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물선의 역설

이달 중순에 은퇴하시는 우리 교회 목사님의 지난 주 설교 한토막을 자의적으로 재구성해 본다: 세상적인 삶과 크리스찬의 생활 태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포물선을 생각할 수 있다. 세상의 그것은 꼭지점이 위쪽에 있는 포물선처럼, 잔뜩 용을 쓰고 꼭대기에 도달하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듯 정신없이 내리막길을 걷는 그런 곡선이다. 탐욕스럽게 위만 보고 출세의 사다리를 오르며 진정한 기쁨을 포기한 인생들이 정상에 오르자마자 사다리를 오르며 저질렀던 온갖 부정부패의 올무에 매여 그 죄의 무게를 연자 맷돌처럼 목에 매고 나락을 향해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는 비유였다.

반면에 기독인의 윤리는 꼭지점이 아래에 있는 포물선인데, 위에서 사정없이 하강하여 바닥을 치면 비로서 독수리처럼 상승하게 되는 국면을 맞는다는 비유였다. 좀 더 기독교적으로 설명하자면, 하나님과 동등하신 전지전능의 예수님이 더는 낮아질 수없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하고 고난을 겪고, 종국에는 침을 뱉는 모리배들의 창에 찔려 가장 낮은 자의 처형틀인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는 그런 바닥을 치는 상황에 이르신 후에 마침내 하나님의 상태, 즉 영광을 받는 위치로 상승한다는 그런 이야기이다. 말씀을 들으며, 재미있는 일련의 단어들이 사다리처럼 연결되어 머리를 스친다: 포물선 (parabola)의 삶을 비유로서 (parable) 보여 주는 이런 두 전형(paradigm)은 참 역설적 (paradox)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역설은 대학의 재정 보조에서도 볼 수 있다. 공부 잘하고 모든 조건이 좋아 가장 경쟁이 심한 명문 사립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 잘 해서 받는 장학금(Merit scholarship이라 함)이 없다. 이러한 대학들은 단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재정 보조금 (financial aids)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많은 경우에 좀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자면, “오레곤의 모모군이 하버드를 비롯한 여러군데의 명문 사립 대학들로부터 풀 스칼라쉽을 제의받고 고민하다가 결국 예일 대학으로 마음을 정했다” 등등의 기사들에서 나오는 과장들 말이다. 이것을 읽는 우리네 부모님들, 우리 아이도 공부를 잘해 저런 좋은 대학에 들어가 돈 한푼 안들이고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 하신다. 명문 대학들에 입학하는 것만도 부러운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길래 그럴까하며, 애꿎은 당신의 고등학생 자녀들을 들볶는다. “아니, 넌 도대체 또 게임이니? 공부 좀 해라. 책도 좀 읽고. 이 기사 좀 봐라.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된 아이가 영어도 부족할텐데 이렇게 밤을 새우고 공부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간다고 하잖니.” 물론 그 기사에 한국에서 몇년전에 왔다거나 밤을 새우고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없었어도, 우리 부모님들이 으례 덛붙이시는 문구들이다.

이 경우에 부모님들께서 한 가지 잘못된 정보를 갖고 계신 것은, 보통 최고의 명문 대학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장학금을 주는 경우는 없거나 드물다는 점이다. 여덟개의 아이비 리그 대학들을 포함한 많은 대학들은 공부보다는 그 학생의 가정 형편을 고려해서 장학금을 수여한다. 즉, 재정 보조를 제공한다. 명문 사립 대학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성적, 과외 활동 경력, 등등을 갖고 있기에 제비뽑기가 가장 정당한 학생 선발 방법이라는 제안이 제기되는 마당에 누구에게 장학금을 주고 안주고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대학들은 입학 사정에서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재정 지원이 필요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과 부유한 학생들을 차별없이 사정한다. 그리고, 일단 합격이 된 학생에게는 전액이든 소액이든 액수에 상관없이, 모든 필요한 비용에서 그 지원자의 가정이 낼 수 있는만큼의 액수 (Expected Family Contribution)를 뺀 나머지를 대학측이 부담한다. EFC는 부모님의 재정상태, 부동산이나 주식, 지원자의 재정 상태 등과 필요 생활비, 대학에 재학중인 다른 자녀에게 소용되는 비용 등을 전체 수입에서 빼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런한 재정 보조 시스템의 적용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가계 소득이6만달러 이하의 가정 출신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게다가, 재정 상태가 풍족한 명문 대학들의 경우에 이 재정 지원이 돈을 빌려 주는 것 (Loans)이아니라 무상 지원 (Grants)이라는 점은 정말 매혹적이라 할만하다.

올 해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아이비 리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기사가 조만간 한국 신문들의 지면을 장식할 것이다.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잘한 이 학생들이 받은 장학금 역시 성적이 아닌 Financial Aid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들 중 하버드, 예일 등을 비롯한 여섯개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내국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최상의 재정 보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공평한 입학 사정, 재정 보조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참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가정 형편이 바닥을 치면, 전액 장학금으로 상승할 기회가 있으니 힘을 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