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Early Admissions) 5

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Early Admissions) 5

지난 11월 1일에 마감한 올 해의 조기 전형 1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0월말에 미국의 북동부를 휘몰아친 폭설의 영향으로 뉴일글랜드 지역의 많은 가정들에 전기가 나가는 등 피해가 커지자 그 불똥이 마지막까지 대입 원서를 쓰느라 밤을 지새며 컴퓨터 앞에 있던 학생들에게 튀었다. 전기가 안들어 오는 집을 나와 그나마 전기가 들어 오는 동네의 스타 벅스나 서점에서 에세이를 쓰느라 법석을 떠는가 하면, 주위에 전기가 들어 오는 공공장소도 없는 시골의 학생들은 먼 도시에 있는 친척집으로 짐을 싸들고 원정을 가는 기현상이 속출했다한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대학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필자도 회원으로 있는 전미 대입 카운셀러 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서 최소한 80여개의 대학들이 원서 마감일을 평균 3일 이상 늦춰 주었다고 한다. MIT등을 포함하는 동북부 지역의 학교들뿐만이 아니라 중부의 시카고 대학과 서부의 포모나 칼리지도 마감일을 뒤로 물려 마음 고생이 큰 지원자들의 짐을 덜어 주었다.

한편, 중동 지방의 무슬림 국가에서 지키는 Eid Al Adha (희생절, 기독교의 예를들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희생시키려 했던 것과 같은 고귀한 복종을 무슬림 식으로 해석하여 기념하는 절기)로 인해 금년 11월 무슬림 지역 국가에서의 SAT 시험일이 5일에서 19일로 옮겨졌는데,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은 이 늦춰진 날짜에 보는 시험의 결과도 조기 전형 마감에 들어 온 것으로 간주해주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미국 대학들의 기민하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신축성에 감탄한 바 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이제는 11월 1일에 수시 전형을 마감하는 대학들이 접수 현황을 발표하는가하면, 11월 15일에 수시 전형을 마감하는 대학들은 별 어려움없이 원서를 마감하는 모양세이다.

몇몇 주요 명문 사립 대학들의 올 해 수시 전형 지원 현황을 살펴 보면, 남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듀크 대학은 작년에 2,207명이 수시 전형에 지원한 바 있는데, 금년에는 학교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여 2,716명이 지원했다. 작년에 지원자의 30% 정도인 650명을 합격시켜 조기와 정시를 합친 전체 합격자 숫자의 38% 가량을 합격시킨 바 있는데, 금년은 조기 전형 지원자가 대폭 늘었기에 합격율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전체 합격율에서 조기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운 대학의 경우도 작년의 2,796명에서 금년은 2,900명으로 조기 지원자 수가 늘었다. 특히 이 대학이 자랑하는 스페셜 프로그램인 PLME (이학사와 의학 박사 과정을 결합한 것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의과 대학의 입학이 보장되는 프로그램)은 작년 대비 25%의 지원자 증가를 보였는데, 이 중 소수계 인종 학생의 숫자가 9%를 차지하는 대폭의 증가를 보였다.

또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인 다트머스 대학은 작년보다 지원자 수에서 3% 증가를 보여 학교 기록을 또 다시 갱신했다. 반면에, 지난해 가장 많은 숫자의 조기 전형 지원자 수를 기록했던 유펜은 올 해 소폭의 감소를 보여 이 대학 조기 전형 지원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작년의 4,571명에 비해 1.3%가 감소한 4,510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감소의 원인이 아마도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이 올 해부터 새롭게 조기 전형 제도를 도입하며 유 펜 지원자 수의 얼마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아직 지원자 숫자를 발표하지 않은 하버드를 차치하고,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를 살펴 보면, 유 펜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 대학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조기 전형제를 포기하고 정시 전형만을 택해왔는데, 올 해부터 하버드와 버지니아대 등과 함께 다시 조기 전형제를 재 도입한 바 있다. 지난 2006년의 통계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는 있으나, 올 해 3,547명의 원서를 받아, 2006년의 2,275명에 비해 괄목할만한 비율로 지원자 숫자의 상승을 보였다. 또한 프린스턴과 같이 금년에 조기 전형으로 선회한 버지니아 대학(11,475명 지원, 금년에 새로이 시작)의 경우도 많은 지원자를 받았고, 이 두 대학과 같이 합격해도 꼭 입학할 필요가 없는 조기 전형제도인 얼리 액션을 사용하는 조지 타운 대학 (6,658에서 6,750, 1.3% 증가)도 작년에 비해 소폭이기는 하지만 지원자 숫자의 증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중부 지방의 명문인 노스 웨스턴 대학은 금년에 작년 대비 15.2%가 증가한 2,450명의 지원자를 받았는데, 작년의 경우 2,127명의 조기 지원자 중에서 약 34%인 715명을 합격시킨 바있다. 그 전해의 지원자 숫자인 1,776명에서 31%인 625명을 합격시킨 경향에 기반하여 분석해 보면, 올 해는 조기 합격율이 작년보다 약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정시 지원자의 합격율은 그에 따라 소폭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 언제나 대학 좀 편하게 갈날이 올런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