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택의 조건

매년 이 때쯤은 필자가 전화받기가 좀 망설여지는 그런 시기이다. 대입 카운슬링을 해주었던 학생이나 학부모님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지원했던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소식을 받은 학부모님들께서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전하시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기도한 그런 때이기에 그렇다. 필자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르릉, 따르…” 전화벨이 울린다. 에모리 대학에 지원한 저스틴의 아버님이다. 첫 음성이 밝은 걸 들으니, “♬딩동댕♬”이다

소위 명문 대학중의 어느 한 군데에 합격한 학생은 다른 명문 대학들에도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다른 대학으로부터 입학을 허가받은 지원자들도 있다. 물론 안전권이라 생각했던 대학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들에 복수로 합격한 경우에 “어느 대학엘 등록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 기쁨을 적당히 감추시는 여유도 있고, 자녀에 대한 대견함이 달뜬 목소리에서 스며 나온다. 자녀의 성격적 특성이나 기호, 공부하고자하는 전공 과목, 연방이나 학교에서 주는 재정 보조의 액수 등등을 고려해서 자녀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가 어디일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볼 때, 괜시리 덩달아 흐믓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몇 대학들을 놓고 고민을 하시는 과정 중에 대학의 랭킹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시는 부모님들이 간혹 있다. “이 대학은 전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학교니까, 저 대학보다는 훨씬 좋을 것같아요. 우리 애는 저 대학을 가고 싶다하지만, 장래를 위해서 아무래도 이 대학엘 보내는게 좋겠지요?” 고교 졸업 후, 인생에 있어 중요한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대학과 함께 보내야하니, 대학의 선택은 배우자를 결정하는 일과 자주 비교된다. 궁합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궁합에도 하도 많은 여러가지 다른 조건들이 있는 지라 그 모든 궁합을 결혼전에 어찌 다 맞추어 보겠는가. 자녀의 배우자를 고를때 사회 경제적 조건 리스트들의 순서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그 총점의 맨 위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어머님의 푸념, “이 나이되게 살아보니 좋아하는 마음은 잠시이고 직업이나 돈 등의 실질적 요소들이 행복하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웃으시며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이지만, 인생의 깊이가 담긴 회한인걸 무슨 토를 달랴.

하지만, 사랑없이 결혼한 커플이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처가집이 부도가 나자 이혼수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오래전 꽤 많은 미국인들이 보는 잡지인 The New Yorker가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었다: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Car and Driver라는 잡지가 대표적인 스포츠 카들인 Porche Cayman S, Chevrolet Corvette Grand Sport , 그리고 Lotus Evora를 시험 주행해 본 뒤, 어느 차가 제일 좋은 지의 랭킹을 매겼다. 각 차들을 비교하기 위해 21개 종류의 인위적으로 선택된 항목들을 정하고 각 항목당 점수를 배정해 총점을 비교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항목에 어떤 배점을 주느냐에 따라 Porche가 일등에 뽑히기도 하고, 또 다른 배점과 항목 아래에서는 Corvette이, 다시 항목의 배점을 바꾸면 Lotus가 일등이었다.

하긴 딸아이에게는 자동차의 외관이, 아들 녀석에게는 최대 스피드가, 애들 엄마에게는 승차감이 제일 중요해 점수를 많이 준다면, 각자에게 가장 좋은 차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하는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를 꺼리는) 이야기였다. 결론적으로 어떤 것을 상대 비교해 우위를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있고, 상대적이기에 절대적인 최고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도 그렇거늘, 하물며 추상적인 특질을 많이 갖고 있는 대학의 질을 비교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일 것임이 자명하지 않겠는가? 교육의 질을 숫자로 계산하고, 그 과정에서 소숫점 이하의 차이로 1등과 5등이 가려지는 대학 랭킹에 좌우된다면, 그건 인생 노래 자랑의 “♫ 땡♫ ”깜이 아닐까? (지난주까지 계속되던 시리즈의 다음편은 다음주부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