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 대학 지망 학생을 위한 조언

4월 (April)이라는 이름이 사랑과 미의 화신인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다이테 (Aphrodite)에서 유래했다면, 대학에 원서를 내고 그 결과를 사월에 통보받은 고교 시니어들에게 이 계절의 이름은 참으로 얄밉게 잘 맞아 떨어지는 절묘한 작명이라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기쁨과, 혼돈과 때로는 절망과 안타까움을 가져다 주는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이들에게는 기쁨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에겐 혼돈을,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이들에게는 절망을 주는 그런 시기이다. 또한, 일지망 학교에서는 불합격이 되었지만, 그 이외의 몇몇 학교들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이들에게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몰라 밀고 당기는 주저함과 망설임으로 고민케하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 딸 아이가 아이비 리그 대학의 프리 메드 프로그램에서 공부하기를 원해 원서를 냈었는데, 불합격이 되었지 뭐예요. 유덥과 리버럴 아츠 대학 몇 군데에 합격했는데, 어느 대학에 등록을해야 될 지 몰라 고민이예요.” “제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하는데, 유덥 의대가 좋으니 유덥엘 가는게 나중에 유덥 의대에 진학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우리네 한인 동포들 중에 자녀가 의대를 가기 원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매년 이 때쯤 하시는 질문들 중에 위와 같은 질문들이 상당수라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왜 그렇게 의대 진학을 선호하시는 지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의대 진학을 위해 어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가능한 대답들을 몇가지 찾아 보도록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과연 우리 아이가 의과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이 아이의 적성이나 능력에 부합하는 일이고, 그 길이 우리 아이가 행복해 할만한 일인가를 살펴 볼 일이다.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재학 시절에 바꾼다고 한다. 부모가 등을 떠밀어, 의사가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데 유리한 것같아서, 의사라는 직업이 막연히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일 것이라는 감상에서, 등등의 이유로 고교 시절에 자신의 실질적 능력이나 관심을 자세히 따져 보지 않고 막연히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 의과 대학에 지원을 위해 필수로 요구하는 과목들을 수강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는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만약에 이런 경우의 학생이라면, 대학 진학이 의과 대학으로 직접 연결되는 학교 (BS/MD Combined Program)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번째로, 적성이나 능력이 의대 진학에 적절한 경우에, 의대 진학을 위해 인근의 주립 대학에 등록을 해야 하는 지, 또는 잘 알려진 명문 사립 대학에 진학해야 유리한 지의 경우를 따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공부를 따라갈 수 있느냐의 학문적인 면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적인 면, 즉 대학에서 나아가 의과 대학에서 지불해야 할 등록금과 부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며칠 전 뉴스에 의하면 미국 연방 준비 은행 의장인 버낸키가 자신의 아들이 의과 대학 재학 중 40만 불의 빚을 져 고민이라는 기사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명문 사립 대학의 경우 재정 보조를 받지 못한다면 학부 졸업을 위해서만 20만불 이상이 들고, 의대 졸업을 위해 또 그 정도의 돈이 든다면, 졸업후 20년 이상을 학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계산이니 잘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세번째로, 유덥이 훌륭한 의과 대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니, 다른 학교보다는 유덥에 등록해 졸업하고 유덥 의대에 입학해 다니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견해도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미시간 대학 (University of Michigan-Ann Arbor)의 경우는 작년에 의대 입학생 177명 중에서 66명이 본교 출신이었지만, 다른 많은 주립 대학의 경우는 그렇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유덥 역시 동 대학 졸업생에게 어떤 특혜도 주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학부를 졸업하기 위해 드는 등록금을 고려하면, 거주민 자녀 등록금을 내는 경우는 명문 사립 대학의 겨우와 비교해 3분의 1정도이니 훨씬 저비용으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동 대학 출신이라 의대 입학시 가산점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경제적인 면만 따져 볼 경우에도, 만약 부모님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예를 들어 총가계 소득이 6만불 이하라든지 등의) 명문 사립 대학에서 재정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전액을 되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여러가지를 따져 볼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적성과 능력인데, 일반 대학에 진학해 여러가지 과목들을 수강해 본 뒤 자신의 길을 확정하고 그 길로 가지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대학의 대부분이 입학시 전공을 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