에서 듣고 그 학점을 인정하는 제도를 사용하는가 하면, 또 다른 대학들은 봄 학기까지 등록은 허용하지 않고 가을 학기의 일은 학생 자신이 선택하도록 맡기는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각 학교의 특성에 따라 지원자가 동 대학에 봄 학기 입학생으로 입학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대학들의 입학처 담당자들에 따르면, 봄 학기 입학생으로 합격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통 입학처에 가을 학기 입학생으로 받아 줄 것을 호소하지만, 학교측은 이러한 가외 인력을 수용할 능력이 없기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물론 봄 학기 합격자들이 해당 대학에 가을 학기에 입학한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성적과 구비 조건들을 가진 학생들임에 분명하기에, 만약 당 대학이 지원자의 제 일지망 대학이라면 자존심을 앞세워 입학을 마다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입학을 허가받고 봄 학기에 수업을 시작하더라도 고교 시절에 AP 수업을 수강해 이 과목들의 학점을 인정받는 경우 가을 학기 합격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졸업을 할 수도 있고, 봄 학기에 졸업할 경우에도 취업 전문가들에 의하면, 봄학기 졸업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취업 전선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