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대박, 환율은 쪽박… 한국 원화, 뭐가 문제지?

환율 때문에 한국에 난리가 났다고 하죠. 불과 2년 전의 환율은 달러 당 1200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1500 대를 뚫어 버린 후, 거의 20일 가깝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죠. 1500 선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17년 만의 일이라서 금융 당국도 고심 중이라고 하네요.

수출도 잘 되고 있고 증권시장도 8천선을 넘는 등 겉으로 보기엔 원화 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환율은 왜 치솟고 있는 걸까요? 이란 전쟁에 따른 오일 쇼크, 그리고 트럼프 관세 아니면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서란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도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으니까 유가가 오르면 달러 수요가 폭증하게 되고 그 결과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중동 원유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우리나라만은 아닙니다.

일본이나 대만 또는 태국, 그리고 이런 나라들보다는 낮지만 중국도 자국 원유 수요의 50% 가깝게 중동산 원유를 수입해다 쓰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순전히 원유 문제 때문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때문이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한국만 꼭 찝어가지고 관세를 매겼다면 몰라도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관세 때문에 한국 원화가 약해졌다는 주장, 또한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한 나라들에선 거의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니까요.

그래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게 관세 때문이라든지 아니면 달러 선호 현상이 한국에서만 유독 도드라져서 그렇다는 등의 이유로 원화 약세를 설명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럼 뭘까요? 앞에서 말씀 드린 여러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퍼펙트 스톰이라고 할까, 특수한 국내 사정들과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얽히는 바람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수는 877억 5천만 달러라고 하죠. 전년 동기 대비, 53.2% 나 늘어난 수준입니다. 그리고 월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라고 하는데 수입은 608억 달러로 20.8% 늘어나는데 그쳤기 때문에 무역 수지 상으로 269억 5천만 달러 흑자를 봤다더군요.

무역에서 흑자를 봤다는 건 무슨 뜻이겠습니까? 해외에서 벌어 들인 달러가 해외로 흘러나간 달러보다 많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국내엔 달러가 넘쳐 나야 맞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달러가 국내에 풀리지 않고 해외에 남아 있거나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원화로 환전되는 대신 달러 계좌로 입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달러를 아무리 많이 벌어도 원화로 환전되지 않으니까 환율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최근 한국 증권 시장이 급등세를 타고 있는 걸 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국 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코스피가 폭등한 상황에서 차익 실현을 한 뒤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환율이 뛰고 있다는 거죠.

지난 12월 중순 만 해도 코스피는 4000 대, 그리고 환율은 1470원 대였지요. 이때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가가 코스피가 8000 대로 올랐던 이달 초 주식을 팔아치웠다면 약 2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단 얘깁니다.

물론 그동안 환율이 1550원 대로 올랐으니까 환차손도 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 폭은 5.4% 수준에 불과했죠. 그래서 외국인 입장에선 환차손을 고려해도 한국 주식을 팔아서 달러로 환전한 뒤 돈을 빼는게 더 나은 상황이 됐다는 거죠. 주가 상승이 환율 상승의 요인이란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투자를 전부 걷어 드렸단 얘기는 아닙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위상은 아직도 굳건하고 또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거라고 보는게 일반적이니까요. 그래서 한국 시장에서 백프로 발을 뺐다고 보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동된 자산 비중을 초기에 설정한 목표 비중으로 재조정하는 식의 투자 관리는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이 많이 올라 비중이 커진 자산은 일부 매도하고, 가격이 하락한 자산은 추가 매수, 즉 ‘고가 매도, 저가 매수’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어쨌든 한국 증시에서 완전히 손을 뗐든 아니면 리밸런싱을 했든 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빼 나간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액수입니다. 올 들어만 해도 121조원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서학개미라고 불리우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 돌풍도 환율 상승의 요인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해외로 흘러나간 금액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니까요. 현재 약 235조 원 규모, 달러로 1500억 이상이라니까 올 상반기 동안 외국인들이 매도한 액수의 두배 정도 됩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을 한국 경제구조의 취약성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스피가 폭발적으로 올랐다지만 이걸 한국 경제가 잘 나간다고 받아 들여선 안 된다는 거죠.

​이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입니다. 코스피의 2026년 5월 평균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28.61%, 그리고 SK 하이닉스가 21.26% 입니다. 코스피 절반 가까이가 이 두 종목에 묶여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코스피가 잘 나간다는 건 이 두 회사가 잘 나가고 있다는 거지 한국 기업들이 모두 잘 나가고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란 거죠. 국가 기초 체력이나 내수 경기는 여전히 약세고 그게 지금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거란 주장이죠.

여기서 궁금해지는게 하나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 해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 예컨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하고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원화는 이 나라들 화폐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6월 이후 1년 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고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화폐, 루피아 경우엔 9% 하락했을 뿐이고 태국 바트화는 달러 대비 31~32바트 환율을 유지하면서 거의 변하지 않고 있으니까 심각하지 않습니까?

​왜 그런 걸까요? 한국 정부나 금융당국 쪽에선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투기 세력 때문이란 얘기도 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한은 총재가 한 얘기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건 번지를 잘못 짚은 거 아니냐,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한거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원화는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사고 팔 수 있는 글로벌 통화는 아니죠. 그래서 원화가 필요하면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 NDF 시장이라는 선물 시장에서 거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면 이 선물시장의 참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환율이 더 오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고 원화 약세에 베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NDF 쏠림 현상은 원화 약세가 지속될 거라고 본 참여자들이 그쪽으로 베팅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원화 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어쨌든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 입장에선 좋은 일은 아닙니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자극,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그리고 외국인 자본 유출을 초래하는 금융 시장 불안정성.. 이런 것들을 불러올 게 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율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박현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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