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한 자녀 따뜻하게 안아주기

이제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입학 원서를 제출해 놓고 몇달전부터 밤잠을 설치며 그 결과를 애타게 기다려 온 수험생들에게 합/불합격의 통보를 끝냈다. 빠르면 11월말에, 늦어도 금년초에 원서를 접수시킨 뒤부터 이어진, 약 삼사개월간 초조와 긴장으로 채워진 긴 기다림의 드라마가 드디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이 허가된 학생들은 세상이 온통 자신의 것인양 의기양양할 터이고, 날씨 좋은 날 활짝 핀 벚꽃의 흐드러진 모양들이 마치 자신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라도 되는 듯 두 손을 하늘로 벌려 큰소리라도 외치고 싶을 것이다. 이들의 부모님들도 덩달아 누구라도 만나 “아니, 글쎄. 우리 아이가 그 모모하는 대학엘 합격했지 뭐유” 자랑하시고 싶어, 평소엔 가뭄에 콩나듯 참석하던 주일 예배에 일찌감치 나가셔선 하릴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를 하시는가 하면, 장 볼일도 없는 평일에 한인 마켓엘 들러 아는분이라도 만났으면 하시는 마음이리라.

하지만, 오래전부터 입학을 꿈꾸어 오던 일지망 대학에의 진학이 좌절된 학생들에게는 4월이 참으로 잔인한 달임에 틀림이 없다. 이 경우에는 부모님과 학생간의 절제와 사랑이 절실히 요구된다. 부모님들 중에는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눈물을 글썽이는 자녀의 면전에서 “내가 그랬지, 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그렇게도 공부를 안하고 빈둥거리고 게임만 하더니 꼴 좋다.”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절제력을 잃게한 경우이다. 이러한 폭언들이 실망으로 억장이 무너진 자녀의 심장에 염장을 지르는 행태 임을 이렇게 퍼부을 당시의 부모님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그날 저녁이면 후회할 일을 홧김에 생각없이 저지르는 실수를 해 보신 경험이 없으신지? 이러한 상황에 있을 수록 호흡을 가다듬고,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란다, 인생은 길고 대학은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든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전심을 다해 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어깨를 감싸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순간은 몇년간 쌓아 온 자녀와의 사랑과 신뢰의 공든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불행한 순간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평생토록 아름다운 기억으로 유지되는 사건을 이뤄내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자. 이 불행 또는 행운의 기회는 우리의 생에서 한 자녀에게 한 번밖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여기에서 생각할 문제는 자녀가 지원하고 불합격된 소위 명문 대학에 원서를 낸 대부분의 학생들이모든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조건을 구비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합, 불합격이 결정될 것은 명확하다. GPA나 SAT성적, 에세이와 추천서의 행간을 읽어 지원자의 열정을 찾아낸다거나 어떤 종류의 커뮤니티 서비스 또는 어떤 종류의 과외활동을 한 학생이 올 해 우리 대학에서 필요한 것인지 등등을 결정하는 입학 사정관들의 심사 결과는 어찌보면 백퍼센트 객관적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스와스모어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Barry Schwartz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을 비롯한 명문대학에 지원하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 사이에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특별히 우수한 최상위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능력을 비교할 때, 그 우열을 가늠하는 기준이 지니는 불확실함이 지원자들이 지닌 특질의 차이보다 크다.” 예를 들어, 금년 하버드를 지원한 35,023명의 학생들 중 단지 5.8%이 학생들만이 합격했지만, 지원자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누가 합격해도 이의를 확실하게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비슷한 자격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Schwartz 교수는 일견 엉뚱한 제안을 한다. 지원자 중에서 일정한 자격이 되는 학생들의 그룹을 정하고 그 중에서 입학 여부의 결정을 위해 제비 뽑기를 (admission by Lottery) 하는 것이 오히려 정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긴 제비 뽑기는 일견 “성경적” 일 수도 있고, 벨뷰의 인터내셔날 스쿨과 같은 전국의 초중고 여러 학교들이 입학자 선발을 위해 실제로 제비 뽑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의견이 합리적이건 아니건을 떠나,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자녀가 하버드를 갔다고해서 그리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어찌보면, 운대가 맞았을 수도 있으므로), 예일에서 미역국을 먹었다고해도 통곡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대학들에 지원할 만큼 열심히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자녀들에게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난 정말로 네가 대견하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